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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입장에서 만약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을 경우, 과연 이 영화가 개봉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그래서 대선 전에는 무조건 개봉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영화 <26년>의 첫 투자자 가수 이승환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의 바람처럼 영화 <26년>은 숱한 화제를 낳으며 지난 달 선보였고, 개봉 열흘 만에 관객 15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관객층, 바로 2030세대라는 점. 이들 사이에서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극장가에 연일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기자를 포함해 2030세대 대부분이 영화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80년 5월 광주'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것. 그런데도 이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직접 2030세대를 만나 물어봤다. 영화 <26년>, 과연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2030세대에게 물었다, "영화 <26년>이 어떤 영향을 끼쳤나?"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만난 박찬길(25)씨는 "영화 <26년> 어땠어요?"라는 질문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강추'라고 임팩트있게 말했다. 그는 이미 두 번이나 봤다면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진심으로 영화를 추천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진배와 그 사람 영화 <26년>의 한 장면,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없다고 말하는 진구
▲ 진배와 그 사람 영화 <26년>의 한 장면,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없다고 말하는 진구
ⓒ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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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물었더니, 박씨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 진구가 했던 말을 들려준다.

'지금이 역사인데 무슨 역사를 만날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하는 거야.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어.'

이 장면에서 박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진짜 사실을 찾아봤고, 그렇게 내린 결론이, "한 사람이라도 더 영화를 보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말했다.

"역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안다면 '80년 광주'같은 비극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그러러면 일단 영화를 봐야합니다. 특히 우리 같은 젊은 세대는 더욱 더요."

경기도 안양 롯데시네마에서 만난 유세영(가명, 32)씨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유씨는 그동안 정치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영화를 보게 됐고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씨는 "지금까지 선거에 무관심했지만 <26년>을 본 뒤, 이번에는 투표에 대한 굳은 의지가 불탄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허영준(24)씨 또한 유사하게 답했다.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의견은 "외국 생활 중이라 영화를 직접 접하진 못했지만 영화를 통해 역사를 알고 우리 같은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신은 호주 서부에 살고 있어서 영사관과 대사관이 위치한 동부로 재외국민투표하러 가지 못함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영화는 영화일 뿐"

그렇다고 2030세대가 모두 같은 의견을 보인 건 아니다.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박승수(가명, 29)씨는 영화가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오히려 상당히 기분 나빴다고 밝혔다.

"광주 유가족들에게 유감스러운 건 말이지만, 영화가 너무 정치적이고 한 쪽의 입장만 대변했기에 편파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 '영화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물음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는 강조하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IT관련 일을 하는 경기 성남의 최유진(32)씨도 결을 같이 했다.

"영화를 보고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에요. 박정희나 노태우, 국민들이 투표했는데도 이들이 대통령 못하건 아니잖아요. 역사의 아픔이 절대 되풀이 되선 안 된다는 생각엔 동의해요. 그렇다고 <26년>이 우리 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끈다? 그건 모르겠어요."

<26년> 영화 <26년>공식 포스터, '지금이 아니면 다신 기회는 없다.'
▲ <26년> 영화 <26년>공식 포스터, '지금이 아니면 다신 기회는 없다.'
ⓒ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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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광주를 기억하는 30대로서...

한편 고향이 전남 장성인 독일 유학생 다니엘 박(가명, 37)씨는 영화 <26년> 관련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살던 집이 바로 광주 상무대 옆 주택가였어요. 그 때 제가 다섯 살 꼬마였는데도 아버지가 했던 말이 잊히질 않아요."
"절대, 절대 말이여, 집 밖으로 나오면 안돼."

그런데도 이씨는 아버지의 말이 너무 궁금해 옥상에 올라가 봤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날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로수마다 한 명씩 총 들고 서있던 군인들, 그 자체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공포가 잊히질 않아요."

그래서 영화 <26년>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외지에 살고 있지만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반가웠지만 아팠어요. 지금도 계속되는 역사의 아픔이 계속되는 현실을 보면."

그는 한 가지 더 강조했다.

"영화 26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특히 2030세대 말이에요. 항상 20~30대의 투표율이 제일 낮잖아요. 스스로 가장 진보적이고 깨어있다고 자부하는데도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욱, 이번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투표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전한 이씨는 자신의 거주지에서 500km 떨어진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까지 지난 7일 다녀왔다고 한다. 이유? 부인과 함께 '재외국민투표'를 마치고 왔다.

제작두레 참여자 명단 <26년>이 끝나면 10분 동안 영화 제작에 동참해 준 1만 5천명의 이름이 올라간다.
▲ 제작두레 참여자 명단 <26년>이 끝나면 10분 동안 영화 제작에 동참해 준 1만 5천명의 이름이 올라간다.
ⓒ 박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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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영화 <26년>을 본 2030세대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신의 한 표가 역사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게끔 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또한 많았다.

대선까지 이제 열흘, 그 어느 때보다 투표율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030의 투표참여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26년> 또한 일정 부분 2030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30세대에 의해 뜨거워질 투표율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년#대선투표#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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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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