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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화려함, 인공섬, 고층빌딩, 쓰레기, 개발, 간척, 원시림, 새, 사람, 농부, 평야,  강, 바다, 개발 등등 많은 단어들로 순서대로 나열된다. 지난 11월 5박 7일간의 해외 현장답사를 마친 뒤 떠오르는 말들이다.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들을 확인 할 수 있는 자리였던것은 분명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곳을 다녀온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아니 가장 살고 싶은 곳은 역시 말레이시아이다. 자연을 지키며 사람과 생명을 생각하는 농부의 삶을 배울 수 있었던 KOREF(Kahang Organic Rice Eco Farm)와 우리와는 다른 지배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평화를 지켜온 말레이시아 원주민의 삶과 이것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는 도시인 '말라카'는 오랜 기간 뇌리에 남는다. 

말레이시아  KOREF 게스트 하우스 말레이시아의 작은 마을 카항에 위치한 KOREF의 게스트 하우스
▲ 말레이시아 KOREF 게스트 하우스 말레이시아의 작은 마을 카항에 위치한 KOREF의 게스트 하우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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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나라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근거는 전혀 없다. 나라마다 답사한 주제와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의 화려함만 기억나는 싱가포르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홍콩은 습지의 현명한 이용과 보전을 실행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배울 것이 많아 보였다. 도시국가에서조차도 습지에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것을 지키기고 시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홍콩습지공원과 마이포는 우리나라의 미래 습지보호정책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듯 했다.

'선진국의 고도화된 도시개발! 자연과 함께하는 삶!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스스로가 선택 할 수 있어야 한다.' 견학을 마치고 정리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의 기초에는 역시 싱가포르 영향이 크다. 극도로 도시화된 싱가포르에서는 배울 게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서울의 삶이 최선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높은 고층빌딩만 즐비하게 들어선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도시의 답답함 그 자체였다. 정원의 도시라며 소개한 가이드의 말처럼, 높은 고층빌딩 숲 사이로 많은 나무들을 심어 가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 새와 다른 동물과 곤충 등의 생명 없었다. 단순한 인공정원에 불과 한 것이다. 싱가폴는 열대우림지역을 유지 할 수 있는 기후로 다양한 생태계의 유지가 가능한 곳이다. 싱가포르는 철저하게 사람중심의 도시인 것이다.

500만 명의 거대한 도시에서 배출되는 하루 1만9000t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Semaku Landfill 세마카우 쓰레기 매립장 싱가포르의 유일한 배출구 같은 곳이었다. 대전시가 150만 명에 하루 1200t의 쓰레기가 발생되는 것을 비교하면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싱가포르는 과도한 쓰레기 발생이다.

국토 좁은 싱가포르는 과도하게 많은 쓰레기 때문에 350ha의 면적에 6300만m³의 쓰레기 매립지를 바다 위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매립을 위해 버려진 땅이 된 세마카우에서 만난 새는 비둘기 몇 마리와 왜가리 몇 마리가 전부이다. 대한민국의 섬에는 최소 150종 이상의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생태계의 다름 아니다.

세마카우 매립장 조성내용 환경부 관계자가 안내해준 세마카우 매립관련 자료
▲ 세마카우 매립장 조성내용 환경부 관계자가 안내해준 세마카우 매립관련 자료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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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물 관리에 대해 볼 수 있는 NEWater Visitor Centre 는 기술만을 신봉하는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물'이 정말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인지? 하숫물을 정화하여 사용하는 것이 정말 꼭 필요한 기술인지? 시민에게 물에 대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지? 이렇게 정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 복잡한 물음표만이 만든 곳이 NEW Water이다.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땅 싱가포르에 너무 많은 인구가 모여 살다보니 생긴 결과물이 NEW Water라고 나는 단정한다. 과도한 도시개발이 불러온 병폐라는 말이다.

PUB에서 운영하는 마리나버라지(Marina barrage) 댐은 그야말로 최악의 구조물이었다. 홍수를 예방하기위해 만든 댐인 마리나버라지는 사람이 자연을 철저하게 배척하여 만든 구조물이었다. 간척 등으로 인해 생겨난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댐은 바다의 물길을 말아, 민물로 만들고 물을 가두면서 물은 썩어가고 있었다. 올여름 금강정비사업의 대형보에서 발생한 녹조와 물고기 집단 폐사가 연상되었다. 미래의 4대강 모습이 이렇지 않을지 걱정이 밀려오는 현장이었다.

마리나버라지 댐 상류에 발생한 녹조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더러운 물이었드며, 녹조가 가득했다. 이렇게 저질의 수질을 유지하기위해서 5년마다 한번씩 준설을 하고 있다고 했다.
▲ 마리나버라지 댐 상류에 발생한 녹조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더러운 물이었드며, 녹조가 가득했다. 이렇게 저질의 수질을 유지하기위해서 5년마다 한번씩 준설을 하고 있다고 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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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으로 만들어진 마리나버라지의 물길에는 최근 홍수피해 등을 막기 위한 저류지나 하천 폭의 확장등 다양한 선진적 시스템 자체를 도입할 수조차 없어 보였다. 때문인지 강물은 썩어서 물고기 사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죽은 시체를 먹는 까마귀들만 강에 남아 있었고, 녹조로 한길 물속조차 알 수 없는 호수가 되어버렸다. 이런 더러운 수질 유지를 위해 5년마다 준설까지 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도시의 각박함과 지난 친 화려함에 위협당한 싱가포르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여우와 풍요의 나라로 기억된다. 약간은 저개발 된 탓에 도시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KOREF(Kahang Organic Rice Eco Farm)농장이 나에게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호텔의 숙소보다 소박하게 이어진 나무다리를 건너가게 만들어진 게스트하우스는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유기농의 불모지인 말레이시아에서 유기농확산을 위해 애쓰는 아까따씨의 헌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잘못된 유기농산물품을 판매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유기농에 헌신하게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코레프 농장에 대한 소개와 차를 대접받고 있는 모습 아따까씨(중아-파란색티)가 참가자들에게 설명중인 모습
▲ 코레프 농장에 대한 소개와 차를 대접받고 있는 모습 아따까씨(중아-파란색티)가 참가자들에게 설명중인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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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F 농장은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는 농촌이며 습지였다. 우리나라의 논이 람사협약에서 논습지로 인정받은 것과 같은 이치로, 논습지가 얼마나 많은 자연과 생명을 품을 수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약 70ha의 면적에 42종의 새들이 관찰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생태계가 있어서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넓은 시야와 녹색이 가져다주는 여유와 그곳에서의 바람과 자연, 사람들의 느낌이 좋았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이다.

