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비가 온 뒷날, 우리 동네를 한바퀴 돌며 산책을 하던 중에 어디선가 애처로운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해서 가만 보았더니 길 옆 밭 가운데서 나는 소리였다.
고양이가 안 보이는데 참 이상하다 해서 살펴 보는데, 아뿔싸! 작은 흙 무더기 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흙덩이를 가만 건드려 보았더니, 이런,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밤새 내린 비로 흙탕물 속에서 굴렀는지 온통 흙덩이를 뒤집어 쓰고 햇볕에 말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살려달라고 우는 애처로운 아기 고양이 소리에 차마 발걸음이 안 떨어져 고양이를 감싸안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우리 동네 구순 할아버지 댁에 들렀다. 마당가 수돗가에 앉아서 대충 씻긴 다음에 집에 데려왔다.
아기 고양이를 자세히 보니 이제 배밀이하는 갓난쟁이다. 치아도 앞이빨 두 개가 마치 실리콘처럼 말랑하다. 아직 사료 먹기에는 어린 고양이. 마침 우리 집 개가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중이라 강아지 어미 품에 살며시 넣어주었다.
다행이 어미개가 아기 고양이가 불쌍했는지 젖을 먹여준다. 자기 강아지도 다섯 마리나 되는데 아기 고양이까지 여섯 마리를 젖 먹이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쪼끄만 아기 고양이는 냄새를 맡더니 이내 찰싹 달라붙어 어미개 젖을 먹는다. 어미개는 아기 고양이를 핥아주고 돌보아준다. 동물도 사람처럼 모성애가 있음을 보고 감동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