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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하던 교육에는 솔설수범이 강조되었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하던 교육에는 솔설수범이 강조되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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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문제로 속 끓이는 가장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아이들 일탈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소위 '비행 청소년'으로 지목되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였을까. 아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어른들의 탓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조선시대 어린이를 위한 교육은 '솔선수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어른들 책임이라는 게 눈에 빤하게 보인다. 모든 것이 텅 빈 백지처럼 하얗도록 순수하고 깨끗한 게 아이들이다. 지식도 그렇고 가치관도 그렇고 심성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다. 아주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것 외에는 차츰차츰 성장하면서 차곡차곡 채워지는 게 인격이고 지식 등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본보기가 되는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어른들이다. 아이들에게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비열하고 추잡스러운 가를 돌이켜 보라. 말로는 도덕과 시민의식, 정의와 봉사를 말하면서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보라. 출세를 위해서라면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는 게 어른들 세계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게 기꺼이 통용되는 곳이 어른들 세계다.

봐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부동산 투기를 해도 부자만 되면 그만 아닌가. 위장전입 정도는 자식 교육을 끔찍하게 걱정하는 부모의 교육열쯤으로 변명하고 있다. 세금 포탈과 학위논문 표절이 들통 나도 정치·사회적 지도자가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걸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는데 아이들이 배우는 게 뭐란 말인가.

세대와 세태를 탓하기 전에 그 모든 것이 어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비추고 있는 거울이라 것을 자각해야 한다. 아이들과 관련한 교육이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요즘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위한 책이나 교육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조선 지식인이 그린 어린이 문화 지도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 표지 사진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 표지 사진
ⓒ 열린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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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숙이 쓰고 열린어린이가 펴낸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은 조선시대를 살던 지식인들이 어린이 들을 위해 만들었거나 교육에 사용됐던 책들에 관한 내용들이다.

조선시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책에서 아이들에게 교육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어린이 들을 위해 펼친 교육이 갖는 공통점은 '솔선수범'이다. 입으로만 바른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몸소 바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내용과 배경으로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습관을 극복하도록 하라. (중략) 끼리끼리 사귀면서, 행여나 무리에 끼이지 못할까 염려하는 것. 문장으로 남에게 칭찬받으려는 욕구, 기존의 글을 표절하는 것. 내용보다 겉모양을 중시하는 것...."(본문 76쪽 중)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에서 이이의 <격몽요결>에서 인용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격몽요결>은 전체 10장으로 돼 있는데 2장 '현구습'은 습관을 이겨내는 방법을 이르고 있다.

표절을 시인하고도 정치 지도자 반열에서 행세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초등학교를 다닐 때 쯤 '표절을 하지 말라'는 교육을 한 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관료나 교육자들에게는 요즘 아이들에게 표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육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교육을 한다고 해도 문제고,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게 요즘 아이들 눈에 비춰지는 어른들 세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책에서는 조선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교재로 널리 알려진 이덕무 <사소절> <소학>, 이이 <격몽요결>, 최한기 <인정>, 장흔 <아희원람>, 유재건 <이향견문록>, 김매순 <열양세시기> 등이 소개되고 있다.

단순하게 책의 내용만을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던 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가치까지를 설명하고 있어 요즘의 우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비평적 시선도 담겨 있다.    

청소년 문제, 전적으로 어른들 책임

"한 가정이 흥하고 쇠하는 것은 오직 가장의 책임이다. 가정에서 하는 일들은 지극히 많으나, 반드시 이치와 순리에 따라서 하고, 조금이라도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일하기에 앞서서 먼저 사려 깊게 생각하고 정밀하게 실핀다면, 가정이 모두 순조롭게 화합하고 일은 반드시 잘 되는 법이다. 한 가지라도 차질이 생기거나 실수하게 되면 실패하게 되니 두렵지 않겠는가? 이에 집안 다스리기(가정)에 대한 항복을 적어 본다."(<증보산림경제 가정·상>, 본문 238쪽 중)

맞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가장일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역할이며, 아이들 교육에 대한 성패는 전적으로 어른들 책임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일으키는 모든 문제는 어른들이 뿌린 씨앗이며 방치한 결실이라는 것을 직시하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제아무리 명의라 할지라도 오진으로 내리는 처방엔 약효가 없다. 따라서 정확한 처방을 내리려면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시대는 바뀌고 생활 습관은 달라졌을지라도 아이들 마음, 동심이라고 하는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 문제로 속 끓이는 어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요즘, 시대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온고이지신의 지혜가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에 시대적 열쇳말로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 (최기숙 지음 | 열린어린이 | 2013.4. | 1만5000원)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 - 조선 지식인이 그린 어린이 문화 지도

최기숙 지음, 열린어린이(2013)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최기숙#열린 어린이#인문학#격몽요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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