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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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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14일째 이어지는 헌법재판소장 공백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칼'을 4일 빼들었다. 그러나 칼을 꺼내든 방향은 예상과 달랐다. 특정업무경비 사적유용 의혹 등으로 사실상 '낙마'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새누리당에서도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대해 의문표를 찍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하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무리한 직권상정은 박근혜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정부조직개편안, 국무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여야 협상에 파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처럼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상정은 물론, 통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왜 이 후보자에 대한 표결 처리를 들고 나섰는지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실패로 50% 초반대로 추락한 박근혜 지지율, 직접 나서자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후 통의동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후 통의동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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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력한 해석은 거듭된 인사 실패로 인해 옹색한 처지에 빠진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에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마저도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 사퇴 이후 하락하는 형편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유·무선 전화 자동응답 RDD방식,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에서 박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은 전주 대비 2.2%p 하락 63.7%를 기록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답변 역시 27.3%로 전주 대비 2.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조사한 지지율은 더욱 좋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RDD 방식,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에서 "박 당선인이 인수위 구성·활동 등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52%에 그쳤다. 지난주 대비 4%p 하락한 수치다. 부정평가는 21%로 지난주 대비 2%p 상승했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는 단연 '인사실패'가 꼽혔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인사 잘못함·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이라고 답한 것이 전체의 42%에 달했다. 지난주 같은 질문에 24%만 답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리얼미터' 역시 "김용준 전 후보자가 언론 검증 과정에서 사퇴하면서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박 당선인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향후 인사과정에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자진사퇴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와 달리 여전히 '숙제'로 남겨진 이동흡 후보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진사퇴 요구하더니 입장 바꿔 박근혜 '숙제' 대신 풀어주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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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당선인이 지금에 와서 이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결단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지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처럼 '폭탄 돌리기'를 하듯 서로 책임을 미루던 중 청와대에서는 다른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박 당선인이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직접 나선다면 결국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만 쏠리게 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면 박 당선인은 골치 아픈 숙제를 손 안 대고 풀게 된다.

사실 새누리당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무산 이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해왔다. 이날 표결 처리를 주장한 황우여 당대표조차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 되지"라고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가 입장을 바꿔 임명동의안 통과를 주문하더라도 당력이 모일지 의문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의견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황영철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표결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당선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폭발물 처리반'을 자처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동흡 포기한 건 새누리당, 직언할 번지수 잘못 찾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4일 "황우여 대표가 직언할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 다른 분을 밀었으나 박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주째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 공백사태의 책임은 명백히 이 후보자를 선택한 박 당선인에게 있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 본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박 당선인이 청와대와 협의해 지명철회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명동의안을) 표결하자는 황 대표의 주장이 이 후보자와 박 당선인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임을 아셔야 한다"며 "국회 표결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박 당선인께 지명철회를 직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애초에 청문회 보고서 작성에 소극적인 태도로 나와 이 후보자를 사실상 포기한 건 새누리당이었다"며 "이미 국민들 속에서 '낙마'한 상태인 이 후보자를 소생시키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이 눈물겹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헌재소장은커녕 사법처리 대상이나 마찬가지인 이 후보자가 사퇴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이 후보자 지명에 동의한 박 당선인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은 "황우여 대표는 이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했다는 사실을 잊으신 모양"이라며 "상황이 이쯤 됐으니 이명박 정부에 이동흡 후보자의 헌재소장 지명철회를 권고한다, 이것이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를 막고, 박근혜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이동흡#황우여#인사청문회#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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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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