카항에 위치한 작은 강 KOREF가 위치한 작은 마을! 밀림속의 마을 자은 강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
▲ 카항에 위치한 작은 강 KOREF가 위치한 작은 마을! 밀림속의 마을 자은 강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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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는 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도시였다. 과거의 역사에 순응한 삶을 살아왔다는 말라카의 68여개의 부족들을 지배해온 서구가 남긴 흔적들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서구의 지배에 순응한 말라카 원주민과 항일 운동을 펼쳐왔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비교하면 너무나 이질 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수탈의 역사가 기록된 도시의 여러 자원들이 도심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점은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지점처럼 느껴졌다.

말라카의 도시의 가옥에서 둥지를 트는 칼새를 보면서, 제비를 떠올랐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만 둥지를 트는 제비와 칼새는 매우 닮아 있었다. 사람의 과욕으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어진 제비! 말라카 도시 내 호텔에서 칼새의 똥을 받아주는 받침대가 설치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과거의 제비와 함께 살아가던 생태적 삶을 추억해 볼 수 있었다

호텔에 둥지를 튼 칼새 칼새가 배출하는 똥을 받기위한 똥받이가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과거 제비똥받이를 설치했던 우리나라 시골의 모습이 연상된다.
▲ 호텔에 둥지를 튼 칼새 칼새가 배출하는 똥을 받기위한 똥받이가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과거 제비똥받이를 설치했던 우리나라 시골의 모습이 연상된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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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는 개발된 도시를 답사하지는 못했다. 홍콩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를 답사를 통해 최근 그 역할이 높아져가고 있는 습지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볼 수 있었다. 도시한복판에 만들어진 습지공원은, 우리나라의 강 하구에 만들어진 거대한 탐조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홍콩 습지공원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철저하게 새들과 사람들의 공간을 분리하면서 새들의 서식처를 보호하고 있었다. 새들의 코앞에까지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 새들을 볼 수 없는 탐조대로 전락시키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도시공원의 작은 습지공원에서 조차 새들을 볼 수 있는 것을 보며, 사람과 새들이 공존을 배울 수 있었다.

홍콩습지공원에 비해 철저하게 새들을 위해 운영되는 마이포습지는 우리나라 습지보호에 대한 인식자체에 대한 부끄러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작은 도시국가인 홍콩의 마이포습지만큼 보전되고 관리되어지고 있는 한국의 습지가 있을까? 창피 한일이지만 단적으로 없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습지는 단순한 비교평가는 어렵지만, 마이포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높은 가치가 있는 습지를 보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난 5년간 국격을 높이시고 계신 MB정부는 있는 강 습지마저 4대강 사업으로 모조리 망가트렸다.

대한민국의 습지는 최근 람사나 습지보호구역 설정등의 노력을 통해 보전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방치되고 버려지면서, 지속적인 개발 압력에 생태성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주남,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새만금 등이 모두 개발로 습지본연의 가치가 상당부분 훼손되었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반대로 마이포습지는 새를 보는 탐조인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졌다. 홍콩에 비해 훨씬 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많은 습지들이 탐조인에게 새들을 만나기 어렵기만 한 공간인 것에 비하면 너무나 마이포는  너무나 쉽게 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철저하게 새와 사람의 공간을 분리하여 지속적으로 습지에 새들이 찾아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새가 오는 곳에 거대한 탐조대로 조성하면서 새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유명탐조대에서는 새들을 볼 수 없다.

홍콩의 철새탐조대의 모습 화려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새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 홍콩의 철새탐조대의 모습 화려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새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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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개인적 입장에서는 홍콩에게 우리나라는 졌다. 새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곳이 홍콩의 습지견학이 이었다.

대한민국은 새와 사람의 거리가 110m라고 한다. 영국은 15m, 뉴질랜드는 5m, 일본은 15m인 것에 비하면 너무나 멀기만 하다. 다른 나라는 새와의 자연과 친구가되기 위해 부단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거리를 좁혀나간 것이다. 사람에 비해 약한 생물에 대한 배려가 거리를 좁힌 것이다. 우리나라 등록된 총만 약 50만정! 불법으로 소유한 총기까지 포함하면 100만정 이상될거라고 추정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겨울철새가 100만 마리인 것을 감안하면, 소유한 사람이 1마리씩 겨울철새를 쏘게 되면 우리나라 겨울철새는 멸종한다. 이런 총에 대한 위협과 새만금, 시화호, 4대강 등의 마구잡이식 개발로 지속적인 서식처 훼손은 사람과 새의 거리를 멀게만 한다.

자연에게는 안타까운 현실 일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을 돌아보면서 자연의 보전, 도시와 자연의 공존, 고도의 도시개발 등의 테마를 격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자연과 새들에게 처해진 안타가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을 한번쯤은 고민 할 수 있는 고마운 자리였다. 110m나되는 새와 사람의 거리가 줄어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본다.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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