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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마늘수매로 마늘농가만 피해 태안지역의 다른농협보다 한달여 늦게 마늘수매를 한 원북농협이 수매가도 최대 400원 낮게 책정해 마늘농가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원북면 청산리의 한 마늘농가로 비닐하우스 안에 수매하지 못한 마늘이 썩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뒤늦은 마늘수매로 마늘농가만 피해태안지역의 다른농협보다 한달여 늦게 마늘수매를 한 원북농협이 수매가도 최대 400원 낮게 책정해 마늘농가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원북면 청산리의 한 마늘농가로 비닐하우스 안에 수매하지 못한 마늘이 썩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김동이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때 희망을 갖는데 올해는 희망이 사라졌다. 농민들은 농협을 믿는다. 하여 농협이 7월 초 마늘을 수매한다고 (마늘농가에) 공문을 보내와서 그에 맞게 수매 준비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한 달만인 8월 5일에 수매를 해 마늘이 썩고, 수매가도 터무니없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매 시기는 지났지만 너무 억울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청산리에서 4000여평에 마늘농사를 짓고 있는 김아무개(56)씨는 집 인근의 비닐하우스에서 썩어가고 있는 마늘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김씨의 비닐하우스 안에 박스에 담겨 가득 쌓여있는 마늘은 손으로 만지자 속이 비고 썩어 손자국이 그대로 남을 정도로 푹 들어갔다. 말 그대로 속 빈 마늘이다. 물론 상태가 이렇다보니 상품가치도 잃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수십상자에 이르는 썩은 마늘을 비닐하우스에 쌓아두고 있는 것일까.

원북농협 "7월 초 마늘 수매할테니 준비해라"

수매를 하지 못해 비닐하우스에서 썩어가고 있는 마늘 김씨가 마늘을 들어 힘을 주자 마늘이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수매를 하지 못해 비닐하우스에서 썩어가고 있는 마늘김씨가 마늘을 들어 힘을 주자 마늘이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 김동이

김씨는 올해 4000여평의 밭에 스페인산(대서마늘) 마늘을 심었다. 하지만, 일기가 좋지 않아 기대했던 수확량만큼의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김씨가 수확한 올해 마늘 수확량은 모두 350여망. 1망당 21kg 정도니 무게로 환산한다면 7350kg의 마늘을 수확한 셈이다.

이에 김씨는 이미 마늘수매를 했던 다른 농협의 수매가를 고려해 350망 모두 1등급을 받았을 경우 킬로그램당 2000원을 받았을 때 70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려 700여만 원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손해는 보지 않겠거니 하는 생각에 위안을 삼았다.

때마침 원북농협에서도 수확기에 맞춰 7월 초 마늘 수매 계획이 담긴 공문을 마늘농가에 보내왔다. 김씨를 비롯한 마늘농가에서는 공문에 제시된 대로 7월 초 마늘수매에 맞춰 마늘을 망에 담아 수매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마늘을 수매하기로 했던 7월 초가 지나도록 원북농협 측에서는 수매는커녕 날씨를 핑계로 수매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원북농협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계약한 분들 때문에 7월 초에 마늘수매를 할 계획으로 (수매) 준비를 해달라고 했고 보관을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하지만 계속 비가 오고 비가림 시설이 없어 수매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마늘수매 지연 이유를 날씨 탓으로 돌린 원북농협은 공문에 제시된 7월 초보다 한 달여가 지연된 지난 5일 마늘수매를 시작했고, 5일과 6일에는 이원지점, 6일과 7일에는 정부 비축구매를 실시했다.

그러나, 본래의 수매시기보다 이미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김씨를 비롯한 마늘농가에서 준비해 뒀던 마늘은 썩거나 물이 빠져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하여 당초의 수매량에서 크게 못 미치는 양만을 수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특히, 7월 초 1등급을 받을 만큼 실했던 마늘은 한 달이 지나는 동안 하품으로 전락해버렸고, 심지어 수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썩어버려 결국 김씨를 비롯한 마늘농가들의 비닐하우스에는 썩은 마늘이 담긴 상자가 쌓이게 된 것이다.

김씨의 경우에는 350망 정도를 수확했는데, 이 모두를 수매하려했지만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70여망 1400여kg 정도가 상품 가치를 잃어 버렸고 결국 원북농협의 수매에 150여망, 정부수매에 130여망을 수매하는데 그쳤다. 1등급을 기준으로 한다면 280여만 원 상당을 손해 본 셈이다.

더군다나 원북농협은 한 달여 늦게 수매를 하면서도 태안지역내 다른 농협보다 최대 400원이나 싼 가격에 매입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마늘농가들은 한 달이나 늦게 수매를 했으면 다른 농협과 동일한 가격에 수매를 했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먼저 마늘을 수매한 태안농협, 남면농협 등은 스페인산(대서마늘)의 경우 1등급은 2000원, 2등급은 1700원에, 3등급은 1300원에 수매를 했으며 중공산(대만)은 2700원에 수매했지만, 원북농협은 상품은 1600원, 중품은 1300원, 하품은 900원에 수매해 최대 400원의 차이를 보였다.

그나마 정부 수매에서는 상품 2300원, 중품 2100원으로 수매해 위안을 삼고 있지만 정부 수매에서는 상품, 중품까지만 수매를 받았고, 등급 기준 또한 까다로워 많은 양을 수매하지는 못했다.

김씨는 "7월 초에 수매를 한다고 해서 식구들 다 동원해서 준비를 해 놨는데 늦게 수매한 것도 문제지만 가격도 낮춰서 수매한 것에 속이 상한다"며 "6쪽마늘도 다 수매했는데도 원북농협에서만 6쪽마늘보다도 늦게 수매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트럭을 끌고 돌아다니며 마늘을 수매하는 장사꾼도 1700원에 수매했는데, 미리 수매가격이라도 알려줬으면 장사꾼에게라도 팔았을 것"이라며 "다른 농협은 농협이 농민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일찍 수매를 했다는데 원북농협은 농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하여 김씨는 "농협이 농민들을 생각해 정부수매를 유도했다는데 정부수매는 상·중품만 받아 이미 썩어버린 마늘은 퇴짜를 맞을 수밖에 없었고, 장사꾼에게 팔려고 하니까 장사꾼은 1300원선에 수매한다고해서 팔지도 못했다"며 "마늘 수매가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는데 이사회가 농민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든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원북농협, 늦은 수매 인정... "정부 수매 유도해 피해 줄이도록 노력했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이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이는 마늘이 반을 가르자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이지만...겉보기에는 멀쩡해보이는 마늘이 반을 가르자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 김동이

이와 관련해 원북농협은 늦게 수매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최대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 비축수매로 유도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호소했다.

원북농협 마늘수매 관계자는 다른 농협과 수매가를 동일하게 책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8월에 수매 당시에는 마늘가격이 상당히 내렸고, 킬로그램당 수매가를 상품 1600원, 중품 1300원, 하품 900원으로 책정했는데 실제로는 싸게 수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닐하우스에 마늘을 널은 농가는 (수매가 늦어져) 썩은 건 사실이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받게 해 주기 위해 정부 비축수매를 권장했고, 2/3이상은 비축수매로 냈다"며 "비가림시설이 있었다면 수매를 했겠지만 당시에는 장마철이라 비가 내려 수매를 할 수 없었고, (장기간) 보관하다보면 당연히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농협에서는 정부 비축수매 등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마늘#원북농협#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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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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