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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16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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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15일 늦은 오후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누구와 점심 식사를 했을까?

1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청장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그는 수사를 방해하고 허위 결과 발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는 부인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도 억울하다면서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한 가지 질의에는 말꼬리를 흐렸다. 이날 '점심 식사를 누구와 했는가?'였다.

오전 질의 시간에 민주당의 김민기 위원이 '지난해 12월 15일 점심을 누구와 먹었느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저녁은 확실히 기억나지만 점심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처음에는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과장, 지원들하고 28만 원어치 먹었다고 자료가 왔는데, 내가 이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다 물어봤지만 먹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시간이 다 지나 마이크가 꺼졌다.

2012년 12월 15일에 일어난 일

검찰 수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은 김 전 청장이 다음날 이루어진 왜곡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음먹은 날이다. 공소장에 의하면, 이날 오전 김 전 청장은 수사부장과 과장으로부터 국정원의 선거개입 증거들이 다수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뭉갰고, 오히려 국정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내용으로 왜곡된 발표를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공소장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피고인은 2012년 12월 15일 오전 위와 같이(왜곡 발표) 마음먹은 다음,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수사과장, 수사2계장에게 일단 증거분석을 좀 더 진행시키면서 수서경찰서에 분석 결과물을 일체 넘겨주지 말고 분석 결과를 알려주지도 말라고 지시하면서 국가정보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발표 방안을 강구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날 김 전 청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에는 오후 5시경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같이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저녁도 기억나고 다음날도 기억나는데, 그날 점심만 기억 안 난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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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발언 시간에 김민기 위원이 다시 물었다.

- 오전 질의 때 15일 점심과 누구랑 먹었다고 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 16일에는 손톱 치료하러 병원에 갔죠?
"그렇다."

- 15일 저녁은 구로서 직원들과 식사했죠?
"그것은 당시 손톱을 다친 일이 기억나기 때문에 기억난다."

-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심이 기억이 안나죠?
"며칠만 지나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 저게 정부 구매 카드 내역서다. 여기 보면 청장, 정보부장, 과장 직원 외 12명, 이렇게 되고, 오찬 간담회다, 28만 원이다, 이렇게 적혀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청장과 밥을 먹지 않았다는 거다. 청와대 근처 식당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도 기억 안 나나?
"업무추진비는 수행 비서가 처리한다. 내가 점심 누구랑 했는지 정확히 기억 안 난다."

김 위원은 다시 돌아온 질의 시간에도 이 부분을 계속 캐물었다.

- 5시간짜리 점심은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기억이 안 나고, 자주 나오는 저녁 2시간 먹은 것은 아주 정확히 기억나면, 유리한 건 기억하고, 불리한 건 기억 안 하고, 선별해서 기억하는가.
"5시간짜리 점심이라고 하는 것은 12시를 기준으로 해서 그렇겠지만, 그때는 내가 기억이 안나기 때문에 과연 몇시에 누구랑 했는지 정확치 않다."

- 혹시 정치권 인사와 식사했는가.
"정치권 인사는 확실히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 기억이 안 난다면서?
"최소한 정치권 인사와 인사했다면 제가 기억 못할 리가 없다."

- 그렇게 말하지 말라. 지금 필요한 것만,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있다. 지금 답변 잘해야 한다.
"기억을 되살려서 법정에서 소명을…."

김 위원은 지난해 12월 15일 그 점심 식사 자리에서 1차 공작에 이는 2차 공작 모의가 이루어진 의혹이 있다고 따졌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소한 그런 모의는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 문제는 어차피 법정에서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반드시 기억을 찾아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판#청문회#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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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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