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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일부 요금제에서 3G 가입자들이 LTE(4G) 가입자들보다 요금은 더 내면서 음성·데이터·문자는 더 적게 제공 받는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 10일 <오마이뉴스>에도 3G 가입자들이 LTE가입자 보다 더 많은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불합리한 요금제를 지적하는 기사(관련기사 : LTE보다 15배 비싼 데이터... 3G는 속쓰리지)가 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정기간이 끝난 대부분의 3G 가입자는 전혀 속쓰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요금 다른 혜택... 3G 요금제는 손해다

 3G요금제와 LTE요금제 비교표
3G요금제와 LTE요금제 비교표 ⓒ 이윤기

3G 가입자들이 똑같은 요금을 내도 LTE보다 음성·데이터·문자를 적게 받는다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위 3G와 LTE 요금제 비교표 참고). 예컨대 KT의 3만4000원 요금제는 3G에선 음성 150분, 데이터 100MB, 문자메시지 200건을 주는데, LTE에선 음성 160분, 데이터 750MB, 문자메시지 200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3G 가입자는 LTE 가입자와 똑같은 돈을 내지만, 음성 통화 10분, 데이터 500MB를 적게 받고 있습니다.

SKT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G 3만4000원 요금제는 음성 150분, 데이터 100MB, 문자메시지 150건을 제공합니다. LTE에선 음성은 120분 제공하지만, 데이터는 550MB, 문자는 200건 사용할 수 있습니다. 3G 가입자가 음성 통화는 30분을 더 할 수 있지만 데이터 450MB, 문자는 50건을 적게 받는 것이지요.

정액요금이 2000원 차이 나는 상위 요금제에서도 차이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KT의 경우 3G 4만4000원 요금제는 음성 200분, 데이터 500MB, 문자 300건을 사용할 수 있는데, LTE는 4만2000원을 내고도 음성 200분, 데이터는 1.5GB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SKT도 3G 4만4000원 요금제의 경우 음성 200분, 데이터 500MB, 문자 200건인데, LTE는 4만2000원 요금을 내면 음성 180분, 데이터 1.1GB, 문자는 200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LTE 가입자는 3G 가입자에 비해 역시 음성 20분을 덜 받지만, 데이터는 600MB를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핵심은 통신사들이 3G가입자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LTE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3G 가입자들에게 더 적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과 동시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3G 고집하는 이유... 월 부담액 차이 크기 때문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것은 3G 가입자들에게 요금제도가 불리하게 돼 있는데도 왜 사람들이 LTE로 바꾸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최민희 의원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이런 불합리한 요금 제도에 대하여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3G를 사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3G 가입자가 LTE폰으로 바꿨을 때 매달 실제 부담하는 금액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저만 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LTE폰으로 교환해주겠다는 마케팅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아이폰4를 S전자의 최신 LTE폰으로 바꾸면 현금으로 40만 원을 주고, 영화상품권도 주고, 요금도 현행 요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S전자 폰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 아이폰5S가 나오면 바꿀 생각"이라고 답하면 쉽게 전화통화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폰5S로 교환해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5S가 나오면 교환하겠다는 저의 대답을 기록으로 남겨뒀다가 아이폰5S 출시에 맞춰 다시 전화를 걸더군요.

"고객님 전에 연락드렸던 OO통신 상담원입니다. 전에 아이폰5S로 바꾸시고 싶다고 해서 다시 연락드렸습니다. 최신 아이폰5S로 교환하시면 현금 16만 원을 지급해 드리고 요금제도 현재 사용하시는 요금제 그대로 LTE로 전환해드립니다. OO통신 가입자끼리는 음성통화 무료에 기본 데이터 이월도 가능합니다."

OO통신 상담원은 아주 좋은 조건이라며 아이폰5S로 교환을 권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기계값 할부금을 포함해 매월 부담하는 총액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LTE 5만5000원 요금제에 부가세와 기계값 할부금을 포함하니 매월 부담하는 금액은 무려 6만8000원이었습니다.

3G 가입자가 최신 LTE 스마트폰으로 기종을 바꾸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월 돈을 기존 3G요금제의 2배 가까이 더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2010년 9월에 2년 약정으로 아이폰4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엔 4만4000원 요금제를 사용하다가 통화 시간이 모자라고 데이터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5만5000원 요금제로 바꿨습니다.

아이폰4를 구입하고 2년 약정 기간 동안에는 기계값 할부금을 포함해 대략 매월 7만8000여 원을 부담했습니다. 하지만 2년 약정 기간이 끝난 뒤에는 기계값 할부도 끝나고, 요금할인도 이뤄졌기 때문에 매월 부담 금액이 3만7400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기계만 멀쩡하다면 바꾸지 않는 게 이익

 약정 끝난 3G 데이타 무제한(5만 5000원 요금) 요금제 매월 실제 부담액
약정 끝난 3G 데이타 무제한(5만 5000원 요금) 요금제 매월 실제 부담액 ⓒ 이윤기

저는 최신 LTE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에 비록 속도가 느리지만 3G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성 통화 300분, 문자 300건을 반값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2명도 아이폰4를 사용하고 있는데 LTE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들 역시 저와 같은 이유로 3G 요금제를 계속 이용하고 있지요.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 아이폰4를 함께 구입했다가 아이폰5로 바꾼 후배가 한 명 있습니다. 그가 휴대전화를 바꾼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던 중 고장이 났는데 비싼 수리비를 부담하는 게 손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답니다.

스마트폰이 고장나거나 배터리 수명이 다하지 않는 한 굳이 LTE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아이폰4의 경우 최신 기종과 똑같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기 때문에 몇 가지 최신 기능 사용만 포기한다면 굳이 새폰을 구입할 까닭이 없는 것이지요.

저의 경우 2년 약정이 끝나기 직전인 2012년 9월 초에 아이폰를 떨어뜨려 ON-OFF 버튼이 고장나는 바람에 보험처리를 하고 새것 같은 리퍼폰으로 교환했습니다. 최신 기종에 맞춰서 어플들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실행 속도가 좀 느리기는 하지만, 아직 배터리도 멀쩡하고 각종 버튼들도 잘 작동하기 때문에 굳이 새폰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3G 요금제가 LTE 요금제보다 비싼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정부와 통신 정책 당국자들은 3G 요금을 더 인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3G 요금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기 때문에 LTE로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기계만 멀쩡하다면 3G 사용자들이 최신 LTE 스마트폰 사용자의 반값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3G#LTE#아이폰5#통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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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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