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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11월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통합진보당 천병태 시의원(왼쪽 두번째)이 지방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받아들여짖 않은 가운데 2014년 1월 지방공기업 임원에 대한 초유의 임명 철회가 벌어졌다  
ⓒ 울산시의회
지난 2011년 11월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통합진보당 천병태 시의원(왼쪽 두번째)이 지방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받아들여짖 않은 가운데 2014년 1월 지방공기업 임원에 대한 초유의 임명 철회가 벌어졌다 ⓒ 울산시의회 ⓒ 울산시의회

불과 반나절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급여와 성과급 등으로 연봉이 1억여 원에 가까운 지방공기업 임원이 선임된 지 9시간만에 임명 취소되는 헤프닝이 벌어진 것.

울산시는 1월 14일 오전 9시쯤 보도자료를 내고 "1월 20일부로 울산신용보증재단 새 이사장에 동구청장을 지낸 정천석씨(62)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시간 뒤인 이날 오후 6시쯤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임명을 유보한다"며 사실상 임명 철회를 선언했다.

지방공기업 요직 인사가 왜 반나절만에 뒤바뀐 것일까? 이번 헤프닝은 울산시의 인사검증 부실에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요구해온 지방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5년 제한 걸려 있는 정치인을 지방공기업 임원에 임명

울산신용보증재단은 중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보증을 하고 이자를 지원해 주는 울산시 산하 기관이다. 지난 2000년 개소해 현재 기본 재산이 883억 원으로 그동안 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5만 4601개 업체에 1조 1994억 6000만 원의 보증을 지원했다. 지역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재단을 이끄는 이사장은 임기 3년의 요직으로 불린다.

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오는 19일 임기가 끝난다. 이에 울산시는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정천석씨를 1월 20일자로 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며 "신임 정 이사장이 울산시 동구청장과 경남 도의원 등 공직기간을 통해 체득한 경험과 역량을 발휘해 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난 해소를 위한 보증지원과 수요자에 대한 분위기 쇄신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울산시는 "박맹우 울산시장은 1월20일 오전 10시 시장실에서 울산신용보증재단 정천석 신임 이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재단운영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까지 했다.

이 소식은 통신사를 시작으로 각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9시간이 지난 오후 6시, 울산시는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임명 유보를 알렸다.

정천석 전 동구청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해 노동자의 도시 동구에서 연이어 구청장을 배출하던 진보정당을 누르고 처음 보수진영 인사로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동구청장에 재선했으나 선거를 앞둔 그해 3월 울산지역 한 일간지가 돈을 받고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 500만 원씩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2010년 12월 9일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고 낙마했다.

이번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임명 헤프닝은 이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 266조(선거범죄로 인한 공무담임등의 제한)에는 '지방공사, 공단의 상근임원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해당직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

하지만 울산시는 울산신용보증재단 정관 제11조(임원의 결격사유)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었거나 또는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결정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에만 근거해 상위법인 공직선거법을 검토하지 않았던 것.

울산시의 이같은 고위직 임명 번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부실한 인사검증도 그렇지만,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인사청문회 수준의 인사검증을 무시해온 데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것.

그동안 울산시는 산하 기관인 울산도시공사 사장과 중소기업센터장, 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의 요직에 퇴직 고위공무원이나 특정 정당 관계자를 임명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정실인사, 보은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인사청문회를 제도화 할 것을 요구했었다. (관련기사: 울산지방 공기업 사장 정실·보은인사 논란 )

하지만 울산시는 "지방공기업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은 현행법상 허용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행법 절차에 의해 임명하더라도 해당 공기업 설립 취지에 맞게 인사운영을 잘 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지난 2011년 11월 열린 울산시의회의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정실·보은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인사청문회 제도화를 요구했던 통합진보당 천병태 시의원은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울산시가 지방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 아니겠나"며 "지금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제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신용보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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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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