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폭풍전야 같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와 평밭마을 127~129번 송전철탑 주변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지만,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조용'하다.

한국전력은 84번, 89번, 95번, 109번, 126번 철탑 현장의 5곳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사는 야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공사 현장 입구 쪽에는 주민과 경찰들이 충돌하면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천주교 수녀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 철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천주교 수녀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 철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천주교 수녀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 철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천주교 수녀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 철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 윤성효

또 밀양시는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특히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건설장비 적치장' 앞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을 시도하면서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상대적으로 127~129번 철탑 현장은 조용하다. 평밭마을 입구에는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았다. 이곳과 127번 철탑 현장을 비롯해 3곳에는 움막을 설치해 놓았다. 주민들은 24시간 농성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공사 재개하면 127~129번 철탑부터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이곳은 제외되었다. 밀양에 아직 짓지 못하고 있는 송전탑은 총 52기이며, 한국전력은 철탑 1기를 세우는 데 3개월 가량 걸린다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왜 이곳을 공사 재개 대상에서 제외했을까. 한국전력은 "현재 계획은 공사 대상에 12번 철탑은 제외되어 있고, 지금은 5곳에서만 공사를 한다"며 "5곳의 공사 상황을 보아 가면서 다른 현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다른 견해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장을 주민들이 장악하고 있고, 워낙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니까 한국전력에서 쉽게 공사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지난 5월 20~29일 사이 공사를 벌였을 때, 이곳 주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강하게 반발했다. 할머니들은 경찰이 입구를 막자 옷을 거의 다 벗고 저항했고, 오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127번 철탑 현장에 새로 움막을 짓고, 그 앞에 성인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무덤을 파놓았다. 주민들은 '죽음'을 각오하면서 송전탑 공사를 막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장재분(57·위양리)씨는 "만약에 공사를 시작하면 우리는 기동성 있게 막아낼 것"이라며 "주민들은 똘똘 뭉쳐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127~129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움막과 함께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127~129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움막과 함께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고 있다.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천주교 수녀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 철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3일 천주교 수녀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 철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 윤성효

추석 전후부터 움막에서 지내는 주민들이 많다. 윤여림(75)씨는 지난 한 달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움막을 짓고 무덤을 팠는데, 공사 재개 소식이 알려진 뒤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엿새동안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곽정섭(67)씨는 "추석 이틀 뒤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 사이 한 번 집에 내려갔다가 옷을 갈아 입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여자로서 우리를 위해 한 마디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여기 있는 할머니들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 나이와 비슷한데, 어떻게 이렇게 고생시킬 수 있나"고 덧붙였다.

또 그는 "움막에서 하는 할머니들 거의 대부분은 감기에 걸려 있는데,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하지만 '악'으로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씨는 부북면 위양리 지시골마을에 사는데, 한국전력은 공사 재개 전 '세대별 개별보상'에 합의한 마을이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개별보상에 합의하며 송전탑 공사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씨는 "송전탑에 찬성하는 한 주민이 찾아와서 도장 찍어달라고 하던데 거부했다"며 "우리가 그동안 고생해 온 게 아깝지 않나. 보상금이 몇 백만원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보상도 필요 없다고 했고, 보상 받고 해줄 것 같으면 벌써 동의해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127~129번 철탑에 대한 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지만, 주민들은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몰라 낮과 밤에도 집으로 가지 않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주민들이 움막 농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천주교 수녀를 비롯한 전국에서 격려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127~129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움막과 함께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127~129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움막과 함께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고 있다.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127~129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움막과 함께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127~129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움막과 함께 농기구와 밧줄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고 있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