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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를 3시간 정도 남긴 시각(미국 현지시각), 미 의회에 모인 조 바이든 부통령과 양당의 상원 대표들, 그리고 민주당의 낸시 펠로리 하원 대표는 소위 '재정절벽'을 피하는 법안에 모두 합의했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오후 이미 의사당을 떠났기 때문에 상원에서 표결이 이뤄진다해도 하원에서의 표결은 1월 1일이나 2일 즈음에나 이루어질 전망이다.

같은 날 정오에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새해 증세를 막는 합의안이 거의 가시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고 의회가 잘 마무리 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는 두 개의 큰 문제로부터 야기됐다. 하나는 부시 감세안의 만료이고 다른 하나는 급격한 예산 삭감, 소위 '압류(sequester)'라 불리는 문제다.

부시 감세안은 2003년 부시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 시작된 것으로 원래는 2010년에 자동 만료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 들어닥친 심각한 경기 침체 때문에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감세안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바마는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에서 연소득 25만 달러 이하의 가정에는 감세안을 계속 적용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리고 그의 약속은 2012년 12월 31일까지 미 의회가 법안을 통과해야만 지켜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미국의 모든 납세자들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더 높은 납세율을 적용받아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다른 문제는 소위 '압류'라 불리는 것으로 미 의회가 2012년 12월 31일까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지출 삭감 내역을 결정하지 못할 경우 2011년 미 의회가 결정한 법안에 따라 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1년 미 의회는 당시 정부 부채 상한선을 올리면서 향후 10년간 2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지출을 삭감하는 법안, 즉, 예산 통제법(Budget Control Act of2011)을 통과시켰다. 당시 의회는 이 중 1조2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지출 삭감내역을 지정하지 못했고, 이에 예산 통제법에 따라 우선 2013년 1월 2일부터 예산안의 전 범위에서 1100억 달러의 지출 삭감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했다(단, 저소득층 대상의 의료 보험 혜택인 메디 케이드, 군인 임금과 연금, 제대군인 혜택 등은 이 자동 삭감의 대상에서 제외).

절벽 끝까지 몰려간 협상... 부유층 증세로 인한 세수확대는 성공

 12월 31일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리기로 잠정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는 속보를 전하고 있다.
 12월 31일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리기로 잠정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는 속보를 전하고 있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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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직후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협상을 시작했으나 실패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부시 감세안 만료의 대상을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으로 올리기도 했지만 같은 당 하원의원들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했다.

이어 미치 멕코널 공화당 상원 대표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가 협상의 바톤을 이어 받았지만 다시 결렬됐고, 멕코널 상원 의원은 재정절벽 마감시각 이틀 전인 12월 30일 일요일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의 마지막 노력을 이어갔다. 그 결과 첫번째 문제, 즉 부시 감세안 만료로 인한 전국민적인 증세 문제는 31일 오전에 어느 정도 해결됐다.

즉, 연 소득이 45만 달러(미혼일 경우에는 40만 달러) 이상인 부부의 경우 기존의 35%에서 39.6%로 소득세율이 증가한다. 이들 소득자의 경우 주식 투자 등으로 인한 이익 배당금과 펀드 투자로 인한 자본 이득의 부과 세율도 종전의 15%에서 20%로 증가한다.

원래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감세안의 만료로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가정을 대상으로만 증세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31일 <뉴욕타임즈>는 45만 달러 이상으로 증세 대상의 기준이 올라가 것에 대해 협상 관계자의 말을 빌어 "30만 달러 이상의 연소득자(미혼자의 경우는 25만 달러)에 대한 세게 감면 및 공제가 없어지게됐다"며 결국 대통령의 뜻대로 된 셈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도세의 경우, 기존에 민주당과 오바마가 주장하던 350만 달러 이상의 상속에 대해 45%의 세율을 부과한다는 입장에서 후퇴, 500만 달러 이상의 양도액에 40%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2009년 경기 부양안에서 오바마와 민주당이 주장했던 중산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는 5년 동안 연장됐으며, 저소득층의 자녀들을 위한 세제혜택이 유지됐다. 또 실업자 보험금도 1년 더 연장됐다. 또한 메디케어(노인들을 위한 국가 의료 보험)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을 위한 정부 지원금 삭감안도 1년 연기되어 노인들의 불안감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감행함에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약 6000억 달러의 세입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이 액수는 오바마가 기존에 계획했던 7000억 달러 세입의 85%에 해당한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과 멕코널 공화당 상원 대표는 31일 저녁까지 두번째 문제, 즉, 2013년 전 예산분야에서 발생할 1100억 달러의 자동 지출 삭감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의회를 직접 방문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달의 시간을 더 갖자는 데 합의를 이뤘다.

