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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은 2030세대와 5060세대 간의 대결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선거였다. 대선 이후에도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갈등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문제로 인해 또 다시 불거졌다. 대다수 젊은 세대는 왜 내가 낸 국민연금으로 노인 세대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대선은 자기 집과 부동산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와 집과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노인 세대 간의 대결 양상이었다. 지난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것은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아닌 "결국 부동산이었다"는 자조(自嘲) 섞인 말이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야권은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모두들 헛다리짚고 봉창 두드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5060세대가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이정희 후보에 대한 반감과 경제·안보 불안 등 여러 진단이 나왔지만,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가장 컸다는 해석이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국가나 자식이 노후를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 집이 노후를 책임질 거라 철썩 같이 믿었는데 집값마저 추풍낙엽이니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잃을까봐 불안하고 두려운 게 인간의 마음이다.

반면 인터넷의 부동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집값이 폭락하여 투기한 사람은 모두 한강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식의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자기 집과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하는 젊은이들일 확률이 높다.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데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자기 집 하나 마련할 수 없다면 절망하고 분노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이렇듯 집이 없는 대다수 젊은 세대는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고, 집이 있는 대다수 노인 세대는 집값이 오르거나 최소한 현상유지 되길 바라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집 없는 젊은 사람들은 집값이 내리는 게 희망이고, 집 있는 나이든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거나 유지되는 게 희망인 현실이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이해관계가 이렇게 서로 다르니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집 없는 젊은 세대와 집 있는 노인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계급투쟁 양상으로 나라가 두 쪽으로 쫙 갈라지고 있다. 남북 갈등, 지역 갈등도 모자라 이제는 세대 갈등으로.

이런 상황에서 노인의 기초노령연금을 올리기 위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두 연금의 통합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는 별 관심도 없이 또 다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길

노인 세대가 집과 부동산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집과 부동산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노인 세대를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져야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와 집도 없어서 힘들어 죽겠는데 집 있는 부자 노인들을 위해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을 더 내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 세대가 집과 부동산자산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변한 일자리와 집도 없이 힘들게 사는 젊은 세대가 이들 노인 세대까지 부양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노인도 노인 나름이다. 자기 집과 부동산자산, 금융자산이 많은 노인도 있지만 노인 세대 간의 자산 경쟁에서 패배한 가난한 노인은 종이박스를 모으러 다니는 게 지금 현실이다. 생활이 어려운 이런 노인은 사회가 부양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갈등을 풀려면 근본적으로 부동산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일자리와 집이 없어서 힘들어 하고 절망하는 젊은 세대에게 노인 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더 지라고 하면 아마도 반발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노인 세대 자신들의 부양을 위해서라도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고통인 부동산문제를 해결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집과 부동산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노인 세대가 먼저 부동산 거품을 계속 떠받치려하는 어리석고도 불가능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젊은 자식 세대들도 살 수 있고 결국 노인 세대 자신들도 살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여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여야한다.

지금처럼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결국 부동산가격도 계속 떨어져 노인 세대도 죽고 자식 세대도 다 같이 죽게 된다. 부동산거품을 계속 떠받치려는 헛된 시도는 모두가 죽는 길이다. 아기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변변한 직장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은 별로 없고, 어렵게 살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만 가득한 '죽음으로 가는 사회'가 된다.

우리나라가 살려면 출산율이 높아져 생산인구가 늘어나고, 젊은 사람들이 괜찮은 직장에서 모두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집도 마련하고 노인 세대를 위한 세금도 낼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지금처럼 높은 땅값을 유지하면서 경제는 절대 살아날 수 없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점점 더 악화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동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만 한다.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토지사유제로 인한 토지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토지불로소득을 사회가 토지보유세로 환수하여 사회복지와 노인 세대 부양을 위해 쓰고, 젊은 세대에게는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최대한 보장해주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생명으로 가는 사회'가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부동산문제를 해결하여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생명의 길로 가자.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희년함께(www.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고,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운영위원입니다.



#세대갈등#부동산#기초노령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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