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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사찰, 노조탄압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서 지난 2월 7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조사팀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직원사찰, 노조탄압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서 지난 2월 7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조사팀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 권우성

직원사찰과 노조결성 방해 등의 행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세계 그룹 이마트가 노조와 단체교섭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마트노조 측은 "사측이 여전히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협상을 중단했다. 겉으로는 대화에 충실히 나서지만 실질적인 협상을 회피하고 일부 지점에서는 관리자들이 노조를 비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4월 23일 첫 교섭을 시작으로 18차 협상까지 진행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다"며 "현재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 106개 항목 가운데 35개만 합의됐고, 39개 항목은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32개 항목은 노조가 빠른 단협 체결을 위해 철회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협의가 안 되는 부분의 내용은 조합 활동과 회사의 인사 관련한 사안으로 사측은 어떤 수정안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협상에서는 시간을 끌고 밖에서는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계속돼 잠정적으로 교섭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거의 모든 노조활동에 회사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장거리 인사이동에 당사자 협의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노조를 무시하고 탄압하려는 회사의 태도는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측은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 공동으로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 측에서 거부했다"며 "수차례 교섭 재개를 위해 공문을 보냈지만 노조가 협상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마트 노사 양측은 지난달 18일 교섭을 끝으로 협상 테이블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노조 문자발송, 노사협의회 운용에서 갈등 불거져

이마트노조 측이 제기한 회사의 노조활동 방해 행위는 노조가 비조합원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문자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노조 측은 지난달 10일 사내 관리시스템에 공개된 직원들의 연락처로 단체 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사측은 직원들이 노조 문자에 불쾌감을 느껴 수신을 거부하면 재발신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고 노조 측은 이에 합의했다. 사측은 이러한 합의 사항을 내부 인터넷망에 공지했다.

노조 측은 이러한 공지가 결국 "사측이 노조 문자를 수신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문자 수신 거부는 직원 개인이 결정할 사안인데 이것을 공지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중간관리자가 노골적으로 노조문자 수신거부를 조장하며 노조 가입을 막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마트 노조는 직원 1만9000명에게 네 차례 문자를 발송했으며 여태까지 1200명가량이 수신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또 "이마트가 기존에 운영하던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각 점포별 성과급 설명회를 그동안 점장이나 팀장이 했던 것과 달리 노사협의회 대표가 실시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노조 측은 "노사협의회 대표들이 설명회에서 '노조 문자는 개인정보이니 수신을 거부해야 한다', '노조는 소수가 만들었지만 노사협의회는 다수에 의해 선출된 것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협의회에 얘기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트의 노사협의회는 사측의 주장과 달리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선출한 대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의 내부 문서에는 특정 점포의 노사협의 후보를 사측이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2년 1월에도 한 점포의 노사협의회 대표 후보를 인사 담당자가 본사에 보고하고, 그 후보가 선출된 결과까지 다시 보고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2011년 작성된 이마트의 내부문서에는 성과급 설명회 역시 노사협의회 대표가 아닌 점장과 팀장이 진행하게 돼 있다. '점장은 성과급 설명회 전 노사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 문서상에 드러난 노사협의회의 역할이다.

"재발 방지 약속하면 협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노사협의회는 회사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언제든 할 수 있는 껍데기"라며 "노사협의회를 이용해 직원들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회사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오면 언제든지 협상에 다시 나설 수 있다"며 "지난 4월 4일 맺은 기본협약을 공개할 것과 노사 교섭 사실 공지, 부당노동행위 재발 방지 약속 등이 이뤄지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제안한 노조활동 방해 행위 공동조사 제안에는 "중간관리자들의 간섭이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조사는 그냥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결과밖에 나올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마트#정용진#전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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