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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하고 구수한 숭늉 ..
따끈하고 구수한 숭늉.. ⓒ 정현순

"어머나 이 집은 숭늉도 나오네."

밥을 거의 다 먹을 무렵 숭늉이 나왔다. 친구들은 따끈한 숭늉을 보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감탄사들을 절로 늘어 놓는다. 친구들은 숭늉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 치웠다. 오랜만에 먹는다면서.

요즘은 숭늉도 맛보기 어려운 시대. 대부분의 집이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있기에 음식점에서 나오는 숭늉은 인기 만점이다. 나도 숭늉을 마셔본 지가 언제인지 생각도 가물가물하다.

지난 주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의견이 분분했다. 하여 샤브샤브를 먹으러 음식점을 들어가려는 순간, 한 친구가 "우리 곤드레밥 먹으러 갈래?" 한다. "거긴 어딘데?" "바로 길건너편에 있어. 지난번에 왔었는데 괜찮더라. 음식맛도 깔끔하고" "귀찮은데 거긴 다음에 가고 그냥 여기 들어가자"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곤드레밥집으로 가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소박한 밥상 ...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소박한 밥상... ⓒ 정현순

곤드레밥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대나무 채반에 차려져 나온 반찬들이 한결같이 무척이나 친근한 반찬들이었다.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밥상. 아주 소박하고 깔끔했다. 음식맛을 보니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반찬이 먼저 나오고 밥은 다음에 나왔다. 반찬이 마치 우리들이 집에서 만든 그런 맛이기에 더욱 편안함이 느껴졌다.

밥이 나오기 전에 반찬들을 벌써 반 이상을 먹어버렸다. "야 우리 어쩌냐. 밥도 나오기 전에 반찬을 다 먹어치웠으니" "여기는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더 갖다 줘" "요즘은 식당에 가서도 더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더라. 물가가 너무 비싸니깐…."

그러나 어쩌랴. 미안해도 밥은 먹어야하니 더 달라고 할 수밖에. 새로 나온 반찬은 처음에 나온 것과는 다른 반찬이었다. 새로운 반찬을 본 친구가 "내가 여기 오자고 해서 왔는데 이건 아까 안 나왔는데요" 하니 서빙하는 사람이 "우린 여러 가지 해놓고 서로 다른 반찬을 주곤해요" 한다. 그것도 재미있고 색달라보였다. 어쨌든 골고루 맛을 볼 수있어서 좋았다.

곤드레 밥 ..
곤드레 밥.. ⓒ 정현순

곤드레밥이 나오고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으니 한순간 피로가 쏴악~~ 풀리는 듯하다. 친구들이 밥 양이 적다고 하니 밥도 얼마든지 더 준다고 한다. 우린 밥을 더 청해서 나온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벼먹었다. 아주 맛있게. 별식이 따로 없었다. 입에 맞으니 그것이 별식이 된 것이다.

하기사 주부들은 남이 해준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맛있다. 거기에 집밥처럼 깔끔한 맛이 나니 더욱 입에 착착 붙을 수밖에.

보글보글 된장찌게 ...
보글보글 된장찌게... ⓒ 정현순

숭늉까지 다 먹고 나니 식당안은 조금 한가해졌다. 여자 5명이 모여 한 마디씩 하니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만 떠들고 있는 것 같아서,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일어서려고 하니 음식점 사장이 직접 와서 "더 노시다 가셔도 됩니다.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하며 묻는다. "그럼 처음에 나온 둥글레차를 더 마시고 싶은데요" 했다. 주전자로 가득 따끈한 둥글레차가 왔다. 그것도 다 마시고 일어섰다.

계산을 하면서 명함을 한 장씩 가졌다. 사장이 "다음에 또 오시면 제가 서비스로 샐러드와 부침개도 해드릴게요" 한다. 점심특선이니 그 가격(7000원)에 그것도 과한 서비스란 생각이 들었다.

사장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다시 오고 싶었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하니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어졌다. 하긴 친구는 그곳에 몇 번이나 왔었다고 하니 믿을 만했다. 살림하는 여자들의 입이 어디 보통 입인가. 맛으로나 그곳의 분위기를 말하는 것으로도. 친구들은 입을 모아 "다음 달에 그 모임(다른 모임)을 여기서 해야겠다"라고 말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커다란 힘을 갖고 있음을 새삼 알게했다.


#집 밥같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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