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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점령한 밀양, 인권은 사라졌다."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로 구성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밀양 구간)' 공사 재개 뒤 인권감시 활동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30일 오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는데, 이에 앞서 인권침해 상황을 밝힌 것이다.

대책위 "경찰이 주민 채증 위해 몰카 사용"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인권침해감시단·대책위는 경찰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채증하면서 '몰래카메라(몰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밀양에서 채증으로 인한 위협이 심각히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발견된 장비는 주민들에게 '몰카'와 같은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며 "밀양에서 벌어지는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의 정도를 볼 수 있는 여러 정황 중에 하나"라고 밝혔다.

이들이 제시한 몰카는 한 업체에서 생산한 'Full HD 캠코더를 내장한 고휘도 LED 플래시'다. 인권침해감시단·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주민들을 채증하는 한 경찰관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이 장비를 사진으로 찍어 이날 공개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경찰이 몰카로 주민들을 채증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며, 경찰이 용역이나 흥신소, 범죄집단이 하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그 장비는 고화질로 녹화는 우수하나 녹음거리와 기능은 여타 캠코더와 동일하며 조달청에 정식 등록된 제품"이라며 채증할 때 카메라의 형태에 대한 법적 규정은 따로 없고 경찰법 등에 따라 채증가능한 것이다고 말했다.

"밀양주민들도 민주주의를 호흡하며 살고 싶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이남우(71, 부북면)씨는 "주민들은 8년째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런 생활이 24시간, 365일에다 곱하기 8년째다"며 "주민들은 몸과 마음 모두 망가졌으며, 70~80대 노인들이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송전탑 반대는 인간존엄성을 지키는 정의로운 일이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며 "밀양에서는 지금 경찰에 의해 폭력이 가해지고 있으며, 공산주의와 같은데, 우리는 민주주의를 호흡하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밀양에서 인권감시 활동을 벌인 미류씨는 "경찰은 공사방해를 막겠다며 공사 현장에서 5km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주민들을 막고 있는데, 길 가에 앉아 있어도 통행방해라고 한다"며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자유를 침해 당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채증으로 개인 초상권 침해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민식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는 "며칠 전 의경이 트랙터를 몰고가는 주민을 제지하다 넘어져 찰과상을 입었는데 그 주민은 구속되었다"며 "그런데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500여 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몸에 피멍이 들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우리가 경찰에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관으로부터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경찰이 법을 지켜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주민들의 삶터인 마을에서 즉각 철수하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인권침해감시단·대책위는 경찰에 대해 "주민들의 삶터인 마을에서 즉각 철수할 것"과 "주민들에 대한 신체적 폭력과 비인도적 조치, 모욕적 언행을 중단할 것", "주민들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밀양의 각 공사 현장과 인접한 마을에는 주민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경찰병력이 상주하다시피하며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경찰은 실정법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의 공사 진행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 경찰력이 행사되는 규모와 통제의 수준은 그것이 필요한 범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주요하게 경찰의 경비 작전이 이루어지는 곳은 공사 현장과 그 경계가 아니라, 공사 현장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주민들의 농성장이나 그곳으로 향하는 도로, 혹은 산길로 최소한 1~2km, 많게는 5~6km는 떨어져 있는 마을"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마을에서부터 주민들이 산길로 들어서는 것 자체를 막거나, 공사 현장 근처의 농성장에 모이거나 시민들이 그곳에 방문하는 것을 막고, 아예 마을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의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직권남용의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채증에 대해, 이들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무리한 경찰력의 행사에 주민들이 입을 열 낌새만 있어도, 경찰의 채증 카메라들은 위협적으로 들이 대어진다"며 "마을에 드나드는 사복 경찰들은 주민들의 이름과 성향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데, 사실상 경찰의 채증 활동은 범죄에 대한 증거 수집이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감시 사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이들은 "헌법은 신체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법률에 의해 예외적으로만 제한된다"며 "그러나 현재 밀양 공사 현장의 주민들은 사실상 이러한 자유들의 박탈을 경험하고 있으며, 자의적인 경찰 통제 아래에서 자유와 권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침해감시단·대책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고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한전의 무리한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경찰은 주민들에 대한 비인도적 조치까지 감행하며 주민들의 항의 의사를 제압하고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과 피해 주민에 대한 회복적 조치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면서 "경남경찰청 국정감사는 이러한 경찰의 인권침해 내용을 파악하고, 경찰이 밀양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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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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