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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선대위의 공보단장을 맡았던 이정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이 6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실에 나타났다. 인수위 현판식에 이은 임명장 수여식 뒤 인사차 들른 것이었다.

이 팀장은 "내 입을 없애버렸다. 비서는 귀만 있고, 입이 없어야 한다고 해서"라면서 웃었다. 대선 당시와는 달리 이제 자신은 자유롭게 어떤 의견을 내거나 취재에 응할 수 있는 처지가 안 된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농담이었다.

이런 말에도 기자들은 이 팀장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이날 열린 인수위원 임명장 수여식 내용, 인수위원 워크숍 기조발제 내용 등 문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 팀장에게서 별다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인수위 대변인이 시간을 정해 정례 브리핑을 하도록 해달라'는 등의 각종 민원성 제안도 쏟아졌다.

이 팀장에게 몰려든 기자들을 보고 한 기자는 "대변인이 할 일을 안 하니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혀를 찼다. 이정현 팀장이 기자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기자들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창중의 새로운 패러다임, '말 안 한 건 쓰지 말라?'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이 6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제1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이 6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제1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현재까지 윤 대변인의 역할은 취재에 도움을 주거나 인수위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보다는 '언론 계도'의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언론과 국민 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윤 대변인은 "앞으로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국민을 대표해 취재하시는 언론인들에게 인수위 활동에 대해 항상 투명하게 공지함으로써 국민, 그리고 언론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원활한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변인은 "언론과의 신뢰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언론과 신뢰가 형성돼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게 저의 언론관"이라며 "인수위 출범을 전후해 '낙종도 특종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특종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결국 오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굉장히 쉬운 취재가 될 수 있다"며 "왜냐하면, 그래야만 한 줄의 기사가 나가더라도 독자와 시청자들께서 신뢰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결국 자신이 브리핑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하면 오보로 이어지고, 이게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30년 정치부 기자와 정치 담당 논설위원을 하면서 국가요직에 대한 인선보도가 엄청난 오보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언론의 신뢰가 상실되는 걸 아주 통렬하게 느꼈다"면서 "이번엔 새로운 패러다임을 한번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언론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요직 인사 등을 미리 취재해 보도하는 관행이 원인이고, 윤 대변인 자신이 이런 관행을 깨 국민과 언론의 신뢰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보에 대한 책임은 각 언론사에서 지는 게 당연한데도, 윤 대변인이 나서서 언론의 신뢰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윤 대변인이 정착시키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내용은 이날 오후 1차 전체회의 내용에 대한 브리핑에서 드러났다. 인수위원들이 언론과 개별접촉하는 것을 지양하고 모든 인수위 활동 내용 공표는 윤 대변인 한 명으로 단일화한다는 것이다. 또 보안유지가 힘든 민간 자문위원회도 두지 않기로 했고, 활동내용 누설 시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강력한 경고'도 나왔다.

윤 대변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결국 '뉴스 가치 판단도 인수위가 해주겠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날 전체회의 뒤 인수위원들은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으로 옮겨 워크숍을 진행했다. 오후 6시 쯤 워크숍이 끝나고 윤 대변인이 왔지만, 기자들이 워크솝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건 '인수위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분위기는 아주 진지했다'는 내용밖에 없었다.

기자들이 기조 발제 내용은 무엇이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물었지만 윤 대변인은 "영양가가 없다"며 설명을 거부했다. 논의 내용에 대한 '영양가 판단'은 기자의 몫이란 건 둘째치고,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인수위가 한데 모여 진지하게 논의를 한 현장이 윤 대변인의 한 마디로 '영양가 없는 모임'이 되고 만 것이다.

'쌍방향 맞춤행복 정부 3.0'은 어디 갔나?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고, '정부 3.0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일방향의 정부 1.0을 넘어, 쌍방향의 정부 2.0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를 달성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게 박근혜 당선인의 약속이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당선이 주변이 비밀로 도배되고 있다. 3.0은커녕 2.0도 제대로 못하고 1.0으로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도 나지 않은 사안이 보도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항변하겠지만, 이미 결정한 걸 시민에 알려주는 게 쌍방향은 아니다.

시민은 어떤 정책이 검토되고 있는지 알고 반응할 권리가 있다. 이명박 정권을 출범 초기부터 뒤흔들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단순히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뒤로한 일방적인 정책 결정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인수위#윤창중#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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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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