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정신까지도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절기상으로는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시 더위를 피해 강원도 오대산 자락의 민가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더위에 지친 몸은 하룻밤 사이에 평정심을 되찿고, 오랜만에 이불을 덮고 잔 덕분인지 몸이 가뿐합니다.
시원한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무엇을 더 바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느긋해 집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풀잎마다 이슬이 송글송글 맺혀있습니다. 그곳은 가을 아침인듯 서늘하기까지 합니다. 그냥 이렇게 편안하게 자고, 시원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데, 늘 욕심이 과해서 이 모든 것들을 잃고 살아갑니다.
맑은 이슬방울과 햇살이 어우러지자 물방울 보석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저것을 소유할 수 없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소유할 수 없어 모두의 것이 되고, 보려고 하는 이만 볼 수 있는 것이니 그것 또한 공평한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