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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터넷매체들이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선후보를 비난하는 내용 등의 기사를 출처 표시 없이 '돌려쓰기' 형식으로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이 중복 게재한 기사는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직접 작성하거나 리트윗(퍼나르기)한 글과 내용이 유사했다. 국정원이 사실상 보수 인터넷매체를 통해 기사 콘텐츠 생산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9일 '국정원 연계의혹 보수 인터넷매체 실태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 기자가 쓴 원색적인 야권 비난·여당 홍보 기사가 여러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됐다"며 "'돌려쓰기'한 기사는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대량 유포한 내용과 중복된다"고 밝혔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국정원이 평소 보수 인터넷매체를 관리하면서 특정 기사를 주문·생산했고, 더불어 보수단체의 보도자료 작성·배포 과정에도 개입했다고 보도하면서 '국정원-보수단체-보수 인터넷매체' 연관 의혹을 제기했다(관련기사 : ①국정원, 트위터 확산 넘어 기사까지 '주문 생산', ②국정원, 보수단체 보도자료 작성·배포에도 깊이 관여). 민언련은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모니터 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국정원 소유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이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기사 목록 속 매체 ▲보수단체 활동을 적극 보도해온 매체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보수 인터넷매체,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기사 'Ctrl+c →Ctrl+v'

 11월 15일 일부 보수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기사
11월 15일 일부 보수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기사 ⓒ 민언련

 2012년 11월 26일~20일 보수 인터넷매체 기사 중복 건수 비율
2012년 11월 26일~20일 보수 인터넷매체 기사 중복 건수 비율 ⓒ 민언련

<독립신문>은 대선을 앞둔 지난 11월 15일 오후 5시 35분께 '연평도 포격 2주기, 자유진영 총궐기'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애국주의연대 등 이른바 보수단체들이 이 시기에 맞춰 집회와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취재는 최아무개 기자, 정리는 김아무개 기자가 맡았다.

그런데 20분 뒤, 또 다른 보수매체인 <IPF국제방송>이 위의 기사와 제목·내용이 100% 일치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취재·정리한 기자 이름도 똑같다. 이어 <뉴스파인더>도 매우 유사한 기사를 실었다. 제목과 부제, 본문 시작 두 문단은 <독립신문> 기사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취재기자도 동일하다. <업코리아> 역시 <뉴스파인더>와 내용이 같은 기사를 오후 8시께 실었다. 역시 같은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 외에도 보수매체들이 중복 게재한 기사는 여러 건 발견됐다. 11월 20일부터 30일까지 보도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보수 인터넷매체 7곳 중 5곳의 중복기사 비율이 70%를 넘었다고 민언련은 전했다.

<폴리뷰>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보도한 73건 전부가 타 매체 기사를 중복 게재한 것이었다. <독립신문>도 83건 중 79건(95.18%)이 다른 매체 기사와 동일했다. <서울톱뉴스>(74.19%), <뉴스파인더>(73.19%), <인터넷타임즈>(73.08%), <뉴스코리아>(57.78%), <업코리아>(57.14%)가 뒤를 이었다. 민언련은 보고서를 통해 "계열사가 아닌 이상 다른 매체의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아무런 출처 표시 없이 공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수매체들이 '돌려쓰기'한 기사가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유포한 내용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매체가 서로 중복 게재한 보도 내용은 ▲보수단체 활동 ▲야권 대선후보 비판 ▲여권 대선후보 홍보 ▲MBC노조 비판 ▲북한 안보문제 등에 집중됐다. 그동안 국정원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이 유포한 글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트위터 계정은 중복 게재된 기사·칼럼을 리트윗하기도 했다고 민언련은 주장했다.

유민지 민언련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야권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조직적으로 대량 유포한 것처럼, 보수 인터넷 매체들도 '돌려쓰기' 형태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국정원이 이들 매체를 관리해왔다는 검찰 조사 내용에 비춰보면, 이같은 보도행태는 상당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보수 인터넷매체 "서로 기사 공유하기로... 구체적 규정은 합의 안 해"

이외에도 민언련은 보수 인터넷매체들이 신문법이 요구한 조건을 어기고 '돌려쓰기'를 반복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문법은 한 주 동안 게재한 기사의 30% 이상을 자체 생산하는 요건을 인터넷신문에 요구한다. 11월 한 주 동안 70% 이상의 기사를 중복 게재한 일부 매체들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같은 활동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국회와 검찰은 국정원-보수 인터넷매체 간의 '검은 커넥션'을 수사해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묻고, 문화부와 서울시 역시 등록 요건 미달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을 확인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보수 인터넷매체 <폴리뷰>의 한 기자는 "자유언론인협회에 가입한 매체들은 서로 기사를 공유하기로 암묵적으로 협의했다"며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규정은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보수단체#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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