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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계가 지난해 산재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 기업을 선정하는 '2013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5일 오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계가 지난해 산재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 기업을 선정하는 '2013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최지용

지난 2012년 노동자 16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한 한라건설이 노동계가 선정한 2013년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누리꾼들의 투표로 뽑힌 특별상에는 최근 반도체 기흥공장 불산누출 사고를 일으킨 삼성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됐다.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난치병에 걸려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25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등 '산재사망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했다. 이날 선정식은 오는 28일 국제노동기구(ILO)가 선정한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마련된 자리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9월 경기도 의정부 사업장과 10월 경기도 고양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12월에는 울산신항 북방파제 앞 해상에서 12명의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 울산항망청이 기상악화로 세 차례 피항을 권유했지만, 무리하게 작업을 계속하다 작업선이 침몰했다. 승선자 24명 가운데 절반이 사망한 대형 사고다. 사망한 노동자의 대부분은 한라건설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한라건설에 이어 건설업 분야 살인기업 순위에 오른 기업은 GS건설(8명), 포스코건설(7명), 태영건설(6명), 대우건설(6명)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LG화학(8명), 휴브글로브(5명), 아미코트(4명), 포스코(3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휴브글로브는 지난해 경북 구미에서 대규모 불산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이고, 아미코트는 접착제 생산기업으로 지난해 6월 폭발사고가 일어나 한꺼번에 4명이 사망했다. 이같은 집계는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산재사망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원청업체가 모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책임져야"

공동캠페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L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일 6300명, 매년 234만 명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며 "한국은 OECD국가 중 터키, 멕시코와 더불어 산재사망률 1위를 다투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라건설의 경우 울산 사고에서 상당수 선원들이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원칙적으로 모든 산재는 예방가능하다,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산재 예방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건설업계와 제조업계에 확산돼 있는 하청 시스템을 산재발생의 주요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공동캠페인단은 "대기업은 충분히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하청기업에 떠넘겨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사업주의 법률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어도 처벌은 벌금 몇 백만 원에 그치는 현실에서는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산재사망자 수는 1864명으로 2010년 2200명, 2011년 2114명 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다만 2012년 통계부터는 사업장외 교통사고, 체육행사, 폭력행위 등으로 발생한 사망사고는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재사망률(10만명당 산재사망자수)은 15.5명으로 터키(20.8명)에 이어 OECD국가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멕시코가 10명, 폴란드가 3.9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공동캠페인단은 지난 2006년부터 매해 산재 사망자를 가장 많이 기록한 기업을 '살인기업'으로 선정해 오고 있다. 2006년과 2010년 GS건설, 2007년과 2012년 현대건설, 2008년 한국타이어, 2009년 코리아2000(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원청기업), 2011년 대우건설 등이 여기에 선정됐다.


#산재#한라건설#삼성#국제노동기구#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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