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갈등 8년 만에 어렵게 마련된 국무총리와 반대 주민들의 면담이 도중에 결렬됐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현장을 찾아 송전탑 갈등 해결에 직접 나섰다"고 했지만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 총리와 반대주민 대표의 면담은 11일 오후 4시 20분경 밀양시 단장면사무소에서 열렸다. 주민대표는 이남우(부북면)·백영민(상동면)·안영수(산외면)·양윤기(단장면)·최민자(가르멜수녀원 대리인)씨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신부)가 참여했다.

이날 면담은 시작 10여분 만에 결렬되고 말았다. 김준한 신부는 정 총리한테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아래 특별지원협의회)의 보상안 발표와 '밀양 선 밸리 태양광사업 협약' 체결을 할 것인지를 물었고 이에 정 총리는 머뭇거리다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 답변했다. 이에 김준한 신부 등 주민 대표들이 면담장을 박차고 나왔던 것.

'특별지원협의회'는 목진휴 국민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송전탑 찬성 주민과 한국전력공사, 밀양시, 경상남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 2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지원협의회는 송전탑 주민 보상안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반대 주민들은 이를 반대해 왔다. '밀양 선 밸리 태양광사업 협약'은 한전이 송전탑 공사에 대한 지역보상책으로 제시한 사업이다.

태양광사업은 산업통상부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전력 등이 추진하는데, 이날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협약식을 열었다. 정 총리는 단장면사무소에서 면담을 가진 뒤 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협약식 유보가 아니면 정 총리가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당초 주민들, 공사 재개 수순 밟기라며 면담 거절"

국무총리의 밀양 방문 계획은 9일부터 알려졌다. 반대주민들은 처음에는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한 수순밟기라면 총리를 만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경과지 주민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국무총리 면담 조건을 제시했다.

반대주민들은 정 총리가 11일 반대주민 대표 면담 뒤 밀양시청에서 있을 '특별지원협의회'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했다. 이들은 "정 총리가 반대측 주민들을 만난 직후에 보상안 발표를 하는 것은 결국 반대주민들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반대주민 사이에는 "국무총리가 소수에 불과한 찬성측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론이 일었고 "간담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11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사업 MOU 체결이 유보됨에 따라 애초에 예정된 면담에 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반대주민들은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이 유보되거나 정 총리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김준한 신부가 정 총리와 면담하면서 처음부터 이에 대해 물었던 것이다.

반대대책위 "정 총리 두 일정 취소하기로 해놓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계속해서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피켓 등을 들고 나와 있는 모습.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계속해서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피켓 등을 들고 나와 있는 모습. ⓒ 윤성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면담 결렬의 책임을 정부 측에 돌렸다. 면담 성사를 위한 논의는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과 총리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주로 진행해 왔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면담에 대해서는 9일부터 협의했고, 주민들과 논의를 거쳐 10일 오후 6시경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사업 MOU' 유보나 취소 없이는 만날 수 없다고 산업부에 면담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러자 그날 저녁 8시경 총리실과 산업부 등 여러 경로에서 면담 거절 의사 번복 요청이 들어왔고, 산업부 관계자는 총리께서 반대 주민들을 꼭 만나고 싶어 한다기에, 주민들의 요구를 전달하여 만남이 성사되도록 알아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11일 오전 9시경 정부측에서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사업 MOU 체결을 유보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단장면사무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도 정부측과 정 총리의 밀양 방문 일정에 대해 협의를 했는데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사업 MOU 체결'에 대해 우려하자 정 총리가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다른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 회의는 주민 대표들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막을 수 없다고 했고, 대외적으로 발표(보상안 합의)는 없도록 해달라고 해서 보도자료도 일체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태양광사업 MOU 체결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를 한 적이 없고, 면담에 조건을 붙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며 "면담 때 김준한 신부가 두 가지에 대해 물어 정 총리께서 대답을 조금 망설이기도 했는데,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계삼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주민들의 요구는 보상안 합의 발표를 유보해 달라는 것이었지 보도자료를 내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총리가 있는 자리에서 태양광사업 MOU 체결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결과적으로 '특별지원협의회' 보상 발표와 '태양광사업 협약' 일정 모두 다 한 셈이 되었다"고 밝혔다.

산업부 "반대대표들 일방적으로 대화 거부하고 퇴장"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면담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했다. 사진은 정 총리와 면담 도중 결렬을 선언하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반대주민 대표들의 모습.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면담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했다. 사진은 정 총리와 면담 도중 결렬을 선언하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반대주민 대표들의 모습. ⓒ 윤성효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홍원 총리가 11일 밀양 송전선로 건설 관련 갈등 중재를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역기관장과 특별지원협의회, 주민대표, 반대주민들을 차례로 만나 사업 재개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며 "이번 방문은 8년 이상 계속되어 온 밀양 송전선로 갈등으로 주민들이 받는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주겠다는 총리의 결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부는 "정 총리는 '전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밀양주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히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업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수용해 주길 간곡히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산업부는 "단장면 사무소에서 반대주민들을 만난 정 총리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전기부족으로 국민들이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애국적 차원에서 마음을 열고 도와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으나, 반대대표들은 태양광사업 MOU 체결에 반대하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퇴장했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정홍원 국무총리#산업통상자원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