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 귀농 후 처음으로 어제 JB의 친구들이 "명성산에서 자연캐기"라는 주제로 철원과 우리 농장을 방문했다. 친구 농장을 방문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우리는 40~60대 연령층의 도시인이 "자연으로 와서, 놀고, 먹고,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나름 하루 행사를 준비했다.
오늘 행사는 철원의 대표적 명산 명성산에서 산행을 하며 두릅, 더덕, 엄나무순 등 자연의 먹거리를 캐와 우리 농장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그 내용을 잡았다. 아직 철원은 완연한 봄이 시작도 안 한 터라 지금 명성산에서 나물을 캐는 것이 이르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연과 인간 간의 일들이라는 것이 늘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니 어쩌겠나.
방문 일자에 맞춰 돼지 한마리를 도축하고, 숙성을 하였다. 철원에 유일한 도축장인 한양 육가공공장 역시 우리 의도를 따라 정성껏 준비를 해 주었다.
오늘 산행과 나물캐기를 안내할 철원 군청의 공무원 심주사님, 주사님의 들고 있는 나물캐는 호미, 바위타는 피켈을 겸한 등산 지팡이가 예사롭지 않은 공력을 보여준다. 특히 철원 일대의 산은 손바닥 보듯 하시고, 산을 다니며 나물, 약초를 캐신지 삼십년이 넘은 분이니, 지나가면서도 이게 더덕인지, 저게 엄나무인지 모르는 도시인들을 안내하기에는 제대로 적격이신 분이다.
약속한 철원 군청 앞에 방문객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 이제 명성산으로 고고씽이다.
당초의 계획은 삼부연폭포를 지나 용화저수지에서 시작되는 철원발 명성산 산행 코스로 명성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지만, 일부 언저리(?) 산악을 즐기는 분들의 반대로 그대로 떠 먹어도 괜챦은 워낙 깨끗한 물이 흐르는 느치계곡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늘 그렇듯 염불보다는 제사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다.
명성산행 시작, 산 초입부터 가파르다. 산행 잠깐에도 벌써 일부는 헉헉댄다. 몸을 써야 몸이 가벼운 법인데, 각박하고 효율적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니 천천히 오르랄 수 밖에, 여하튼 정상까지의 등산은 이래저래 어려웠을 법했다.
삼십분 정도의 산행으로 도착한 느치계곡, 심주사님 잠깐 산을 둘러보고 오시면서 캐온 더덕 몇 뿌리를 안주삼아 계곡 물가에서 나누는 소주 한 잔은 그 맛이 달다.
산행을 마치고 농장으로 가는 도중, 잠시 삼부연 폭포를 들렀다.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할 때 이곳에서 도를 딱던 두쌍의 이무기 중 3마리만 폭포의 기암을 뚷고 용으로 승천하였고, 그 때 생긴 혈연이 가마솥 모양 같다 해서 삼부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20여미터 높이의 기암절벽을 세번 꺽여 내리는 폭포는 보는 사람을 상쾌하게 해준다.
이렇게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오늘의 명성산행은 끝이다.
95키로 돼지 한마리를 잡았다고 들었다만, 막상 풀어제끼니 고기 양이 엄청나다. 실컷 먹고, 잔뜩 싸가도 남을 판이다. 참나무로 숯을 만들고, 고기 써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고기는 구워지고, 오랫만에 만났다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건배 소리가 반갑다.
삼겹살도 굽고, 갈비뼈도 굽고..
고기라는 게 구워만 먹는 것이 아니다. 산이면 산, 약초면 약초는 물론 요리도 일품이신 심주사님은 한켠에서 오가피, 계피, 엄나무 등 각종 야생초로 낸 국물에 고기를 삶아내 편육을 준비중이시다. 일전에 먹은 적 있는 심주사님 표 편육 맛이 유별나다 기억되는데 위에서 굽는 고기는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삶은 편육을 싸먹으라고 뜯어온 오가피 순,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김 모락이는 갖나온 편육을 오가피에 올리고, 고추장 살짝 찍어 먹는 맛이 어련하겠나, 여기저기서 최고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던 등심부위로 만든 편육, 적당한 육즙과 함께 맛이 가히 일품이다.
산행하며 나물캐는 것보다 먹고 마시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바로 잡고, 바로 따온 것으로 먹는 것 또한 중요한 체험이다. 봄 볕 밑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먹거리, 얘기거리에 시간은 잘도 간다.
오늘을 시작으로 휴일에 마땅한 할 일도 없고, 같이 놀아줄 사람들도 적은 우리 나이 또래를 위한 다양한 체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볼 요량이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그때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이곳 철원에서 만들어, 같이 즐겨 볼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철원으로 귀농 후 우리 농장을 찾은 친구들과 함께 한 하루, 앞으로 우리 또래 중장년층을 위한 농촌체험으로 활용해 볼 요량입니다. 이 글은
제 개인블로그 nixfarn.tistory.com 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