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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2012년 대선을 앞둔 5월 4일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울산 남구 달동 울산시당사에 민생우체통을 내걸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외면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2012년 대선을 앞둔 5월 4일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울산 남구 달동 울산시당사에 민생우체통을 내걸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외면했었다. ⓒ 새누리당 울산시당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한때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친박근혜 측근들로부터 전파되기 시작한 이 용어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보수층을 결집하는 자산으로 여겨져 두고두고 활용됐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과 신뢰'는 때로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면 내쳐지는 '불통'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의 그림자라고까지 불린 지지그룹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아래 박사모)이 앞장서 '배신자' 낙인을 찍고 가차없는 철퇴를 가하기도 했던 것.

그 대표적인 예로 전여옥 전 의원과 한때 친박근혜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서청원 의원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언행을 한순간 '비열한 배신자'로 찍혀 친박 그룹의 거부 대상이 됐었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가장 빈발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는 어찌 된 일인지 그동안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인사들이 화려하게 복귀됐지만, 외곽에서 영입하거나 박 대통령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진행한 검찰수장들이 다시 새로운 배신자로 내쳐지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아이콘이었던 원칙과 신뢰가 허물어지는 데 더해 원칙과 신뢰가 이중적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 의중 가장 잘 아는 박사모, 배신자들에 침묵하는 이유

기자는 지난 2007년 대선 과정과 2012년 대선에서 박사모 전담(?) 기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박사모와 관련한 기사를 많이 썼다. 줄곧 기사를 쓰면서 느낀 것은 회원 수가 7만 명이 넘는 박사모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박사모의 주공격 대상은 박 대통령을 배신한 정치인들과 관련됐다는 것이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다수 보수언론이 이명박 후보 측에 기울면서 친박 그룹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2007년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7월 9일 울산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예비후보 초청 지역 당원교육에서 일어났다. 박 후보가 그 전해 선거까지 유세지원으로 도와줬던 지역 정치인들이 이명박 후보의 눈치를 보느라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박 후보 측 좌장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총선과 지방선거, 보궐선거 등에서 도와준 정치인들이 모두 어디 갔느냐"이며 "이렇게 의리 없이 살아가야 하겠나, 나도 사나이인데 눈물이 난다"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관련기사: 박근혜 배반했던 정치인들 지금은?..."배알도 없나")

하지만 그런 김무성 의원도 2009년 이후 박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세종시 입장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입성하는 문제 때문에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당시 박사모는 "김무성 의원은 배지를 반납하라"고 몰아치기도 했고, 박사모의 무기명 회원 비밀투표에서 83%의 찬성으로 김무성 의원을 친박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둔 3월 24일,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수감 중이던 당시 서청원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전 대표가 옥중서신을 통해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6·2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말고, 한나라당과 조건없이 합당하자"고 전격 제안하자 박사모로부터 "차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가장 비열한 배신의 역사를 썼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같은 두 친박 좌장에 대한 '배신자' 규정은, 당시 박사모가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안다고 알려진 것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정도 담긴 것 아니냐 하는 해석도 나왔다.

배신자로 찍혔던 정치인들 복귀, 원칙 지키려던 사람들은 '찍어내기'

하지만 2012년 대선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박사모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김무성 의원이 올해 4월  부산 영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서청원 의원은 10월 '화성 갑'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당선돼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사모는 물론 보수층으로부터 과거와 달리 그 어떤 비난도 나오지 않았다.

권력의 속성상 두 정치인의 새누리당 공천이 곧 박 대통령 의중과 연관이 있다고 볼 때, 이들이 한 배신은 용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에 줄을 서면서 그동안 자신들을 도왔던 박근혜 후보를 외면했던 정치인들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근래 박 대통령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박사모로부터 그 어떤 지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나름대로 소신과 원칙을 지키려던 사람들은 잇따라 사표를 내거나 찍어내기로 내쳐졌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청장, 윤석렬 수사팀장이 그들이다.

이들이 새 정부의 복지 정책과,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에서 나름의 소신을 지키려다 내쳐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박사모 카페에서 과거 김무성·서청원 의원에게 쏟아졌던 비난이 이들에게 쏟아졌음이 이를 입증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렬 수사팀장, 그리고 진영 장관이 만일 2007년 대선 경선 때 배반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애를 보내는 정치인들처럼 그 어떤 선물을 들고 박 대통령에게 다가온다면, 과연 그들도 용서받을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박근혜 박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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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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