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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보선에서의 민주당의 패배는, 대놓고 말하기가 남세스러워서 그랬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었다. 두 지역구 모두 친 여당 성향이 강한 곳으로, 애초에 민주당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지역구였기 때문이다. 손학규 고문의 경기 화성갑 출마 고사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민주당에게는 패배 자체보다는 이번 게임에 대한 냉정한 복기와 함께 패배를 둘러싼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주고받는 공방의 수습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역 이슈 중심으로 임했어야

'서청원의 귀환'의 장이 된 경기 화성갑은 수도권이기는 하지만 농촌 지역이 많다. 지역 특성상 유권자들의 표심이 수도권 이슈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지역 현안과 관련되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리라는 것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재보선의 상황까지 겹쳐진 형국에, 지역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답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역 현안보다는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렀다.

당내 강경파든, 온건파든 냉정한 판단 하에 지역 이슈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아무리 어려운 지역구였어도 최소한 더블 스코어 패배쯤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수상한 계절이 도래하고 날벼락같은 사건이 터졌더라도, 선거는 보다 냉정하게 임했어야 한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분열, 하루빨리 수습해야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당의 당내 분열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정국을 방어하며 야당을 향해 '정쟁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재보선에서의 여당의 '예견된 승리'는 이러한 공세에 더욱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온건파는 강경 투쟁을 접어야 한다고 말하고, 강경파는 더욱 더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한길 지도부 체제가 이 둘 사이에서 중심추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결국 이 정국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제1야당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이 절실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이러한 갈등의 빠른 수습과 봉합이 급선무다.

질 때도 잘 져야 한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원래 두 개의 지역 외에도 9개의 지역이 더 거론되었었다. 하지만 9월 말까지 대법원의 당선무효형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이들 지역에서의 선거는 후로 미뤄졌다. 만일 두 곳에서만 선거를 치르는 '초경량 선거'가 아니라 보다 판이 커졌다면, 정권 심판론의 불씨도 타오를 수 있었다는 점은 민주당에게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원래 선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하지만 정치 판도가 단 한 번에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질 때도 '잘 져야' 한다. 낙법을 써서라도 부상을 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선거에서의 민주당의 대응은 조금 아쉬웠다. 김한길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냉정히 분석하고, 판이 커질 가능성이 큰 내년 7월 재보선의 전략을 준비하며 향후 정국 대응와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재보선#민주당#서청원#화성갑#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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