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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경찰서 OOO 정보관님!

저는 27일 OOO 정보관님께서 저를 두고 "빨갱이 새끼"라고 말한 것에 대해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이번 주 목요일에 반전평화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둔산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낸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OOO 정보관님께서는 이번 주 캠페인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저에게 전화를 주셨지요. 전화를 주신 OOO 정보관님께서는 저에게 "사무처장님"이라 호칭하며 아주 친절하게 이번 주 캠페인 일정과 참여인원을 물어 보셨습니다.

그래서 계획대로 진행하고, 정확한 참가인원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뭐가 그리 더 궁금하셨는지 OOO 정보관님께서는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캠페인을 중단할 것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이에 저는 "그건 아직 모르겠고, 남북대화가 안 될 거 같은데요"라며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통화는 끝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OOO 정보관님! 뭐가 그리도 급하셨습니까? 통화종료 버튼도 누르시지 않은 채 옆에 있는 다른 정보관에게 "남북대화가 안 될 거 같대, 저 빨갱이 새끼가…"라고 하시는 말씀이 제 귓가에 똑똑히 들려오더군요. 그 말을 들은 제가 전화기로 OOO 정보관님을 애타게 불렀지만, 전화기 너머 정보관님은 제 부름에 아무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다시 OOO 정보관님께 전화를 드려 "정보관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돼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OOO 정보관님께서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변명만 하셨죠. 저한테 한 말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라고. 그런데 저는 정보관님이 저한테 '빨갱이 새끼'라고 하시는 말을 분명하고, 똑똑히 들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정보관님께 3가지에 대해 실망하고, 상처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존대까지 하며 친절하게 저를 대하던 정보관님이 통화가 끝나자마자, 상스런 태도로 돌변하시는 이중적 모습에 실망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둘째로 무슨 근거로 저에게 '빨갱이 새끼'라고 말씀하셨던 거죠? 제 기억으로 제가 정보관님을 뵌 건 2주 전 반전평화 캠페인에 정보보고를 하기 위해 나오셨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딱 한 번이었습니다. 그때 저희를 새로 담당하게 된 정보관이라며 저에게 명함을 건네주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우리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정보관님은 첫 눈에 저를 보고 저놈을 '빨갱이 새끼'라 부르겠노라 생각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으시겠죠. 평소 정보관들 사이에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근거 없이 '빨갱이'로 생각하는 만연된 인식이 무의식중에 표출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제는 정보관님만의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공무원들은 정치중립의 의무를 갖아야 한다며 평소 개인적 의사표현을 자제하시던 정보관님들 사이에 사회단체 활동가를 '빨갱이 새끼'로 지칭하는 정도는 별문제 없이 용인되는 사안이었던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명이 아주 익숙하시더군요. 제가 분명히 정보관님께 똑똑히 들었다고 재차 말씀을 드렸지만 통화 당시에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계속 변명만 하셨습니다.

정보관님과 통화를 끝낸 후, 저는 정보관님의 상관인 정보보안과장님께 전화를 드려 정보관님의 발언에 대해 상황 설명을 한 후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후 정보보안과장님께 어떤 말씀을 들으셨는지 정보관님은 사과를 하시겠다며 다급히 저를 찾으셨습니다. 정보관님은 저를 만나기 위해 저의 사무실에 오셨지만 이미 저는 퇴근 후라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평생 잊지 않고 반성하며 살겠다" 등의 사과의 문자메시지는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사과 문자에 이어 오늘은 다시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직접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애절한(?) 사과를 받은 저는 먼저 정보관님이 어제 저에게 '빨갱이 새끼'라고 말하기 전에 그토록 친절했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저런 사과 뒤에 속으로는 나를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그만큼 저에게 정보관님의 '빨갱이 새끼' 발언은 충격이었나 봅니다. 어제와 오늘의 이틀에 걸쳐 정보관님께서 개인적으로는 사과를 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보관님과 저는 사적관계가 아니라 공적관계로 만난 사이이고, '빨갱이 새끼' 발언도 공적업무과정의 연장 상에서 발생한 사안입니다.

또한 이 발언이 다른 정보관과 나눈 대화의 일부였다는 측면에서 이는 개인적 말실 수가 아니라 경찰공무원 사이에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분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는 '사무처장님'이라 말하면서 뒤에서는 '빨갱이 새끼'라 말하신 정보관님으로 인해, 앞으로 다른 정보관님들을 볼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최근 일베를 비롯 '색깔몰이', '종북몰이'에 혈안이 된 세력들에 의해 국민들은 많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처를 방지하고, 처벌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는 경찰공무원이 오히려 '빨갱이 새끼' 발언으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생채기를 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공무원 내에 만연되어 있는 구시대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빨갱이#빨갱이 새깨#정보관#둔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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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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