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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고깃덩이를 바깥에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 한 시간만 지나도 고기 겉 표면은 쉽게 얼어버린다. 평균기온이 영하에 머물며, 체감온도는 그 배로 낮은 요즘 <오마이TV> 대선올레의 평균 실외 생방송은 5시간 이상 지속한다. 웬만한 고깃덩이는 꽁꽁 얼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를 들고, 스마트폰을 들고 현장을 지키는 대선올레 사람들.

"지금, 살아있나?"

 대선올레 진행자인 오연호 대표기자와 박정호 기자가 여대생 2명을 인터뷰하고 있다.
대선올레 진행자인 오연호 대표기자와 박정호 기자가 여대생 2명을 인터뷰하고 있다. ⓒ 박선희

11일 <오마이TV> 대선올레는 안철수 전 후보가 서울권 대학을 찾아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날 안 전 후보는 오전부터 고려대, 건국대, 이화여대, 홍익대, 신촌 순서로 방문해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대선올레는 2시 30분부터 이화여대 앞 거리와 홍익대 앞 상상마당 거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안 전 후보의 유세현장을 생중계하고, 현장 민심을 전했다.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칼바람이 불어 체감 날씨는 얼음장같이 추웠다.

대선올레 스태프들 : 죽어가는 중

안철수 전 후보의 홍익대 앞 일정이 끝나고 대선올레팀은 중계차를 타고 신촌역 사거리의 현대백화점 앞 공터로 움직였다. 이동 중에 차 안은 한동안 긴장 풀린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중계차 안의 상황은 이렇다. 진행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서해성 성공회대·한신대 외래교수는 중간 좌석에 앉아 있었고, 대선올레 현장팀장인 김윤상 PD는 좌석 뒤의 중계차 내 간이 스튜디오에서 생방송 중계를 편집 중이었다. 그런데 카메라의 위치나 중계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지시해야 할 김윤상 PD가 조용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서해성 교수가 말했다.

"김윤상 PD가 살아있나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존해 있습니까?"

그리곤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봤다. 대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더 촉박한 일정으로 연일 12시간 넘게 생방송을 준비하고 촬영했으니, 대선올레 스태프가 과로사를 한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또 겨울산 계곡물과 같이 추운 날씨에 몸이 꽁꽁 얼었다가 뜨거운 히터 바람을 쐬니... 촬영 중에 졸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이 상황을 알고 있으니 참 "웃픈(웃기면서도 슬픈)"것이었다.

직장인 시청자 : 죽을지도 모름

따뜻한 실내에서 '대선올레'를 보는 시청자들도 상황에 따라 마음은 살얼음판이다. 지난 10일 <오마이뉴스>는 인기포탈의 직장인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다. '대선올레' 덕분이었다.

종편과 지상파 3사에서의 유세현장 보도는 대개 정규뉴스 시간 리포팅이 전부다. <오마이TV> 대선올레처럼 대통령 후보나 캠프, 대선 이슈가 될 현장을 생중계 해 온 방송사가 없다. 특히 대선올레는 현장 생중계 뿐 아니라 유세 전후에 현장에 있는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현장기자, 전문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선판세를 분석한다.

그러다 보니 실시간 중계와 걸출한 진행자들의 대선판세 분석을 보고 듣기 위해 '대선올레'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다. 지난 7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부산 공동번개모임은 순간 시청자수가 1만 5천 명에 이를 정도였다.

어떤 직장인 시청자는 생중계 시간이 일과시간이다 보니,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몰래 볼 수밖에 없고 토로하기도 했다. 10일 '모든 곳은 스튜디오다' 특집 광주 생중계 때 <오마이뉴스>의 디자인팀 한 직원은 사장인 오연호 대표기자에게 근무시간에 대선올레를 시청하는 걸 들키기도 했다.

"보고 있으시다면 트위터로 보고 있다고 말해주세요"라는 박정호 기자의 말에 "보고 있다"고 트위터로 댓글을 단 것이다. 이에 오연호 대표기자는 "일 안 하고~"라 장난을 치기도 했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주부들도 대선올레 덕분에 남편의 눈치를 보고 있다. 11일 대선올레의 시청자 댓글에는 "대선올레보다가 밥을 안 해서, 남편이 구박해요", "이거까지 보고 밥 해야겠네요", "대선올레 보느라 집안일 작파했습니다"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해외 시청자들 : 정신은 살아 있으나 몸은 죽기 직전

대선올레는 가까이 중국, 일본에서부터 몰타, 인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119개국에 있는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 재외유권자에게 '문턱없는 글로벌 방송'으로 통하기도 한다.

대선올레는 오프닝할 때나 중간중간 장소가 바뀔 때 소셜댓글창을 이용해 출석체크를 한다. 매번 빠르게 댓글을 남기는 이들이 있는데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에 있는 시청자들이다. 이들은 국내와의 시차덕분에 출근 전에 대선올레를 켜놓고 보기도 하고, 밤을 세워가며 보기도 한다.

"미국 달라스에서 잠 안자고 잘 봤습니다. 보람 있었네요. 문 후보, 이 후보 제대로된 색깔 보여주셨어요." (12월 4일, @yewona***)
"여기는 캐나다인데, 잠 못 자고 지켜보고 있네요:(" (12월 6일, @rago***)
"오늘 잠 포기했습니다. 지금 새벽 2시 40분이네요." (@junlee***)

밤을 새워가며 볼 정도로 방송은 알차지만, 매일 계속되는 생중계에 보는 것도 힘들다는 평도 있다.

현장은 '살아있다'

 이대정문 앞 안철수 전 후보의 마이크 없는 유세에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이대정문 앞 안철수 전 후보의 마이크 없는 유세에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 박선희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힘들고 지치지만, 생방송 현장은 늘 유쾌하다. 감기 기운이 있는 오연호 대표기자의 잔기침도 서 작가에 의해 웃음거리가 된다.

지난 10일 대선올레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버스운전을 하신다는 한 광주시민은 커피를 들고 화면에 들어왔다. 그는 "대선올레 말고 또 뭐 볼 게 있습니까? 지금 언론 상황이 알고보면 5·18때랑 비슷하다. 저희들이 느끼기엔 충분히 그렇다"며 대선올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으로는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현장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TV> 대선올레는 "모든 시민은 기자"이고, "모든 시청자는 평론가"며, "모든 장소는 스튜디오다"라는 마음으로 방송을 만들고 있다. 때문에 진행자만을 위한 편한 방송, 진행자의 생각만 강요받는 방송이 아닌 시민들끼리 댓글을 통해,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방송이 되도록 노력한다. 이 쌍방향 의사소통이 바로 "살아있는" 현장인 것이다.


#대선올레#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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