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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이 세계 자원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셰일 가스란 작은 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형성된 혈암(血岩: shale)에 포함된 천연가스다.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우리가 쓰고 있는 천연가스와 동일한 성분이다.

혈암에 가스가 붙어있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걸 뽑아낼 기술이 없었다. 기술적으로 힘든 이유는 우선 혈암층(셰일층)이 땅 속 깊이 있기 때문이다. 얕아도 100미터, 깊으면 지하 수천 미터에 있다.

또한 통상의 천연가스는 매장되어있는 지층에 파이프를 통하면 분출되지만, 셰일가스는 암석에 들러붙어 있어 어떻게 추출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중반 미국이 셰일가스 채굴 기술개발에 성공하자 상황은 일변했다. 미국 벤처기업이 개발한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이 결합되면서, 전에는 손대기 어려웠던 셰일층의 연료를 퍼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맹렬한 기세로 채굴을 진행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매장량이 풍부하다. 미국 에너지성에 의하면 인류가 400년 쓸 수 있는 양이라 한다. 그리고 값도 싸다. 1㎾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석유는 10센트, 풍력은 20센트, 태양광은 25~30센트가 들지만 셰일가스는 6센트로 가능하다. 이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3분의 1이하 수준이다.

이에 더해 셰일가스의 주성분은 메탄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화석연료보다 매우 적은 편이다. 말하자면 '값싸고 풍부하고 친환경적' 에너지이다. 미국이 에너지 소요가 많은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는 이유이다.

게다가 이제는 미국이 과거처럼 이라크 침공이나 아프칸 사태와 같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어졌다. 곧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에너지 자원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국제 정치 기상도도 많이 바뀔 것이다.

일본, 메탄하이드레이드 개발 총력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모든 원자력 발전이 멈추어 에너지 사정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LNG 수입이 급증해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었다. LNG 수입은 일본 무역수지 적자의 60%를 차지한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의 값싼 셰일가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업계에선 액화비용과 해상운송료 등을 합쳐도 현재 수입하는 중동산 천연가스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에 북미산 셰일가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셰일가스 수출과 외국기업의 미국내 개발에 대해서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최근 2월 11일 일본 기업의 미국내 4개 셰일가스 개발사업을 전격 승인했다. 일본은 이들 셰일가스를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수입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은 북미 셰일가스 수입에만 목매지 않고 일본 근해에 대량으로 묻혀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의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메탄하이드레이트란 천연가스 메탄과 물이 얼음 상태로 언 것이다. 가연성이 뛰어나 일명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린다. 이를 분해하면 170배 부피의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바다 밑 해양 플랑크톤으로부터 나오는 유기 탄소는 수백만 년에 걸쳐 매장됐다. 오늘도 해저 수백 미터 아래에선 박테리아가 죽은 플랑크톤으로부터 메탄을 생산한다. 해저 500미터 이하에서 이 메탄 발생 속도가 빠르면, 일부는 메탄하이드레이트로 얼게 된다. 수심이 깊으면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런 덩어리가 메탄 형태의 탄소를 수조 톤이나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속 메탄하이드레이트 부존량은 어마어마하다. 세계의 원유, 가스, 석탄 부존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2배 이상 많다고 한다. 따라서 개발 경제성만 확보되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일대 혁명이 올 것이다. 일본 근해에만 메탄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이 천연가스로 환산해 6조 ~ 9조 입방미터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이 백 년 정도 쓸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시험 추출 개발에 성공했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주변의 물을 끌어올려 압력을 낮춤으로써 메탄가스와 물을 분리하는 '감압법'으로 가스를 추출했다.

열도는 흥분에 휩싸였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아직까지는 상용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추출해봐야 기존 수입가스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추출 기술개발 발전 사례에서 보듯이 향후 더 값싸게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본은 메탄하이드레이트 지난해 천연가스 추출 성공으로 2018년까지는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일본이 메탄하이드레이트를 경제성있게 채취할 수 있게 되면 에너지 사정이 쉽게 풀린다.

우선 전력요금이 내린다. 현재 일본 전력요금은 평균 20여 엔인데 십 년 후에는 대략 5엔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원전보다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실용화 쪽을 급히 서둘러야 할 입장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실용화되면 원전은 없어지게 된다.

메탄하이드레이드의 실용화는 생각보다 일찍 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민간 기업이 필사적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메탄하이드레이트에 침을 칠해 놓아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치열한 경쟁이 되고 경쟁은 기술개발을 촉진한다.

또 하나는 아베정권이 메탄하이드레이트 상업화를 위해 1조 엔의 융자한도를 설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메탄하이드레이드 상용화에 투자한 액수는 200억 엔이었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실용화만 되면 셰일가스도 수입할 필요가 없어지며 일본은 에너지 수출국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세계의 진실>(하세가와 게이타로, 번역 최혁배) 참고).

독도 부근에 엄청난 매장량

그런데 동해는 서해와 달리 수심이 깊어 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우리 독도 부근에 엄청나게 묻혀 있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사용량의 200년 이상의 분량이라 한다. 이는 일본이 독도 근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깊은 바다에서 이를 끌어올리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메탄하이드레이트 특성상 대량으로 모여 있지 않고 해양 퇴적층에 얇은 층으로 넓게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채굴 과정에서 잘못하면 기체 상태가 되어 대기 중으로 유출되면 결과는 심각하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국력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이상 우리도 독도 인근에 묻혀 있는 엄청난 메탄하이드레이트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에너지 자원 문제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이상 우리도 충분한 연구와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아베#에너지#독도#불타는 얼음#셰일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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