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외국인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을 찾기 어렵다면, 외국인 학교일까? 내국인 학교일까?

외국인 학교는 원칙적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어야 입학이 가능하다. 외국인들을 위한 학교라는 얘기다. 하지만 내국인을 위해 마련된 쪽문도 있다. 내국인도 '국적 세탁' 등 까다로운 절차 없이도 외국 거주기간이 3년 이상만 되면 정원의 30∼50% 내에서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국인 학교 내국인 쪽문, 대문으로 변한 이유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무자격 내국인 학생의 외국인학교 입학 실태.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무자격 내국인 학생의 외국인학교 입학 실태. ⓒ 서울교육청

이런 내국인용 쪽문이 교육당국의 방관 속에 부서져 대문으로 변하고 있다. 한해 2000여 만 원의 수업료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학부모들이 외국인 학교에 무더기로 몰려들고 있는 탓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지난 해 9월 현재 이 지역 22개 외국인학교 가운데 정원 대비 내국인 비율은 13.5%이고, 현원(재학생 숫자) 대비 비율은 23.5%로 대체로 낮은 편이다.

문제는 몇몇 외국인 학교 답지 않은 외국인 학교들이다. 전체 학생 가운데 내국인이 절반 이상인 서울지역 외국인 학교 4개가 이에 해당한다. 서울A외국인 학교의 경우 외국인은 18명이고, 내국인은 81명이었다. 전체 학생의 81.8%가 내국인인 것이다.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외국인 학교 실태점검 결과에서 무자격 학생으로 분류된 8개교 163명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이 적발된 B학교도 사정이 비슷하다. B학교에서 적발된 학생 91명(내국인 국외 체류자격 미달 84명, 외국인 자녀 자격 미달 7명)은 전체 재학생 203명의 44.8%를 차지하는 수치다. 절반 가까운 학생이 부정입학생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 학교는 외국인이 68명인 반면, 내국인은 135명에 이르렀다. 전체 학생의 66.5%가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교육관계법을 어겨 가며 내국인을 많이 뽑다보니 부정입학생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49개 외국인 학교로 범위를 넓혀보면, 한국인이 50% 이상인 학교가 12곳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조사한 결과다. 문제는 또 있다. 외국 거주기간이 3년 이상 되지 않지만, '국적 세탁'은 형편상 어려운 부모들 이 선택한 부정입학행위가 터진 경우다.

이번 서울시교육청 점검 결과에서도 문제가 된 163명의 학생 가운데 91%인 149명이 '국외 체류자격 3년 미달' 학생이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격기준이 미달된 학부모들이 학교와 짜고 자녀를 입학 시켰는지, 학교를 속인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더 뽑으려는 꼼수, 정원 부풀리기 의혹

내국인학생 입학 제한 비율인 '외국인학교 정원 대비 30∼50%'를 빗겨가기 위한 외국인 학교의 꼼수 정황 또한 드러나고 있다. 서울지역 22개 학교 가운데 자신들이 교육청에 신고한 정원을 채운 학교는 2개교에 지나지 않았다. 90.9%인 20개 학교가 정원미달 상태인 것이다.

학생 정원을 975명으로 신고한 C외국인학교의 실제 재학생(현원)은 81명(외국인 38명, 내국인 43명)이었다. 이 학교는 내국인이 더 많지만, 정원 대비 비율로 따져보면 4.4%에 불과해 교육관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원 대비 내국인 비율은 53.1%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외국인 학교는 허위로 정원을 신고하고, 내국인의 입학인원을 늘려 조직적으로 금품을 받으며 부정입학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면서 "외국인 학교는 외국인만 가는 게 원칙이며 내국인에게 입학자격을 주더라도 외국 장기거주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도 "외국인 학교는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면서 "이제라도 외국인 학교도 국내학교처럼 관할청인 교육청이 엄격히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외국인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