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17일(토) 맑음.콜로세움, 개선문 그리고 화산재 속에서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폼페이…. 이탈리아에는 천년을 넘은 나이를 자랑하는 그런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인스부르크나 잘츠부르크는 그에 미치지 못했지만 기본이 6~700년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석굴암이나 화강암의 탑 등 석조물을 제외하고 천년을 넘긴 건축물은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 남아있지 않은 까닭은 목조 건축물의 특성상 석조 건축물에 비해 수명이 짧은 원인이 크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 오래된 건축물이 남아있지 못한 원인은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전란을 경험했던 우리 조상들은 후대에 남은 단단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에 신경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백성들 집의 규모조차 제한하고 집을 지을 경제적인 활동을 법으로 금했던 수탈의 정치에서 백성들은 뜻이 있어도 크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불안, 국가의 수탈로 인해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없었던 불행의 역사 속에서 뜨내기처럼 현실의 고통을 감내하고 살았을 우리 조상들을 생각하면 수 백년 된 건축물이 남아있는 못한 현실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2차 대전의 피해를 입은 곳이라고 했지만 파괴된 성당을 원형대로 복원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역사가 참으로 아팠다. 고작 30년 된 시멘트 건물(아파트)을 재개발한다는 우리의 현실이 뜨내기처럼 살았던 역사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은 더 아팠다.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정원,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 아름다운 상징적 조형물을 간판으로 내건 구 시가지의 건물들, 7일 만에 열린다는 시장의 풍경, 관광객을 실은 마차가 오가는 레지던츠 광장,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으나 복원했다는 대성당은 물론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의 추억을 상품화하여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나라.
그걸 보겠다고 자발적으로 달려간 나.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비슷비슷한 발음의 지명 그리고 건물과 사람들 때문에 사진을 찍은 장소조차 기억할 수 없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걸 염려할 시간이 아니었다.
덧붙이는 글 | 동유럽 여행은 8월 13일부터 24일까지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한겨레 블러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