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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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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는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명한 말로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할 때마다 자주 쓰는 말입니다.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書·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강명관 부산대교수(한문학)는 <조선의 책벌레들>(2007년, 푸른역사)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역사는 곧 의도를 갖는 책의 역사들이다, 책을 쓰는 사람은 곧 책에 몰입하는 인간들이다, 다름 아닌 책벌레들"이라며 "누가 세상을 만드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벌레들이 만든다고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책의 역사에서 인간을 해방 혹은 억압한 책들의 투쟁을 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조때 이덕무는 '간서치(看書痴·책 읽는 바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평생을 함께할 책 한 권을 갖는 것은 무척 복된 일입니다. 책을 통해 용기를 얻거나, 살아갈 방향을 찾은 책이라면 두고 두고 읽을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임영택·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는 마오쩌둥·정조·정도전·간디·체 게바라· 제퍼슨 등이 책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려줍니다.

박 대통령, '동서양 고전 글귀로 바로 세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여름 휴가를 갈 때 읽을 책 목록을 공개하거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곤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국제도서전' 축사에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성현들의 지혜가 담긴 동서양 고전들의 글귀가 저를 바로 세웠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고전이 박 대통령 인생관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에는 14명의 책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 언급된 여러 책 중 정조와 간디의 삶을 바꾼 책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더불어 개혁 군주로 손꼽히는 정조. 그가 할아버지 영조와 나는 대화 한 장면이 <영조실록>에 실려 있습니다.

영조 : 국가에 군주를 세우는 것은 군주를 위한 것인가? 백성을 위한 것인가?
정조 : 군사(임금이자 스승이 되는 사람)를 세우는 것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영조 : 군사의 책임을 감당한 사람은 누구인가?
정조 : 요·순·삼대의 군주가 그랬습니다. 삼대 이후로는 감당한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영조 : 너는 군사가 되고 싶으냐? 천하를 다스리는 스승이 되고 싶으냐?
정조 : 천하를 다스리는 스승이 되고 싶습니다.
영조 : 그 뜻이 크구나. 사관은 잘 기록해 두어라. 만일 천하를 다스리는 스승이 될 수 없다면 군사도 될 수 없을 것이니 저 사관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본문 75쪽)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와 토론에서 '군주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천하를 다스리는 스승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정조는 그런 군주가 되기 위해 책 한 권을 스승으로 삼았는데 그 책이 바로 <서경>이라고 합니다. 정조가 말한 '군사'는 <서경>에 나옵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치기 전 군대를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하늘이 백성을 도와 임금을 만들고 스승을 만든 이유는 오직 하느님을 잘 도와서 사방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죄 있는 자를 처벌하고, 죄 없는 자를 도와주는 일에서 내가 감히 히늘의 뜻을 어기겠는가?"(본문 75쪽)

은나라 주왕이 임금과 스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징벌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봉건왕조 시대 '천자(天子)'도 하늘의 뜻을 거스리면 제거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물며 민주공화국에서 인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배반한다면 인민의 힘으로 끌어 내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서경>은 "고요가 '임금이 현명하면 신하들이 어질어지고 모든 일이 편안해지네, 임금이 좀스러우면 신하들이 게을러지고 모든 일이 어긋나네'라고 노래를 부르자 순 임금은 절을 했다고 한다"면서 신하가 임금에게 경계의 말을 올리자 순 임금은 절을 할 정도로 귀와 가슴이 열린 사람이었다"고 전합니다.

정조, <서경>에서 소통 배워…'먹통 대통령' 박 대통령 <서경>을 읽으시라

귀와 가슴이 열린 임금, 그가 진정 백성을 위한 군주였습니다. 우리가 요·순 시대를 최고의 시대로 뽑는 이유는 많겠지만, 지도자들이 백성의 소리을 위하는 소리를 듣고 자신을 비판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 아닐까요.

정조는 '소통'하는 군주였습니다. 물론, 태생이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였습니다. 아버지 사도세자 죽음이 노론당에게 의한 것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론당과 함께하지 않으면 자신 역시 언제 죽을 수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그는 "옷을 벗지 못하고 자는 때가 몇 달인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정조는 결국 소통을 택했습니다.

