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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감도
조감도 ⓒ 시흥시

이미 곳곳에서 부실주의보가 내려진 사업방식을 경기도 시흥시가 답습하고 있어 또 다른 부실 사례 발생이 우려된다. 

경기도 시흥시는, 매화동 164번지 일원(37만6097㎡)을 '매화일반산업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 민간자본 유치를 위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 사업비 약 2200억 원을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를 발행해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리스크 부담 문제다. 계획대로라면 모든 리스크를 시흥시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민간 사업자인 현대엠코 컨소시엄이, 대출 만기 시점에 미분양 용지 또는 이에 상응하는 신탁수익권 및 대출채권을 시가 매입해줄 것을 요구해 시흥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분양이 잘 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분양이 안 돼 분양 수익금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 책임은 모두 시흥시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방식은 형평성 문제 등의 이유로 이미 경기도 군포시에서 논란이 일었던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경기도 군포시는 지난 8월에 우선 협상대상자인 '현대엠코컨소시엄'과의 협상 결렬로 인해 공영개발인 군포시 직접 개발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역시 '리스크 부담 문제'였다. 당초, 군포시와 컨소시엄은 미분양 문제 등, 산업 단지 조성 사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시흥시처럼 100% 군포시가 떠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4월경, 지자체가 리스크를 100% 떠안는 방식의 불합리함과 위험성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 리스크를 출자 지분만큼 공동으로 부담하는 협상이 시작됐다. SPC 출자지분은, 공공에서 51%를 민간에서 49%를 소유한다. 따라서 군포시는 출자 지분만큼 리스크도 공동으로 부담하자고 현대엠코에 제시했던 것.

그러던 중, 감사원이 투자 지분에 따라 리스크를 공동 부담해야 한다고 지난 5월 권고했고, 이를 조율하기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은 '현대엠코콘소시엄'이 출자지분에 따른 공동 리스크를 부담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최종 결렬됐다. 군포시는 '현대엠코컨소시엄'에 대한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29일 공고했다.

민자 유치 산단 조성 지자체, 곳곳에서 부실

군포시처럼 공영개발로 사업 방향을 바꾸지 않고, SPC를 설립해서 'ABCP'를 발행, 산업단지 개발에 나선 지자체는 사업이 완료된 곳을 포함해 약 20여 곳이다. 조달한 자금 규모는 약 2조 원에 이르는데, 업계는 1조원 이상이 부실 우려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와 전남 함평군, 나주시가 SPC 채무보증으로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 천안시는 ABCP 자금을 써서 첨단 산업단지 확장 사업을 벌였다가 분양 부진으로 세 차례나 보증연장을 하며 수백억 원의 금융비용을 낭비했다.

함평군은 ABCP 550억 원을 '동함평산단' 개발자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연 6.4%의 2년 치 선이자 70억 원과 투자 자문료 16억5000만 원을 ABCP를 발행한 부국증권과 이를 알선한 투자자문회사에 지급했다. 차입금을 상환할 때까지 매년 이자 34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주시는 왕곡동 일대 미래 산업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을 맡은 특수목적 법인(SPC)에 채무보증 합의서를 써줘 SPC가 부국증권에서 발행한 ABCP 2000억 원을 차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

문제는 금융비용이었다. 합의서에 따라 나주시는 부국증권에 연 6.5%의 2년 치 선이자 260억 원과 어음 발행 비용 5억 원 등 총 265억 원을 지급했다. 또한 이를 알선한 금융 중개업체에 알선료 77억 원을 지급했다.

나주시는 합의서에 따라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오는 5월 말까지 2000억 원을 상환하지 못 할 경우 연 19% 지연이자로 매달 31억 원을 내야 한다.

시의회 반대로 사업 중단되기도

 시흥시는 9월 26일 시흥 비지니스센터 컨벤션 홀에서 매화산업단지 기업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시흥시는 9월 26일 시흥 비지니스센터 컨벤션 홀에서 매화산업단지 기업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 유혜준

이렇듯 부실주의보가 내려지다 보니 시의회 반대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는 시의회 반대로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청주 시의회는 "돈만 빌려 주면 16개월 이내에 보상, 이주, 문화재 시·발굴 등 행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주겠다는, 그러지 못하면 대주단에 '손해배상'까지 하겠다"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 의무부담 변경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경기도 용인시의회도 덕성산업단지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용인시의회는 '덕성산업단지 조성 PF사업 미분양용지 의무 부담 동의안'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한편, ABCP란 유동화전문회사가 기업의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말한다. 저리로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업체가 발행하는 것으로 이자가 높은 편이다. 시흥시에 따르면, 매화 산단 조성을 위해 발행하는 ABCP 이자율은 4.8%다.

금융전문가들은 ABCP를 달리는 두 발 자전거에 비유한다. 바퀴가 멈추면 쓰러지듯 현금흐름이 잠시라도 멈추면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파국을 맞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다. 용산 개발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는 ABCP 이자 52억 원을 지급하지 못해 파국을 맞이했다.

시흥시는 지난달 26일 시흥 비지니스센터 컨벤션 홀에서 매화산업단지 기업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업인과 투자자 등, 약 100명이 설명회 자리에 참석했다.


#시흥시#매화산단조성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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