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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손님에게) 2만5000원 받으시고요. 2000원 더 받으신 것은 기사님 충전구좌에서 빼 갈겁니다. 괜찮으세요?"
"...네, 네, 그렇게 하세요. 프로그램 껏다가 켜면 업소와 바로 통화 가능할거예요."
"...네에, 알겠습니다....."

6월 15일 새벽 1시경, 5년 경력의 대리기사 고아무개(57)씨는 어렵게 잡은 오더를 운행하기 위해 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에서 경기도 하남 덕풍동, 23K(2만3천 원)짜리 오더다.

업소비 2천원은 대리운전사가 지불

대리운전 오더화면 대리운전 오더를 중개해주는 어플의 한 화면. 2만3000원짜리 운행비에 4600원 수수료가 표시되어있다.
대리운전 오더화면대리운전 오더를 중개해주는 어플의 한 화면. 2만3000원짜리 운행비에 4600원 수수료가 표시되어있다. ⓒ 김종용

대리 상황실센터 여직원은 손님에게 2만5000원을 받으라고 했다. 원래 2만3000원짜리 오더건만 2000원을 더 받으라고? 전화기로 들려오는 상황실 여직원의 목소리가 그 궁금함을 풀어주고 있다. 결국 알고보니 2만 5000원짜리 오더이지만, 대리업체에서 2000원을 미리 빼가고 대리기사에게는 2만 3000원짜리 오더 가격만 주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리운행가격이 떨어졌다해도 낙성대에서 하남 덕풍동까지 적어도 2만5000원은 받아야 하는 거리다.

결국 대리기사로서는 앉은 자리에서 2000원을 손해본 것이다. 또한 손님 입장에서는 2만 3000원이면 갈 수 있는 대리운행에 2000원을 추가로 지불한 셈이 된다. 대리업체의 횡포에 이용객이나 대리기사나 모두 피해자가 된 꼴이다.

대리기사들은 대부분의 운행오더를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선택해서 운행한다. 손님이 주문하는 대리운전오더는 상황실 직원의 작업을 거쳐 대리기사의 스마트폰에 깔리 프로그램을 이용, 대리기사가 선택한다. 대리기사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서로 오더를 먼저 차지하기 경쟁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이날 고씨가 이 오더를 수행하면서 지불한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먼저 업소비 명목으로 2000원을 업체에서 가져갔고, 나머지 2만3000원의 수수료 20%를 더하면 총 수수료는 6600원(=2천+2만3천*0.2)다. 수수료 비율은 26.4%로 기존의 수수료 비율인 20%를 한참 넘어섰다.

업소비 오더라고?

대리운전업체들의 대리기사 수수료 갈취 수단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대리기사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0%가 넘는 고율의 수수료에, 보험료, 벌금 갈취 그리고 이젠 대리업자들의 영업비까지 대리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업소비 오더'가 바로 그것이다. 
대리기사에게 업소비를 전가시키는 화면 서울 강남 선릉역에서 옥수동까지 2만원짜리 대리운행 오더. 대리운전을 신청한 고객은 2만원을 지불하지만 대리기사에겐 1만7천원짜리로 처리된다.( 위 화면 중 '소3k'는 업소비 3천원을 별도로 대리기사에게 지불하게 한다는 표시).
대리기사에게 업소비를 전가시키는 화면서울 강남 선릉역에서 옥수동까지 2만원짜리 대리운행 오더. 대리운전을 신청한 고객은 2만원을 지불하지만 대리기사에겐 1만7천원짜리로 처리된다.( 위 화면 중 '소3k'는 업소비 3천원을 별도로 대리기사에게 지불하게 한다는 표시). ⓒ 김종용

대리운전업계의 슈퍼갑 프로그램사인 로지소프트사와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업체들 모임인 로지연합사는 5월부터 이런 업소비 오더를 만들어냈다.

예컨데, 손님에게 2만 원 받아서 그중 3000 원을 업소비로 주고나면, 결국 수수료로 6400원이 빠지니  이 경우 수수료가 무려 32%가 된다.  이 때문에 대리기사들은  로지소프트사 등 대리운전업체의 사무실앞에서 '대리운전사에게 영업비 전가 반대'를 요구하며 두 달여 동안 1인시위와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대해 로지소프트사는 업체들이 그런 내용을 프로그램에 넣어달라 해서 제작해줬을 뿐이라는 주장하고 있으며, 소속 연합사들은 로지소프트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 정책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리기사 서명운동 '대리기사에게 영업비 전가 반대'를 요구하며 서울 강남 신논현역 등지에서 두 달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는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모습.
대리기사 서명운동'대리기사에게 영업비 전가 반대'를 요구하며 서울 강남 신논현역 등지에서 두 달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는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모습. ⓒ 김종용

이같은 대리운전사들의 요구를 반영해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4일 대리운전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리운전 피해보상 내용을 규정한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대리운전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대리운전 보험가입 의무화와 함께 대리운전자에 대한 대리운전업체의 부당이익 추구 금지 등이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종용 기자는 전국대리기사협회의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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