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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넷통 강의실에서 열린 '아파트관리비 무엇이 문제인가'의 주제 강의에 70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열띤 강의를 듣고 있다.
 여수넷통 강의실에서 열린 '아파트관리비 무엇이 문제인가'의 주제 강의에 70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열띤 강의를 듣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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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4시, 여수넷통 강의실에서는 '서울시 맑은 아파트 만들기'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다. 서울시 장정호 주무관이 강의한 자리에는 7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서울시민의 58.3%가 아파트에 살고 여수시 주택가구 중 55%는 아파트다. 프랑스 문화인류학자 발레리 줄레로는 한국의 이런 상황을 '아파트공화국'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아파트가 도시민의 전형적인 주거형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아파트 입주자간 분쟁은 5년간 5배로 늘었다. 특히 아파트와 관련된 민원이나 소송에는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하지 않은 운영에 관한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12년 9월 KBS에서 전기·수도요금을 임의로 부과해 직원 야유비로 사용한 사례, 어린이집 공동시설에 운영 권리금을 요구한 후 입주자 대표회의가 유용한 사례, 관리비 유용과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등은 대표적인 민원이랄 수 있다.

이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아파트 관리정보에 대한 비대칭적인 구조에서 기인한다. 관리에 대한 정보가 입주민들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입주민 또한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요구할 만한 시간적 여유와 참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모든 아파트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입주자 대표회의의 구성이 잘 되어있고 회장, 감사, 동 대표 등이 아파트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아파트 관리비 증가하고 관리비와 관련된 소송 폭증해!

서울의 아파트 관리비는 2년 사이에 30% 가량 증가(2009→2011년)하고, 아파트 관리비가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6% 증가했다. 한국 아파트 신문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된 소송은 158건(2005년)에서 966건(2009년)으로 폭증했다.

서울시 사회혁신담당관에서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주요 혁신 의제로 삼고 '아파트 관리비내리기 마을공동체 사업'공고(2012.10.11.)를 해 11개 단지를 최종 선정했다. 6개 조사팀, 총 54명이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2013.6.3.~6.28) 적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에서 발간한 아파트 관리비내리기 길라잡이 책자. 관리비를 내릴 수있는 여러가지 방안과 사례가 잘 나타나있다
 서울시에서 발간한 아파트 관리비내리기 길라잡이 책자. 관리비를 내릴 수있는 여러가지 방안과 사례가 잘 나타나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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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용역 – 규정위반 수의계약, 담합 입찰, 공사비 과다 ▲ 관리비 운영 –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혼동, 회계장부 및 증빙서류 관리 부적절 ▲장기수선충당금 - 장기수선충당금 목적외 사용, 장기수선계획대비 과소적립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 회의록 부실, 운영비 목적외 사용

서울시에서는 실태조사결과에 따라 행정지도(73건),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83건), 수사의뢰(11건), 기타(2건) 등 169건을 시행했다.

조사과정에서는 담당자들이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을 면담하고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관리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관리비를 내리기 위해서는 민주적 시민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서울시가 주관한 아파트 관리비내리기 마을공동체 사업에는 전문가의 교육도 큰 몫을 했다. 경기대학교 이병철 교수가 제안한 '관리비 내리기를 위한 접근 원칙'에는 ▲가장 관리비 비중이 큰 항목에 관심을 가져라 ▲여러 업체로부터 독립적으로 견적을 받아라 ▲유지보수의 경우 현장 입회하라 ▲부정오류에 강한 제도를 구축하라 등이 있다.

관리비내역을 꼼꼼이 살펴봐야!

장 주무관은 "관리사무소 직원 인건비의 경우, 처음 위임 위탁 계약을 체결할 때 직원의 기본급여 외에 조정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 등의 근로계약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수넷통에서 열린 '아파트관리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강의에 서울시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장정호 주무관
 여수넷통에서 열린 '아파트관리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강의에 서울시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장정호 주무관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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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는데도 용역 업체에서는 아파트와 계약 시 모든 보험료를 계약금액에 포함시키고, 실제로는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선정한 11개 시범단지의 가시적 성과는 1월 관리비에서 나왔다. 1월 한 달 동안 11개 단지가 시범사업을 통해 3200만 원을 절감했다. 또한 2월 관리비 절감 효과는 더욱 눈에 띄게 나타났다. 4400만 원을 절감한 결과를 보면 이러한 노력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한다. 

이 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서는 크게 4가지의  '서울시 아파트 관리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 운영의 투명성 강화 ▲ 관리비 절감 ▲공동체 회복  ▲적기 유지보수 강화가 그것이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이다. 질의에 나선 천아무개씨의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소장에 대한 교육을 분리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장주무관은 "같이 해도 직업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김아무개씨는 "입주자대표의 임기 제한은 문제가 있다. 유능한 입주자대표는 10년이라도 연임이 가능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질의를 듣고 있던 한 관리소장은 "입주자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1회에 한 해 연임할 수 있지만 장기간 연임에는 문제가 있다. 업체를 관리소장보다 더 잘 알고 있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자리에 참석했던 관리소장 중 몇 분은 "잘못하는 사례만 발표하지 말고 잘하는 사례도 발굴해서 발표해 달라"고 주문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난 강의와 강의실에 가득한 시민들을 보며 현장 속으로 들어간 행정이 진정한 행정이라는 걸 느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아파트 관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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