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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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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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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사> 편찬위원장인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지난해 4월에 임명돼 1년 가까이 활동 중인 특정 위원을 교체하기로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윤 부지사는 지난 15일 담당 국·과장한테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의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환 교수는 <경남도사> 경제·사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남도는 김두관 전 지사 때인 2011년 10월 <경남도사>를 편찬하기로 하고, 2012년 4월 역사학계 전문가와 언론인, 교수 등 20명으로 '경남도사 편찬위원회'를 구성했다.

편찬위는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 부지사는 홍준표 경남지사 취임 뒤 부임했다. 편찬위는 최근까지 네 차례 편찬위원회의와 여섯 차례 실무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편찬위원 가운데 지금까지 4명이 교체됐는데, 모두 질병이나 집안 사정 등의 이유였다. 경남도가 이미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편찬위원을 교체하라고 한 것은 장 교수가 처음이다.

장 교수가 분과위원장으로 있는 경제·사회 분과는 19명의 집필진을 모두 구성하고, 목차와 집필범위, 원고분량까지 모두 결정됐다. 공정률은 절반을 넘긴 상태라 할 수 있다. 장 교수는 회의 때마다 대부분 참석했다. 장 교수의 편찬위원 교체는 새누리당 심규환 경남도의원(진주4, 기획행정위)이 제기했는데, 윤한홍 부지사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부지사는 "25년 만에 도비를 들여서 도사 편찬사업을 수행하는데, 그 내용에 대한 성향까지 걱정하면서 일을 할 필요는 없다"며 "심규환 의원이 문제 제기한 내용이다. 문화예술국장이 심 의원과 직접 상의해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심규환 의원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남도사 편찬은 기본적으로 반대다. 경남도에 예산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라며 "편찬위원 교체는 김두관 전 지사 때부터 제기했다. 예산심의할 때도 지적했고, 사석에서도 교체를 요구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파 학자가 맡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경남도사는 이념 투쟁의 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상환 교수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장 교수는 "경남도로부터 아직 편찬위원 교체에 대한 연락이 없었고, 그동안 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하고 했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언론사 기자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외라서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어이없다. 상식 이하의 조치다. 편찬위원 교체를 철회하는 게 맞다. 심 의원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제기)한 것도 아니고 부정확한 판단으로 한 것이다. 부지사도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수용해 경솔했다"며 "도사 편찬을 위해 계속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규환 "이념 투쟁의 장 아니다"... 장상환 "어이없다"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뒤 슬로건을 '당당한 경남시대'로 바꾸었다. 사진은 경남도청 현관.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뒤 슬로건을 '당당한 경남시대'로 바꾸었다. 사진은 경남도청 현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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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논평을 통해 윤 행정부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21일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행정부지사(윤한홍)가 '성향'을 이유로 도사편찬위원회 분과위원장을 교체하도록 지시한 행위는 공직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행정부지사가 장상환 교수의 연구업적이나 편찬위원회의 운영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공적지위에서 배제토록 지시한 것은 독재시대의 사전검열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상환 위원장 개인뿐만 아니라 국립대학인 경상대학교와 공직사회의 명예를 훼손하고 도정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행정부지사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며 "더불어 도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공직사회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스스로 거취도 고려해 볼 일이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성향이 맞지 않다는 매우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로, 엄연히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편찬위원을 일방적으로 잘라버리겠다는 것은 경남도의 횡포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편찬위원으로 자질과 능력 등이 부족하여 그동안 활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성향을 문제로 교체를 지시하는 것은 막무가내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윤한홍 행정부지사는 일과 무관한 내용으로 특정인물에 대한 색깔 씌우기를 중단하고,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횡포를 부려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연대회의 경남도당은 "인사가 만사임에도 불구하고 '출자·출연기관장 의견청취'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인사는 도의회와 도민의 반대에도 임명시키고, 별 탈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남도사> 편찬위원을 퇴출시키려 하는 것이 과연 상식으로 납득 가능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하는 못된 망아지 버릇은 이제 그만두길 바란다. 그것이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한 홍준표 도정을 근심 가득히 바라보는 도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고 밝혔다.

<경남도사> 편찬사업은 2012년 3월부터 시작해, 2014년 1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경남도사>는 책자 10권 50질과 DVD 10매 등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올해 2억8000만 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경남도사#장상환#윤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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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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