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이키 섬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옛 무덤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옛무덤은 고분이라고 하는데 이키 섬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옛무덤은 280기 정도입니다. 이들은 주로 이키 섬 중앙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한 곳에 무덤 한 기만 있는 경우도 있고, 두 기나 세 기, 혹은 20 여 기가 모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키 섬에 있는 고분은 대략 5 세기 후반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17세기 전반 무렵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무덤은 대부분 도굴을 당하여 제대로 부장품이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몇 군데 고분에서 남겨진 부장품 가운데는 도자기 그릇, 금동제 말 장식, 큰칼, 창, 화살촉 등 무기류, 낫이나 호미 등 농기구, 굽은 옥, 유리구슬 등 꾸미개입니다. 이들 부장품은 이키 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한반도나 중국 제품이 많습니다.
부장품 등으로 보아서 고분에 묻힌 사람들은 대륙이나 한반도와 깊은 교류를 했었고, 이곳 보다 앞선 문화를 눌리고 살았던 지배층이나 지배자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거대한 돌을 운반하여 무덤을 만들 수 있었던 권력층으로 보입니다.
한 때 일본에서는 이글 고분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고 귀신이나 도깨비가 만든 것이라고 해서 도깨비굴, 도깨비집, 석굴이라고 불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키 섬에 도깨비가 오 백 이상 산다고 해서 이들을 없애기 위해서 젊은 무사들이 활동했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덤은 주로 돌로 만들었는데 조사 결과 먼저 판축 기법으로 땅을 단단히 다진 다음 그 위에 돌을 쌓거나 배열하여 돌무덤을 만들고 다시 그 위에 흙을 덮었습니다. 그래서 흙 위에 나무나 풀이 자라서 무덤이 가려져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이키 섬에서 발견되는 무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횡혈식 석실분이라고 하는 굴식 동방 무덤이 가장 많습니다. 비교적 앞선 것으로 알려진 수혈식 석실무덤은 이키 섬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덤 형태는 전방후원분, 원분, 방분 등으로 나뉘는데 이키 섬에서는 각진 방분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둥근 모양의 원분이 많고 전방후원분도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곳 이키 섬 돌무덤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돌무덤 돌에 선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옹관묘가 발견되었습니다. 옹관묘는 독무덤이라고 하는데 한반도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규슈 등에서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독무덤은 한반도 남서부 해안 지방에서 널리 발견되는데 청동기 시대에서 초기 철기 시대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 이키 섬에서 발견된 독무덤 안에서는 굽은 옥이나 유리구슬로 만든 팔찌나 목걸이가 같이 나왔습니다. 이키 시마에서는 유리구슬을 만드는 거푸집이 아직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유리 구술이나 굽은 옥은 모두 다른 곳에서 건너 온 것으로 보입니다.
오래전 권력자들은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주로 돌로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무덤을 만들 때 많은 노력과 노동력과 돈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무덤은 그때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사화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본 땅 이키 섬이 문화적으로 한반도와 깊은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이키 시립 일지국 박물관,
http://www.iki-haku.jp/, 2013.8.6
이키 섬 가는 법> 후쿠오카나 가라스에서 훼리를 타고 갑니다.
감사 표현> 하루 종일 우리를 안내해 주신 이키 시립 일지국 박물관 후루사와 요시히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