"정조는 소통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아바지는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었고, 자신은 바늘방석 위에 앉은 세손 생활을 하다가 왕위에 올랐다. <서경>의 소통철학을 받아들이고 영조의 뜻을 이어 받아 탕평 정책을 계속 펼쳤다. 과거의 죄를 묻는 일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처리하고자 했다. 반대 세력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오직 옳고 그름만을 따졌다."(본문 79쪽)

고전에 많은 것을 배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경>을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읽지 않았다면 꼭 <서경>을 읽길 권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와 가슴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판 세력의 말은 아예 듣지 않고, 비판 세력에 대한 가슴 역시 차갑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오히려 잡아 넣기 바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국민대통합'을 외쳤는 데도 불통을 넘어 먹통이 된 모양새입니다. 야당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강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무기삼치 않고 약자와 눈높이를 맞추며 먼저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려는 쪽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진심을 보여줄 때 상대방은 내민 손을 잡아준다. 우리는 지금 불통이나 '쇼'에 불과한 소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조가 그리워지는 이유다. 정조가 이루고자 했던 소통과 대통합을 통한 대동사회 건설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겨져 있다."(본문 84쪽)

헨리 소로우는 <시민불복종>이라는 책에서 "사람  한 명이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자기에게 동조하지 않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두는 곳, 노예의 나라에서 자유인이 명예롭게 살 수있는 유일한 감옥"이라고 했습니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가르쳐야"

불의한 정부에 복종하느니, 정의를 따르다가 감옥에 갇히는 것이 더 낫다는 말입니다. 간디는 <시민불복종>을 통해서 비폭력 무저항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는 정의롭지 못한 정부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간디가 농장주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는 농촌 지역 사정을 조사하려고 하자 판사는 그 지역을 떠나라고 명령하지만 간디는 따르지 않았습니다. 체포된 그는 명령에 불복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서 나는 우선 나에게 내려진 명령에 복종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내가 찾아온 이 지역 사람들에 대한 나의 의무감에 상처를 입게 됩니다. 나는 지금은 그들과 함께 있어야만 그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에게 내려진 명령을 무시한 것은 법적 권위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우리 존재의 더 높은 법, 즉 양심의 소리를 따르려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요게시차다 씀·정영목 옮김, <마하트 마 간디>, 한길사, 2001. 재인용 117~118쪽)

채동욱·윤석열 검사는 국정원 부정선거 진실을 파헤치려 하다가 박근혜 정권에 의해 물러났습니다. 아이들을 더 정의롭게 가르치려다가 징계를 당한 선생님을 내치지 않았다고 전교조를 노조가 아니라고 합니다. 프랑스 교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부정선거로 당선됐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 하라"했다는 이유로 집권당 국회의원은 "대가를 치르게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당당하게 합니다.

불의와 반민주주의에 저항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헨리 소로우는 <시민불복종>에서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먼저 가르치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법에 불복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행복,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법이라면 지키지 않는 불복종을 통해 그 법을 개혁하자는 것"입니다. "법을 준수하는 국가 구성원으로서 한 명의 국민보다 양심과 정의를 추구하는 한 인간의 입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심에 따라 사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어

박근혜 정권, 아니 보수세력은 항상 '국가'를 강조합니다. 국정원 부정선거에 개입한 이들도 대부분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그 국가가 정의롭지 못하면,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먼저가 아니라 양심을 가진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소로우 주장이 지금 대한민국 인민들이 새겨야 할 중요한 내용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정의를 위해 나 한 사람이 저항하면 그것이 밀알이 되어 수만, 수십만, 수백만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국정원 부정선거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선한 사람이 되어 전체를 발효할 수 있는 효묘가 되어야 합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할 때입니다. 양심에 따라 사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인민들이 양심에 따라 저항하는 것은 막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막으면 인민은 박근혜 정권에 불복종해야 합니다. 그게 민주공화국입니다.

박 대통령이 올 겨울 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꼭<서경>과 <시민불복종>을 챙겨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임영택·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3000원)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 명사, 그들이 만난 고전

임영택.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2013)


#박근혜#정조#간디#시민불복종#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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