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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를 바라보면서 4살난 아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저는 마음이 복잡합니다. 동참해야 하는데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는 제 상황에 죄책감을 느끼고 저렇게까지 젊은이들이 나서는데 꿈쩍하지 않는 정부와, 사람들 때문에 답답합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사람들은 학생들도, 파업에 동참한 사람들도 아닌 사회에 아이를 내보낼 부모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내 아이는 이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그런 아이를 돌보느라 밖으로 나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안녕하십니까>가 캠퍼스에서만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습니다.

나라가 '엉망진창'...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

여러분, 안녕들하십니까?

각종 세금이 올라가고 철도 민영화로 인한 파업에 이제는 의료 민영화까지.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은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스스로 죄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나라가 엉망진창입니다.

이명박 정권 때 기를 쓰고 장악한 언론은 이제 연일 정부 찬양 아니면 연예가중계 수준의 가십거리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만 보고 있자면 명명백백히 밝혀진 국정원 선거개입마저 야당의 억지 주장인 듯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라가 이러니 종교계는 서로의 벽을 허물어 한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하고 배움의 광장이 되어야할 대학교에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오늘같은 날이 온 것입니다. 우리의 손으로 서민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 자들한테 권력을 쥐여줬기 때문에 오늘같은 날이 온 것입니다. 이번에 나라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후손들한테 더 절망적인 미래를 줄 것입니다.

저는 제 뒤를 이어 사회에 나올 아들이 있는 부모로서 그짓은 못하겠습니다. 시사뉴스를 보면 답답하고 이런다고 무엇이 바뀔까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내 아이한테까지 이런 절망감을 안겨줄까 두려운 마음이 더 큽니다.

나는 내 아이가 아플 때 병원비 걱정 없이 진료를 받으러 가고 싶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타고 나들이를 가고 싶습니다. 잠자던 아이가 악몽을 꿔서 무섭다고 하면 환한 불을 켜고 아이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보일러를 틀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선풍기를 켜고 싶습니다. 하루 12시간씩, 새벽에 일어나 다시 새벽이 올 때까지 공부만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가르치고 싶습니다. 의사, 검사, 교사 외에도 네가 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서 얻는 부는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고 싶습니다.

결국 내 아이가 사회에 나왔을 때 맞이할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내 팔에 매달린 아이를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집니다. 차라리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아이가 평생 내 품에서 살았으면, 그래서 가시밭길이다 못해 쇳물이 끓는 저곳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저는 용기를 냅니다.

자식이 있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들, 내 아이한테 나쁠까봐 물 한 잔도 꼼꼼히 따지는데 왜 대한민국은 따져보지 않으십니까. 여러분, 정말로 안녕들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카페에 올렸음



#안녕들하십니까#안녕하십니까#민영화#철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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