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마지막 날, 섬에 간다는 설렘을 안고 집을 나섰다. 누구나 그렇듯 미지의 섬을 찾아 간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오랜 벗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흑염소를 잡아 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회포를 풀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강진군 마량항에서 고금대교를 거쳐 약산 연도교를 지나 당목항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철선에 몸을 실으니 비릿한 갯내음이 온몸으로 젖어 든다.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눈 맛을 시원하게 해준다.
한 시간여 상큼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긴 여운을 남기는 물보라를 바라보고 있자니 생일도에 도착하는 뱃고동소리가 울린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다. 부~웅 부~~웅
처음 보는 용출리 해안 갯돌밭의 풍경은 나를 사로잡는다. 아담한 포구에 널려진 갯돌은 수 천년 동안 바다에 씻겨 둥글둥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큼직한 바위에는 수수깨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철~썩 싸~르~ 철~썩 싸~르~ 잔잔한 파도 소리가 더위를 잊게 한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오밀조밀한 작은 섬들은 찌든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해안 건너에 용이 살다가 승천하였다는 무인도인 대용낭도에 용굴이 있어 용출리라는 마을 이름을 지었단다. 낭도 주변은 바다 속 수초들의 색깔까지도 선명하게 보여 청정해역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유난히 많고 가까이 보인다. 하늘이 맑아서 일까? 마음이 맑아져서 일까? 돗자리 깔고 누워 '저별은 너의 별 이별은 나의 별~' 노래를 흥얼거리며 새로운 추억 하나를 쌓는다.
생경한 갯돌밭 풍경, 무인도의 청정바다, 밤하늘의 별 밭들은 무아지경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 흑염소 수육에 소주잔을 나누던 시간은 혼탁한 내 몸을 치료해 준 것 같다. 이곳 생일도(生日島)는 날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치유의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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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출리에 살고 계시는 한 할머니 난간대의 긴그림자는 할머니의 여정을 맬해주는 것같다. |
ⓒ 임무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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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출리 마을 앞에 떠있는 대용낭도이며 무인도다. 용이 살다가 승천하였다하여 용출리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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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생일도에서 생일을 맞이한 친구(조호훈)의 셋째 딸을 위하여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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