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봄나물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쑥이다. 쑥버무리, 개떡을 만들어 별미로 먹기도 하고 냉이와 쑥과 된장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봄날의 밥상을 풍성하게 한다. 삶아서 말린 쑥은 가루를 내어 보관했다가 절편을 만들 때 넣으며, 환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렇게 봄날이면 인기가 있던 쑥도 봄날이 갈 즈음이면 연한 이파리들이 쇠게 된다. 아마도 그 무렵부터는 쑥이란 존재가 다른 풀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 다른 풀들이 많이 자랐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이 쇠버린 쑥에서 멀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되면 쑥이 익모초와 함께 한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베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꺽다리가 되어 버린 쑥은 봄에 만난 여리고 작은 쑥과는 그 모습이 달라져 관심 밖이다. 그런 까닭에 꽃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나조차도 이제서야 쑥꽃의 실체를 제대로 보게 되었다.
늘 그곳에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그 모습을 보았으니, 오늘에서야 그와 나는 제대로 만난 것이다. 봄에 쑥이 올라오면 쑥을 뜯으러 가지 못해 들썩들썩하던 몸이, 가을이 오면 꽃을 보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꽃을 보기 위해 기꺼이 안경을 들어 올릴 것이다.
그냥, 꽃 같지도 않은 꽃술들만 모여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참쑥의 꽃도 제법 볼 만하게 수수하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