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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 10여 명은 이날 국정원을 출발해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를 진행했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 10여 명은 이날 국정원을 출발해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를 진행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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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9일 오전 8시 50분]

"도둑맞은 민주주의, 직접 찾으러 갑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라? 서울시청 광장의 뜨거운 촛불 열기를 겁 없는 10대들이 이어받았다. '도둑맞은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며 대안학교 고등학생 10여명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정문 앞을 행진한 것이다.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시국선언이후행동 아소' 회원들은 이날 낮 12시쯤 국정원을 출발해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도보 순례에 나섰다. 순례단이 헌인릉 입구에서 짧은 발대식을 마치고 국정원으로 향하자 방패를 든 경찰 수십 명이 몰려들어 입구부터 가로막았다.

깃발 내리고 몸자보 뗐지만... 국정원-경찰 안 무서워 

경찰은 국정원 정문을 지나는 것까지는 허용했지만 사전 집회 신고가 없었다며 순례단 깃발을 내리고 '몸자보'도 모두 떼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국정원 앞을 걷는 게 의미가 있다"며 순순히 응했지만 옷에서 뗀 몸자보를 피켓처럼 손에 들고 정문 앞을 지났다. '국정원 정신차리라'는 소리 없는 시위였다.

베개 천으로 만든 깃발과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은 순진무구한 구호가 무서웠을까? 국정원은 이중삼중 바리게이트로도 모자라 학생보다 두세 배 많은 경찰들로 입구를 꽁꽁 에워쌌다.

하지만 학생들 얼굴에서 긴장은커녕 득의만만한 미소가 흘렀다. 여동생과 함께 순례에 참여한 고3 맏언니 안은초(19)씨는 "평화롭게 순례하는 건데 경찰 아저씨들이 괜히 고생한다"며 오히려 경찰들을 염려했다. 고1 동생 안미루(17)씨 역시 출발에 앞서 "국정원 앞에서 저지당할까 걱정스럽지만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막내답지 않은 다부진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 입구 삼거리에서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 10여 명은 이날 국정원을 지나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를 진행했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 입구 삼거리에서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 10여 명은 이날 국정원을 지나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를 진행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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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도 참석했던 안미루씨는 "집회에서 중3 학생이 어린 우리도 싸우는데 어른들을 뭐하느냐는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면서 "옛 선배들은 4·19 등으로 민주화를 이뤘는데 우리 때 민주주의를 빼앗겼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금산 간디학교, 산마을고등학교 등 3개 대안학교 학생회는 지난 6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에 동참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시국선언만으로 부족하다는 느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틈 타 이번 '거사'를 기획했다.

광화문까지 18Km 행진... '촛불 외면' 언론사 풍자, 경찰 저지로 무산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된 이번 순례엔 제천 간디학교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페이스북 공지를 보고 개인적으로 참석했다는 이승헌·강한울(19)씨는 "내년이면 우리도 성인이 돼 사회에 나갈텐데 청소년도 부당한 일을 모른 척하지 않고 사회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안전사고에 대비해 차량 지원에 나선 학부모들도 있었지만, 순례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학생들 스스로 결정했다. 정보과 형사와 밀고 당기는 교섭도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 부회장인 서정한(19)씨 몫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한남대교를 건너 광화문까지 18km를 6시간 동안 행진해 오후 6시경 광화문에 도착했다. 애초 이들은 이날 오후 8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놀이'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결국 무산됐다.

이들은 그동안 국정원 선거 개입과 촛불 집회를 축소 보도해온 일부 언론사 건물 외벽에 '국정원 촛불 집회 속보' 등을 비치는 풍자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은 집시법 규정을 들이댔다. 대신 학생들은 '소리통'으로 자신들의 도보 순례 취지를 주변에 알렸고 이 과정에서 일부 여학생들은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정한 부회장은 29일 오전 "고생했다기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면서도 "경찰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앞을 출발해 광화문까지 행진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앞을 출발해 광화문까지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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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댓글#국정원#간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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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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