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하고 공일(일요일)하고 장날(2,7일)만 문을 열어요."할머니의 밥집입니다. 장터 상인들과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집입니다. 남도 특유의 손맛이 담긴 밥상에 에누리가 있거든요. 한잔 술이 생각날 때면 어르신들과 장꾼들이 편하게 찾는 문턱 없는 선술집이기도 합니다. 술 한 병 갖다놓고 별다른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할머니가 알아서 안줏거리를 그냥 내주곤 합니다.
이름도 정겹지요. '백광주막촌'입니다. 주메뉴는 백반과 곱창전골 국밥이랍니다. 할머니(87·이화춘)는 젊은 나이에 시작한 일이 30년 세월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며느리가 대를 이어가고 있지요.
"식당 한 지 오래되었어요. 근 30년 돼가요."할머니와 며느리가 차려낸 밥상입니다. 쟁반에 반찬이 가득합니다. 호박오가리나물과 두부나물, 감태지, 김자반, 고사리나물, 배추나물 등 그 가짓수가 무려 17가지를 넘나듭니다. 남도의 정과 게미가 한껏 스며있는 찬들은 하나같이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냉이와 보리새싹 시래기를 넣어 끓여낸 된장국은 은근하면서도 구수함이 가득합니다. 고향 어머니의 손맛이랄까요. 여느 식당의 음식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밥도 고봉으로 내줍니다. 하기야 예전의 우리네 어머니들은 밥심으로 산다며 밥을 잘도 챙겼었지요.
시골에서 장 보러 나온 어르신들이 밥집으로 들어섭니다. 서로들 안부를 묻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보따리를 한 겹씩 씨줄과 날줄로 풀어냅니다.
"사람이 오면 '어서 오씨요~' 하씨오.""진즉 인사 해부러써.""아제는 겁나 오랜만에 오셨네요.""나, 유치마을로 이사를 가서 그라요~"
장날 할머니의 밥집에는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맛 난 밥상과 정겨운 이야기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술상이 차려 지곤 합니다. 어르신들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자, "추억인께 한 장 멋지게 찍어 달라"고 하십니다. 흥겨운 웃음소리가 넘쳐납니다. 백반 한 상에 마음마저 푸근해져 옵니다. 전남 장흥 토요장터 할머니의 밥집은 그리움이 있는 곳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7일 일요일 장흥 장날에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