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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2세기 풍자 작가 루키아노스의 기발한 이야기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2세기 풍자 작가 루키아노스의 기발한 이야기 ⓒ 아모르문디
2세기에 달나라 여행을 꿈꾸고 현대판 아바타 못지않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글을 써낸 이가 있다. 바로 2세기 경 로마제국에서 태어나 희랍어로 글을 쓴 수사학자였던 루키아노스다.

루키아노스는 석공이 되어 가게에 보탬이 되기 바라던 부모의 바람과 달리 철학자가 되었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대판 SF 소설 못지않은 글을 남겼다.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는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와 공상과학과 판타지가 뒤섞인 기발하고 기괴한 이야기 5편과  자전적인 삶과 꿈을 이야기하는 꿈, 또는 루키아노스의 생애로 6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달세계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라는 형식이나 저승을 방문해 죽은 자들과 나눈 대화의 형식을 빌려 당대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이나 참주, 제왕들의 잘못이나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또 신들이 배삯을 놓고 다투는 모습 등을 통해 인간의 탐심과 욕망을 비판하기도 한다. 통닭구이가 된 철학자, 배삯 때문에 싸우는 신, 남겨두고 온 재산과 예쁜 아내와 수많은 것들을 아쉬워하는 자에게 망각의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해 영원토록 고통에 시달리는 형벌을 주는 내용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인간이 욕망과 탐심을 덜어낼 수 있는 기제는 철학적 사유라고 보았으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선과 진실을 추구하고 선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철학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글 곳곳에 드러나 있다. 단적으로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살았던 거지는 저승으로 건너갈 때 필요한 배삯 조차 지불할 수 없었지만  남을 착취하거나 억압한 일이 없어 저승에서 편안한 쉼을 얻는다.

또 철학자는 본성 속에 욕심과 탐심의 마음이 없어 깨끗한 상태인데, 그것은 그가 철학을 통해 선과 진실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반면, 참주는 남의 것을 착취하고 남의 아내나 처녀를 강간하고 수없이 많은 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변명을 일삼지만 자신이 행한 죄의 증거가 몸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그가 끝까지 변명과 거짓을 일삼자 그의 행위를 지켜봤던 침상의 등불이 증인이 되어 그의 악행을 낱낱이 털어 놓는다.

이 책은 스스로 자기 검열이 되지 않을 만큼 양심이 무뎌진 자본가와 정치꾼들, 남을 착취하고 군림하며 인간의 본성과 양심을 잃어버린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자신이 살아온  기억을 지우지 못했는데 자신이 일궈놓고 혹은 잔뜩 쌓아두고 온 재산과 산해진미를 자신 앞에서 아첨을 떨던 이들이 자신을 욕하고 비웃으며 마음껏 즐기는 상황을 본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저자는 자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화산에 뛰어들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철학자는 저승에서도 통닭구이 신세다. 재산이 아무리 많고 천하를 뒤흔드는 권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 불안정함, 두려움 ,불안, 혼란, 미움, 증오, 아첨, 고통, 질병, 죽음 등은 피할 수 없다. 때문에 부질없는 재산축적,  금세 잃어버릴 권력, 한때의 쾌락을 즐기는 일보다는  선과 진리를 좇아 마음의 평안을 얻고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현명하다. 저자는 이 사실을  자신이  돈 잘 버는 석공이 아닌 수사학자가 된 사실을 통해서 자랑스럽게 고백하고 있다.

좋은 친구여, 크세노폰도 그가 꿈 얘기를 할 때 그러니까 벼락이 떨어져서 작 아버지 집과 다른 것들을 태우는 꿈을 꾸었다고 했을 때 -당신들도 알겠지만- 그 꿈의 해석을 바라거나 헛소리를 지껄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서 전한 것이 아니다, 특히 전쟁 중이고, 적들에 에워싸인 절망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보다는 그것을 이야기하는 에 어떤 유용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꿈을 당신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더 나은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교육을 많이 받도록 하려는 목적에서다. 특히 그들 중 누군가가 가난 때문에 용기를 잃고서, 나쁘지 않은 재능을 저버리고 더 못한 쪽으로 기울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나는 확신한다. 저 사람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용기를 얻으리라고. 그는 나를 자신이 따를 만한 모범으로 놓고, 내가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향해 출발했을 때, 교육받기를 갈망했을 때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를 생각할 것이고, 그럼에도 내가 당시의 궁핍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갖지 않았음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당신들에게로 돌아왔는지도 생각할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석공 중 그 누구보다 나의 명예가 덜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 꿈, 또는 루키아노스의 생애 중

그렇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고, 그 어떤 권력자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니 인간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욕망을 덜어내고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며 죽음까지 담담하게 또 다른 삶의 연장으로 받아들이는 철학자의 삶을 닮아간다면 마음의 평정과 평안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욕망의 노예가 되어  움켜쥔 탐욕의  손을 펴지 못하고 늘 불안에 떠는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아모르문디/ 루키아노스 지음. 강대권 옮김. 김태권 그림/ 12,000원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루키아노스 지음, 강대진 옮김, 김태권 그림, 아모르문디(2013)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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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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