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총서기의 '근검절약' 주창에 서양란의 하나인 심비디움이 된서리를 맞았다는 소식이다. 춘지예(春節·설) 특수를 노렸던 심비디움의 판로가 막히면서 국내 생산농가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춘지예 때 노란색 심비디움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귀부인'이란 꽃말을 지닌 심비디움을 집안에 들이면 1년 내내 행운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키운 최고급 심비디움은 화분당 2만5000원∼3만 원에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에서는 350∼400위안(6∼7만 원)에 팔린다. 최고급품은 2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 소식을 접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10여 년 전 만난 이부윤(53·전남 나주시 남평읍) 씨였다. 그는 당시 심비디움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었다. 국내는 물론 중국시장까지 판로를 넓혔던, 이른바 '잘 나가는 농업인'이었다.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연락을 해봤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작년에 접었어요. 국내 소비가 계속 줄고 있고. 중국 현지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고. 무역규제도 심해졌거든요. 모든 게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작목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이씨가 20년 동안 해오던 서양란 재배를 접고 고심 끝에 선택한 작목은 딸기였다. 심비디움을 재배하던 기존 하우스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작목만 바꿨다고 했다.
최근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을까. 그는 몇 년 전부터 작목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했다. 농업기술 교육을 꾸준히 받으면서 선진지 견학도 빠짐없이 다녔다. 적절한 작목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게 딸기였다.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여건이 좋았다. 기존의 하우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여차하면 달려가 자문을 얻을 수 있는 것도 한몫 했다.
"저희 하우스가 광주에 인접해 있잖아요. 한창 조성되고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와도 가깝고요. 소비시장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시설도 기존의 것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요."이씨는 지난해 시설 교체를 시작했다. 기존의 9동 연동하우스 6000㎡를 그대로 두고 안에 양액재배 시설을 했다. 하우스 안에는 이미 세 겹의 보온용 커튼과 한 겹의 차광막이 갖춰진 터였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딸기하우스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본 딸기하우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딸기재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심비디움을 재배하던 것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었다. 상큼한 딸기도 주렁주렁 열렸다. 맛도 좋다. 당도가 높고 육질도 단단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다.
이씨는 딸기를 부인 박정애(50) 씨와 아들, 딸과 함께 딴다. 방학이라고 놀지 않고 농사일을 돕는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다. 딸기 생산량과 품질도 흡족할 수준이다. 가격도 괜찮다.
"보통 딸기는 5월까지 따잖아요. 근데 우리는 6월까지는 충분히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시설이 워낙 좋잖아요."이런 추세라면 소득도 쏠쏠할 전망이다. 첫 출하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기분이 좋다. 보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언제까지나 좋을 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죠. 판매 방법도 다양하게 해야 할 것 같고요. 금명간 전자상거래도 시도할 생각입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찾아야죠."심비디움으로 오랜 기간 상한가를 달렸던 이 씨가 이번에는 딸기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