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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에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언급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논란의 전말을 정리하자면, 작가는 2월 26일자 170화 '렛서의 제안'에서 자신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언급하였고, 누군가 해당 웹툰 덧글란에 만화에서 언급된 사이트로 추측되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이트 주소를 게재했다. 해당 사이트에 호기심을 느낀 구경꾼들과 악플러들이 유입되면서 커뮤니티 가입자들은 아웃팅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두에게 완자가> 작가인 완자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비난을 쏟았고, 현재 해당 웹툰은 일부분 삭제, 완자는 작가의 말에 사과글을 올렸다.

내가 이번 사태에서 분노하는 것은 첫번째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아웃팅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람들과 이번 일의 책임을 최초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웹툰 작가한테 묻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작가한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러하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몰랐던 사람들까지 그 웹툰으로 커뮤니티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해서 호기심으로 가입하는 사람들 때문에 성소수자로 이루어진 커뮤니티 가입자들은 아웃팅 공포에 시달리므로 처음 일을 만든 작가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분노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성정체성이 밝혀질 경우 직장은 물론 친구들과 인간 관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야 할 가족들까지 한순간에 잃고 사회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것은 성정체성을 떠나 누구한테라도 죽음과 같은 공포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아웃팅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악플러들의 행동에 분노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들, 그들을 아웃팅 공포로 떨게 만든 것은 어느 포털 사이트의 웹툰 작가가 아니라 바로 성소수자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이 사회다. 이미 의학적, 과학적으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며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할 방법도 없고 에이즈 감염이 동성애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그래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차근차근 늘어나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들은 공격당하고 배척된다.

아직도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두고 자신의 아이가 배울까 무섭다며 항의를 하는 부모들과 성적지향으로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두고 천벌받을 짓이라고 하는 종교인들과 성소수자한테 성희롱을 서슴치 않게 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사회가 바로 성소수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그런데 왜 아웃팅 공포에 떠는 사람들은 사회가 아니라 어느 웹툰 작가한테 자신들의 분노를 쏟아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마주쳤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파헤치기보다는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내가 마트에 가서 아이가 먹을 딸기를 사려다가 딸기값이 비싸서 사지 못했을 때, 대형마트의 횡포와 유통 구조, 딸기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의 생활고, 그래서 총체적으로 오른 물가를 고려해 딸기값이 떨어지려면 국정 운영이 어떻게 되어야 하고 세금은 어떻고 유통구조는 어떻고 누가 뭐를 떼먹고 등을 유추하는 것보다 'OO마트는 딸기가 드럽게 비싸네. 할인 행사 좀 할 것이지.'라고 생각하는 게 더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성정체성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공격하는 사람들, 단체들, 얼굴도 모르는 악플러들, 어쩔 수 없이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이 거대한 사회를 향해 왜 성정체성으로 차별하냐고 항의하고 몸부림치는 것보다 대외적으로 드러난 개인한테 '왜 그런걸 만화로 그려서 날 힘들게 하냐'고 생각하는 게 더 쉽고 간편하다. 결국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언급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난을 합리화 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또한 공포에 떠는 성소수자들을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모두에게 완자가>의 작가 완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대외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 직결된다. 세상 어떤 운동이든 이러하다라고 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은 없다. 성소수자들이 존재한다고 알리지 않으면 성소수자들의 인권 운동은 말도 꺼낼 수 없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라고 할 수 있다.

<모두에게 완자가>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작가가 레즈비언으로써 현재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적인 일들을 소개하는 일상웹툰으로 작가인 완자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모두에게 완자가>에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언급된 화에서 내포한 내용도 그러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성정체성이 아웃팅될까 두려워 벽장 속으로 숨게 되는데 벽장 안에서도 사람은 사람이 그리운 법이기에 비밀 커뮤니티를 통하여 사람을 만난다는 내용. 그들이 왜 그런 비밀 커뮤니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성소수자들도 이성애자들처럼 공개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호감을 표현하고 대쉬를 할 수 있는, 그래서 성소수자들도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작가가 자신의 레즈비언 친구를 통해 풀어낸 화였다.

그런데 이번 화를 보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악플러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잘못된 짓을 하고 있는 가해자들임이 분명하지만 작가가 커뮤니티를 언급했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소수자들로, 비난의 대상을 잘못잡았을 뿐더러 오히려 자신들한테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분노하며 분노하는 것 이상으로 안타깝다.

결론적으로 이번 논란을 재정리하자면 개념없는 악플러들 때문에 많은 레즈비언들이 아웃팅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것이 밝혀질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회적 혐오와 맞서싸워야 한다. 우리는 여기 이곳에 존재하며 너는 나를 차별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해야 한다.

사회적 혐오가 없어지면 더 이상 아웃팅 당할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것이 핵심이며 본질이다.


#성소수자#아웃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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