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금) 닷새날
다른 날도 평상시처럼 준비해서 아침 8시에 출발했다. 풍기텡가까지는 평지에서 내리막길이었다. 힘들지만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풍기텡가(3250m)에 도착해서 점심을 하다. 특식으로 수제비가 나왔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점심 후 식당에서 잠시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
이후 쿰부 히말라야에서 가장 큰 사원인 탱보체 사원(3860m)까지 오르막길이었다. 탱보체, 디보체, 팡보체, 딩보체 등 이름 뒤에 있는 '체'의 의미는 부처님 발길이란다.
카트만두같은 낮은 지역의 힌두사원과 달리 고지대에는 가는 곳마다 라마 사원. 가는 곳마다 있는 불탑인 초르텐과 한 번 돌릴 때마다 라마경전을 읽은 효과가 있다는 마니차인 동그라한 탑, 가는 곳마다 있는 바위위에 크게 새겨진 옴마니 반메움이란 육자진언이 적혀 있다.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쵸는 경전을 적은 오색 깃발로 파란색은 하늘, 노란색은 땅, 빨간색은 불, 흰색은 구름, 초록색은 바다를 뜻한다.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를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고'표현한다. 오색이 있는 깃발 형태의 롱다에도 수많은 경전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롱다와 타르쵸는 고목이나 우물, 다리 등에 휘날리고 있어서 이곳이 사람들에게 소중한 곳이기에 신성시한다. 우리나라의 무당집, 성황당과 함께 있는 당산나무에 두르고 깃발을 세우는 모습과 유사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외 샘물이나 집신, 장독대, 부엌신 등이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시베리이아 원주민이나 아메리카의 원주민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를 근대화하면서 미신이란 이름으로 거의 다 사라졌지만 이들을 매개로 민중들이 마을의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의식주에 대한 경건함을 유지하고 있다. 유기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민간신앙이다.
척박한 땅에서 생존을 위해서 자신들이 희망, 슬픔, 괴로움, 절망, 체념 등을 노래하고 기원할 수 있는 곳곳에 이런 라마교와 깃발은 이 곳 민중의 삶을 지탱했으리라. 그러나 이 민중 종교가 민중해방과 민족해방을 위해서 그 구심점을 강력하게 했는지 궁금하다.
근대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미래의 발견이다.<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처럼 이들의 조상들의 삶과 주변 국가들의 형태에서 교훈 삼삼은 것이 작동해 현재를 개선, 혁신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파우스트>에서 처럼 미래를 기획, 발전하는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곳 민중들은 삶을 위해서 척박한 땅에서 일군 물건들을 교환하기 위해서 수 십 ㎏를 이고 지고 다닌다. 그리고 야크나 소들도 마찬가지여서 이곳 사람들이 윤회사상에 의해서 다음 생에 태어나면 소로 태어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이해된다(농경사회에서 농번기에 소는 매일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런데 상당수 민중들도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 소나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전생에 많은 죄를 많이 지었다고 합리화한다. 그래서 힌두교에서는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일상적인 생활인 결혼이나 직업을 구하는데 이 제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탱보체 사원에서 전망좋게 펼쳐진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설산의 고봉을 감상하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사원 입구에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였지만 안에 있는 승려에게 아주 어렵게 양해를 구해서 선배와 함께 사진찍은 호사를 누렸다.
숙소인 디보체를 가면서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리스가 길가로 즐비하게 이어져 있었다.
이 꽃은 봄철인 3~4월에 주로 빨강색에 하얀색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트레킹을 연출한단다. 랑탕 히말라야가 있는 계곡으로 들어가면 이 국화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단다. 많은 트레커들이 이 꽃과 그 외 다양한 꽃들을 구경하면서 트레킹하기 위해서 찾아온단다.
디보체 산장(3820m)에서 숙소를 정했다.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놓아서 세수를 하고 손발을 씻었다. 고산지대에서 손발이나 머리를 씻으면 고산증에 영향을 준다고 하여 하지 마라고 하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