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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9일 오후 1시 30분 과천정부청사에서 주파수 할당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9일 오후 1시 30분 과천정부청사에서 주파수 할당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기사 보강 : 9일 오후 6시]

"100m 달리기에서 앞에서 출발하는 선수에게 더 많은 참가비를 내게 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최문기 장관)가 KT(이석채 회장)의 반발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은 KT 노조의 대규모 항의 집회를 앞둔 9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LTE 주파수 할당 계획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술 더 떠 이번 경매가 인접대역을 보유한 KT에 유리해 각종 제한 조건을 붙였다고 못 박았다.

"앞에서 출발하는 선수가 참가비 더 내야"... KT 반발 일축

윤 차관은 "특정 사업자가 인접대역을 확보하는 경우 타 사업자에 비해 광대역 LTE 이동통신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경쟁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파수만 잘 할당 받으면 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며 이번 경매가 사실상 KT에 유리한 환경임을 지적했다.

특히 윤 차관은 이를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서 "인접대역을 보유하고 있는 특정 사업자는 출발선상이 달라 이미 수십 미터 정도 앞서 있는 상황"이라며 "출발선보다 앞에서 출발하는 선수에게는 뒤에 있는 선수보다 더 많은 참가비를 내도록 하고 중간에 허들을 마련해 공정성을 보완하도록 경기 규칙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지난달 28일 1.8GHz대역 KT 인접대역(D블록)을 할당하지 않는 방안(밴드플랜1)과 할당하는 방안(밴드플랜2)을 모두 경매에 붙여 입찰가가 높은 밴드플랜과 낙찰자를 정하는 '복수 밴드플랜' 경매 계획을 발표한 뒤 지난 4일 확정 공고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D블록 경매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KT와 무제한 입찰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KT는 경쟁사가 담합할 경우 낙찰가가 수조 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파수 할당방안이 확정된 뒤에는 KT 제1노조(정윤모 위원장)가 대신 전면에 나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KT 노조는 지난 3일 최문기 장관 항의 방문을 계획했다 취소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조합원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었다.

KT, 노조 앞세워 위기감 부추기기... 내부 국면 전환용 해석도

 정윤모 KT 노조 위원장이 9일 오후 4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파수 할당 정책규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윤모 KT 노조 위원장이 9일 오후 4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파수 할당 정책규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시연

이 자리에서 정윤모 KT 노조 위원장은 "이번 주파수 경매안은 미래부가 대놓고 재벌의 담합과 먹튀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주파수 경매가 천정부지 도박판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각 통신사는 자사가 뱉은 가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윤 차관은 "이통사에서 자사 입장을 고려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모든 통신사를 만족시킬 수 없어 국민 입장에서 최대한 합리적 풀어보려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주파수 할당 계획이 확정된 상황에서 양측의 논쟁은 소모적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차관은 이날 "정부안을 주파수 주인인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려고 마련한 자리"라고 밝혔지만 기존 발표 내용과 달라진 게 없어 동어 반복에 그쳤다.

KT와 노조 역시 당장 할당 계획 변경보다 오는 8월 주파수 경매를 앞둔 여론 플레이로 볼 수도 있지만 이석채 회장 퇴진설이나 경영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국면 전환용'이란 시각도 있다. 

KT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KT는 이번 주파수 할당이 임금 체불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내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아울러 정부와 대립 구도를 만들어 이석채 퇴진과 경영 위기 국면을 넘어보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표적 'MB 낙하산'인 이 회장 교체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 부사장에서 물러난 윤종록 차관 임명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KT도 법조계 인사들과 친박계 홍사덕 전 의원과 이병호 전 의원을 각각 고위 임원과 자문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체제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그동안 회사와 '상생'만 강조해온 현 KT 노조 지도부의 '주파수 투쟁'에 대해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KT민주동지회는 이날 집회 현장에서 배포한 소식지에서 "그동안 KT노조는 회사 행태에 내부 비판 목소리를 내온 적 없이 이석채 회장 방패막이 역할만 해왔다"면서 "KT 노조의 '투쟁'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통신회사 지원을 뒤에 업은 대리전으로 보고 있고 밥그릇싸움이라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파수 경매#이석채#윤종록#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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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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