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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에서 대기업을 변호한 이력이 논란이 돼 경제검찰의 수장으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5일 결국 사퇴했다. 지난 14일 후보로 내정된 지 11일만이다.

먼저 한 후보자는 25일 <사퇴의 변>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에서 대통령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지명을 수락하고, 청문회와 직무 집행을 준비해 왔다"며 "그러나 공정거래위원장 수행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돼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장시간이 경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후보 지위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만수 후보자는 내정 직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20년 넘게 변호사로 활동하며 특히 대기업 변호를 맡아왔던 이력이 논란이 돼 정치권 등으로부터 강한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심지어 동종 업계에서 활동하던 변호사들로부터도 저조한 평점을 받았다.

때문에 정치권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5일 해외에서 수년간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탈세를 해 온 의혹이 불거지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법조인이 있다. 바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다. 왜냐하면 이 변호사는 이미 나흘 전에 한만수 후보자가 낙마할 것으로 단언했었는데 정확히 맞췄기 때문이다. 과히 '쪽집게 변호사'라는 별칭을 붙여줄 만하다.

이재화 "김병관 후보자 뒤를 이을 낙마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될 것"

 이재화 변호사가 지난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
이재화 변호사가 지난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 ⓒ 이재화 트위터

지난 21일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낙마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뒤를 이을 낙마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이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 변호사는 "로펌에서 23년간 재벌 변호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형성한 것도 문제지만, 8차례에 걸쳐 2억원 상당 종합소득세 탈루한 것이 결정적인 하자가 될 것"이라고 낙마 이유를 꼽았다. 낙마의 결정적 하자로 세금 탈루를 꼽은 것인데, 해외 비자금 의혹 역시 탈세 혐의다.

사실 법조인들은 고위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 부적절한 인사라거나, 의혹이 심한 경우(불법, 탈법 등) 대놓고 임명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그러나 이 변호사처럼 특정 후보자의 낙마를 단언한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고위공직자의 낙마를 예측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만약 예단이 틀리면 망신은 피할 수 없어 섣불리 낙마를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료 변호사로서 '예의' 차원에서라도 낙마를 예단하는 것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이 변호사의 '쪽집게'와 같은 통찰력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이재화 변호사가 지난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
이재화 변호사가 지난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 ⓒ 이재화 트위터

이 변호사는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장 내정 이후 줄곧 비판해 왔다. 그는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을 공약했다. 당선된 후 검찰개혁을 해야 할 법무부장관에 개혁과 거리가 먼 공안통 황교안 임명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끌어야 할 경제부총리에 무소신 현오석, 공정위원장에 대기업 변호한 한민수를 내정했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민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대형로펌에서 대기업의 조세소송과 공정거래 관련 소송을 전담한 사람이다. 불공정한 거래를 공정하다고 두둔하며 돈을 벌어온 사람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문제삼을 수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박 대통령의 인사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 변호사는 또 지난 18일에도 "23년간 재벌을 위해 변론해 100억대 재산을 형성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재벌을 견제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할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이라고 의문을 달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재벌옹호위원회로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25일 한만수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 변호사는 "수십 억 원대 해외 비자금 운용 혐의가 드러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정부, 장난인사 정말 지겹다"라고 혹평했다.

사실 변호사 출신 한만수 후보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에 이재화 변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변호사들도 낮은 평정을 줬다. 아예 대놓게 임명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박찬종 "한만수 임명,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

국회의원 5선 출신인 박찬종 변호사는 지난 20일 트위터에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대형 로펌에서 큰돈을 번 한만수씨를 그 재벌과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다스리는 공정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한만수씨의 경우, 성인군자의 경지에 올랐다면, 자신의 과거와 단절하여 엄격한 법집행을 기대해도 되겠지만, 세속에 찌들어 떼돈을 챙긴 사람에게 그러한 공인의식을 기대 할 수 있겠는가?"라며 "'어떤 위험'만으로도 그런 사람은 공정위원장에 앉힐 수 없다"고 임명을 반대했었다.

박 변호사는 25일에도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 사퇴하다. 사필귀정! 재벌과 대기업의 독과점과 불공정행위를 처벌하는 공정거래위장에, 그 재벌을 옹호해 공정위 상대로 싸워온 대형로펌에서 23년간 봉직한 사람 아닌가?! 한씨는 스스로를 돌아보지도 못했는가? 어이없는 단막극!"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송호창 "재벌 보호하며 백억대 재산 만든 사람이..."

변호사 출신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지난 19일 트위터에 "재벌 변호한 100억대 자산가가 공정위원장이라니"라며 "공정위 반대편에서 재벌을 비호하고 백억대 재산을 만든 사람이 공정위원장으로 되는 것보다 더 불공정한 일 있으면 알려주세욧!!"라고 비판했다.

21일에는 "한만수씨는 독점규제, 공정거래, 소비자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공정거래법(37조)이 정한 위원의 자격도 갖추지 못했더군요. 대기업 세금문제를 주로 해결해주었죠"라고 날을 세웠다.

송 의원은 22일에는 "김병관씨도 사퇴! 초봄에 웬 추풍낙엽! 그나마 다행스러우면서도 참 한심하고 걱정입니다. 이제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한만수씨 차례입니다. 날이 춥습니다. 허참!"이라고 한만수 후보가 사퇴할 것을 촉구했었다.

김정범 "국가 위한다면, 재산헌납하고 변호사로 남아야"

변호사 출신 김정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공정거래 사건은 김앤장에 맡기라는 박근혜 정권의 강력한 메시지. 또한 공정위 관계자들도 김앤장 사건은 각별히 봐달라는 경고를 보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퇴 소식을 접한 김 교수는 "(한만수) 본업인 학교로 돌아가서 학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정말 국가와 국민,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다면 재산헌납하고 변호사로 남아야"라고 혹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에 "재벌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성가시게 생각합니다. 성가시다는 표현은 공정위가 어떤 조치를 내리면 대형로펌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성가심. 그래서 대형로펌엔 공정위 출신 공무원들이 변호사가 아닌데도 억대연봉을 받으며 스카웃! 그런데 공정위원장이 대형로펌 출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재화 #한만수#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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