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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 아래 문짝이 떨어져나갔습니다
냉장고 아래 문짝이 떨어져나갔습니다 ⓒ 김동수

"여보 드디어 문짝이 떨어졌어요!"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네요."
"그렇네요."
"역시 시간 앞에 장사가 없네요."

1997년 결혼할 때 아내가 가져왔던 혼수품인 냉장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15년 내내 우리집 먹을거리 신선도를 지켜왔던 냉장고 곁을 떠난 이유는 냉장고 아래문짝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짠하네요."
"당신과 15년을 함께 했잖아요. 몇년 전인가? 문짝이 떨어져나가 새것으로 교체했는데 이제 완전히 망가졌네요."
"조금 더 사용하고 싶었는데."
"당신 마음 알죠. 15년이면 우리 아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함께 한 것이잖아요. 그때는 냉장고가 엄청 컸는데. 요즘은 냉장고들이 다 양문이라 이제 이 냉장고도 작아요. 작아."
"나는 큰 것 필요 없던데."

 떨어져나간 냉장고 문짝
떨어져나간 냉장고 문짝 ⓒ 김동수

아내는 마음이 짠한 모양입니다. 얼마나 짠하겠습니까? 15년을 함께 했다면 비록 생명이 없는 냉장고이지만 자식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특히 아내는 깔끔한 성격이라 하루에도 몇번씩 행주질을 합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음식물을 다 꺼집어내어 역시 깔끔하게 청소합니다. 손이 닳도록 냉장고와 함께 한 것이지요.

"짠돌이가 어쩔 수 없이 목돈을 써야겠네요."
"냉장고는 너무 비싼데 어떻게하죠."

"15년만에 당신에게 큰 인심 한 번 쓸게요."
"그래도 몇 십만 원은 들어갈 것인데."
"이참에 양문 냉장고 살까요?"

"아뇨. 우리집에 그렇게 큰 냉장고 필요 없어요."
"여자들이 양문 냉장고 갚고 싶지 않나?"
"나는 그런 마음 없어요. 그리고 우리 집 방문이 좁아 양문 냉장고는 들어오지도 못해요."
"생각해보니 그렇네."


 아내에게 새 냉장고를 사줬습니다. 아내는 싱글벙글입니다.
아내에게 새 냉장고를 사줬습니다. 아내는 싱글벙글입니다. ⓒ 김동수

아내가 참 고맙습니다. 다른 주부들처럼 조금 더 좋은 냉장고 왜 갖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아내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돈 벌지 못한다고 타박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넓은 집과 좋은 집에 살지 못한다고 남편를 낮게 평한 적도 없습니다. 정말 고마운 아내입니다. 이런 아내 세상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깨 냉장고를 사러 갔습니다. 몇 백 만원짜리 냉장고는 아니지만 작은 냉장고를 샀습니다. 아내는 싱글벙글입니다. 감사하고 고맙다고 합니다. 이런 아내 최고입니다. 저같이 속좁고 못난 남편에게는 정말 과분한 아내입니다.

여보 정말 고맙고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냉장고#아내#혼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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