한편, 민주당의 양원 대표와 공화당 상원 지도부와는 달리 공화당 하원은 31일 오후에 1월 1일 오후까지 휴정을 선포한 후 의사당을 떠났다. 이들은 31일 정오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하원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만약 공화당 의원들이 내가 오로지 지출 삭감만을 통해 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또 그들이 백만장자나 많은 로비스트를 거느린 회사에는 어떤 상응하는 희생을 요구하지 않은채 노인들과 학생들, 또 중산층을 위한 지출만을 삭감하려 든다면, 그들은 내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공화당의 에릭 켄터 하원 원내대표의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만약 오바마의 목적이 협상을 망치고 절벽으로 가고 싶은 것이라면 그는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존 메케인 아리조나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싸우자는 메세지를 보냈다. 화를 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공화당 하원 지도부의 의원의 말을 빌어 "오바마의 발언 때문에 하원이 반발했다. 협상은 그 발언 때문에 깨진 것이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하원 의장을 제외한 양원의 대표들과 백악관이 모두 합의를 이뤘으나 12월 31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으므로 2013년 1월 1일부터 부터 미국의 모든 납세자들은 세금 인상 및 자동 지출 삭감 등의 법안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31일의 임시 타결로 그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는 "엄밀히 말하면 미국 정부가 1월 1일 자정을 기해 '절벽'으로 떨어진 셈이나, 양원 대표가 서둘러 합의만 한다면 '절벽'으로 인한 충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재정절벽'이란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12월 31일 <허핑턴 포스트>. "반란! 공화당 하원이 오바마에게 반발했다"며 공화당 하원이 협상을 포기한 채 의사당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12월 31일 <허핑턴 포스트>. "반란! 공화당 하원이 오바마에게 반발했다"며 공화당 하원이 협상을 포기한 채 의사당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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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의원들은 최상위 부유층의 세율만 인상시킨다 해도 미국의 세금이 인상된다고 믿고 있다. 28일 <폴리티코>는 "많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절벽으로 가는 것은 잠시라도 (부시 감세안의 만료로)세금이 인상됨으로써 오바마를 비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은 바로 다음달 즈음 감세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이것만이 자기 지역의 유권자들을 더 쉽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만약 이들이 지금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들은 다음 경선에서조차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적었다.

MSNBC도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냥 절벽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두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민주당은 줄곧 주장했듯이 부시 감세안 자체를 만료시킬 수 있게 된다. 공화당은 부시 감세안의 만료가 상대적으로 세금 인상이라는 결과가 되지만 그들의 투표 때문에 이뤄진 일은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할 말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재정 절벽'이란 은유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자동적인 지출 삭감이 즉시 영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며 양당이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바로 수정될 수 있다"며 "2013년 1월 1일에 만료되는 부시 감세안도 의회가 1월 즈음 최상위 부유층을 제외한 납세자들을 위해 다시 연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재정절벽의 위기를 타계하지 못하면 미국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고 2013년 말에는 실업률이 9%대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 경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2011년에 신용 평가 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가 미국 정부의 신용 등급을 강등시켰을 때처럼 미국의 정치 때문에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오바마로서는 이민과 에너지 문제 등 행정부 2기의 주력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재정절벽의 위기를 해결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31일 CNN Money는 미국 정부의 대출 한도가 다 찼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앞으로 두 달 내에 미 의회는 정부의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협상도 벌여야 할 지경이다. 만약 의회가 이번 재정절벽의 위기의 상황을 반복한다면 미국 정부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미국 재정 절벽#공화당 하원#존 베이너#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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