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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의 일출 일출(알파)의 시간은 장엄하다. 오메가를 기대했지만, 붉은 빛만 만난 아침이었다.
성산일출봉의 일출일출(알파)의 시간은 장엄하다. 오메가를 기대했지만, 붉은 빛만 만난 아침이었다. ⓒ 김민수

언제부터일까?

무슨 무슨 기념일이라든지, 새해라든지, 심지어는 내 생일도 별다른 날이 아니다 싶어 챙기질 않았다. 물론, 내가 무심하다고 남들도 무심하지는 않을 터이기에 다른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은 챙겼다. 새해가 되면 마치 오늘 맞이한 것과는 전혀 다른 천지개벽 한 세상이 올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일들에 무관심해진 지 오래다.

매일매일 내 삶에서 처음 만나는 날이니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자'는 것이 내 삶의 신조다. 물론, 매사에 그렇게 살아가느냐 묻는다면,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답한다. 어떤 날은 그러하고 또 어떤 날들은 무심결에 보내기도 하고,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날도 있으니까.

그런데 2014년엔 새해라는 핑계를 대면서라도 몇 가지 계획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냥 데면데면 다가오는 새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격랑의 2014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하루하루에 파묻혀 살다가는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다 놓치고 내년 이맘때 더 늙어버린 노구를 바라보며 한숨 쉴 일밖에 남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심삼일의 무모한 계획이 아니라, 2014년을 보람 있는 한 해로 만들 수 있는 계획들을 세워본다.

일몰의 시간 제주의 용눈이 오름 자락에서 맞이한 일몰(오메가)의 시간, 일출의 시간과 그 빛이 다르지 않다.
일몰의 시간제주의 용눈이 오름 자락에서 맞이한 일몰(오메가)의 시간, 일출의 시간과 그 빛이 다르지 않다. ⓒ 김민수

가장 먼저,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할 것이다.

반세기 이상 살아온 몸, 여기저기서 나도 모르게 "끙!" 소리가 날 만큼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운동은 무슨?' 하는 핑계로 몸 관리에 소홀했더니 몸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그 몸에 기댄 마음도 허약해졌다.

장수하는 집안의 내력과 초고령화 사회에 편승했을 때, 노년의 삶을 준비하지 않았다가는 낭패일 것 같다. 맑은 정신을 가지고, 살아있는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건강이 기본이기에 새해에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팔다리 근육이라도 좀 늘려놔야겠다.

2013년 12월 25일 민주노총 지도부가 피신해 있는 조계사 통로를 경찰들이 막고 있다. 일방통행, 불통정권의 상징을 보는 듯하다.
2013년 12월 25일민주노총 지도부가 피신해 있는 조계사 통로를 경찰들이 막고 있다. 일방통행, 불통정권의 상징을 보는 듯하다. ⓒ 김민수

둘째, 격랑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낼 것이다.

살아가면서 지금도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1980년대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의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다. 모든 순간에 서 있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서 있었던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작금의 현실은 1980년대 격랑의 시대보다도 더 어둡다. 그 시절 못지않게 공권력에 의한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그들의 거짓에 편승하는 이들도 더욱 조직적이고 견고하다. 게다가 북한의 불안한 정세는 끊임없이 이 땅의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2014년은 역사적으로 치열한 해가 될 것이다. 난 이 땅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의 표정과 이를 가로막는 이들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 것이다.

2007년 12월 27일 서해안 기름유출사건 당시 기름띠를 제거하는 자원봉사자들, 사진은 기록이며 기록된 것은 역사로 남는다.
2007년 12월 27일서해안 기름유출사건 당시 기름띠를 제거하는 자원봉사자들, 사진은 기록이며 기록된 것은 역사로 남는다. ⓒ 김민수

안녕하지 못한 세상, 가족을 안녕을 위해 헌신하련다

셋째,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서 가족의 안녕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거의 1세기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시는 부모님과 한창 꿈을 키워갈 아이들과 내 삶의 동반자로 25년 이상 살아온 아내의 행복을 지켜주는 가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꿈꾸던 세상은 이게 아니었는데... 내 젊은 시절보다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가 더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빚을 진 것만 같다. 그래서 난 2014년을 그 빚을 갚아가는 해로 삼고자 한다.

동백 이런 사진들만 담으면서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동백이런 사진들만 담으면서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 김민수

마지막으로는 끝없는 긍정이다.

할 수 없다. '긍정의 힘'이라는 것이 마약이라고 하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길은 끝없이 긍정하는 길뿐이다. 사실 난 '긍정'이라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너나없이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자신의 힘겨운 삶의 이유를 개인적인 문제로 돌려버리는 현실이 싫었다.

그러나 결국, 내 삶은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어둠이 지배하는 곳에서도 빛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그 빛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자연과 호흡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방목지 당신의 청마는 어디에 있는가? 2014년 청마의 해에는 청마를 타고 질주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마방목지당신의 청마는 어디에 있는가? 2014년 청마의 해에는 청마를 타고 질주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 김민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일출의 순간(알파)에 오메가를 고대한다는 것은 이 둘이 하나라는 상징이다. 일출의 순간과 일몰의 순간의 빛이 같다는 것도 이 둘이 하나라는 상징이다. 반세기 조금 넘은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이 순간들이 시간적인 오늘과 내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을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이에게는 모든 날들이 특별하다.

너무 밋밋한 새해계획이지만 내겐 여느 해보다 구체적인 계획들이다. 이 정도의 계획도 이 시대에는 사치인 듯 느껴진다. 바라건대, 대한민국에 속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저 자기 삶에 파묻혀 살아가도 좋은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것이 미안하지 않은 세상이길 바란다.

2014년 갑오년은 말의 해, 그중에서도 '푸른 말'의 해라고 한다. 광풍이 지나간 대지에 푸름과 새 생명의 활력이 넘쳐나듯, 청마를 타고 광풍의 시대를 넘어 푸름과 새 생명의 활력이 넘치길 바란다. 그 '청마', 그것은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그 청마를 길들여 진취적인 기상을 펼쳐가되, 혼자만 달려가지 말고 함께 더불어 달려가길. 그래서 모두 안녕하길!

말 갑오년 청마의 해, 청마는 아니지만 말을 타고 달리듯 새해를 힘차게 달려가면 좋겠다.
갑오년 청마의 해, 청마는 아니지만 말을 타고 달리듯 새해를 힘차게 달려가면 좋겠다. ⓒ 김민수



#갑오년#청마#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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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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