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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 분석에 참여했던 장기식 경찰청 디지털 분석관은 당시 중간수사 결과 보고서 등에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혐의사실'이란 표현이 쓰였다고 18일 증언했다. 그는 이날 열린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8차 공판에서 "(당시 보고서에 '혐의사실 내용을 발견하지 못함'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 분석관은 "일반적으로 본청(경찰청) 분석관들은 '혐의사실'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며 "당시 본청에서 파견된 분석관들 사이에서 '혐의사실'이란 문구 때문에 보고서에 서명을 해야 하나 마냐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 분석관은 본청에서 서울청으로 파견되어 분석에 임했던 분석관이다.

지난해 12월 16일 경찰은 서둘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표현을 사용해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서울경찰청 디지털 증거분석팀을 이끌었던 김보규 전 팀장은 지난 11일 열린 7차 공판에서 자신이 '본 사건 관련 내용이 발견되지 못함'이라고 쓰여 있던 초안 문구를 '혐의사실 내용을 발견하지 못함'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장 분석관은 이 '혐의사실'이란 말을 디지털 증거 분석관들이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혐의라는 표현은 수사담당자가 쓸 수 있는 표현이지, 분석관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단어를 쓰지 않고 (분석) 의뢰 요구사항이 있으면 그에 따라 '있습니다' 또는 '없습니다' 그렇게 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 분석관의 이날 증언에는 검찰 조사 때보다 다수 후퇴하는 대목이 있었다. 검찰은 그에게 "검찰 조사에선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 보고서 마감 시간도 촉박해서 그랬다'고 진술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장 분석관은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진술했고, 우리(본청 분석관들)가 논의할 때 서울청 직원이 있던 걸로 (잘못)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또 다른 증인인 장병덕 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과정이 이례적이었음을 인정했다.

정상적인 과정은 분석팀에서 분석결과를 수사팀에 보내면, 수사팀이 내용을 검토해 보도자료를 작성한 뒤, 내부 보고 절차를 거쳐 발표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6일 국정원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의 경우 수서서 수사팀이 사실상 배제된 채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 등 핵심 내용을 서울경찰청에서 작성했다. 장 전 대장은 이런 이례적인 과정을 거친 이유에 대해 "그때는 이미 밤 11시에 발표한다고 결정이 돼 있는 상황이라 시간에 맞추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팀장 배제에도 검찰 측 꼼꼼히 증인 신문 이어가

한편 이날 공판 진행 도중 특별수사팀 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 보직 해임 소식이 전해졌다. 공판에 윤 팀장은 참여하지 않았으며, 그 밑에 있는 박형철 서울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장이 검사 2명과 함께 공판에 임했다.

수사팀장이 전격 경질당한 수사팀이었지만 검찰 측은 차분한 모습으로 9시간 동안 두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을 소화했다. 전날 전격적으로 트위터 담당 국정원 직원들을 압수수색하고 긴급체포했으며, 이날 오전 공소장변경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탓에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여느 공판 때처럼 증인 진술과 증거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다만 새로 수사팀의 수장이 된 박형철 부장검사는 공판 과정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재판을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앉아 있는 동안 밖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고 검사들도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다"며 수사팀의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검사들에게 "이 재판은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힘들겠지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김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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