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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집에서 10분정도 걸어서 본 밤바다
ⓒ 정현순

"와! 밤바다다. 저기 등대도 보이고 정말 좋다."

친구들이 밤바다를 보면서 "파도여 춤을 추어라~~~파도여,  파도여 춤을 추어라. 그 다음 가사가 생각 안 난다"하며 노래도 흥얼거린다. 제주의 밤바다의 바람과 공기, 칠흙처럼 어두운 바다를 밝혀주는 등대가 우리의 제주도 여행을 반겨주고 있었다.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며 걸었다.

나도 그중에 한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옆에 있는 한 친구가 말한다.

"자기는 이런 곳에 와서 집짓고 살라면 내려와서 살 수 있겠어?"
"글쎄 이제는 못살 것 같아.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 40~50대에는 그래도 살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더군다나 여기는 육지와 많이 떨어져 있는 섬이라 자신이 없다. 뼛속까지 도시화가 돼 있으니..."
"나도 못살 것 같아, 며칠 머물다 가는 것은 좋지."

2년 전쯤 제주도로 내려와서 터를 잡고 있는 친구집을 둘러보면서 다른 친구와 나눈 이야기이다.

 아담한 친구의 제주도 집
ⓒ 정현순

11월 11일(일요일), 11명의 친구들과 함께 3박4일 8번째 제주도 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해 왔던 패키지여행과는 조금 다르게 시작되었다. 2년 전 12명의 친구 중 한명이 제주도로 내려와 새로이 둥지를 틀었다. 하여 그 친구 집도 가볼겸 차는 렌트를 하고 지금까지 가지 않았던 곳 중심으로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다.

비행기표도 가장 저렴한 시간대로 정해 여행비가 조금은 절약이 되기도 했다. 자유여행을 하니 좋은 점은 물건 파는곳을 안 간다는 것이었다. 첫날만 친구 집에서 머물기로 했지만, 친구의 만류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렀다.

친구가 제주에 와 자리를 잡고 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의 남편 친구가 먼저 자리를 잡아주며 오고가고 하더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일요일 오후2시 비행기로 김포공항을 떠나 1시간 후 제주도에 도착을 했다. 비바람이 몰아친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따뜻하고 좋았다. 좋은 날씨를 보고 우리들은 한결같이 "그럼 그렇지 우리들이 여행을 왔는데"라고 한마디씩 했다.

집에서 출발할 때에는 비가 와서 우산을 준비해 갔는데 제주도에서는 쓸모가 없어져 다행중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 정도 가니 친구가 사는 서귀포에 도착했다. 제주에서도 서귀포는 귤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차창밖으로 주황색 귤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열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에 여행하던 곳이 생각나기도 했다.

 친구집 귤밭에 있는 단호박, 친구 중 한명은 예쁜 것으로 골라 가지고 가기도...
ⓒ 정현순

 친구집 뜰에서 탐스럽게 달린 귤
ⓒ 정현순

 친구가 차려준 소박한 밥상
ⓒ 정현순

친구의 아담한 집, 앞마당에는 내가 좋아하는 화초들도 많았고 다육이도 많았다. 뒤뜰에는 귤나무가 있어 우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모두 남편과 친구가 가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남편이 그렇게까지 곰살 맞은 줄 예전에는 미처몰랐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의 집을 둘러보고 나니 시장기가 찾아왔다. 우리 일행은 나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집에 있는 반찬으로 그냥 먹자"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하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이번만 먹자하고 주저앉았다. 그의 살림솜씨가 돋보이는 밥상이었다. 먹기에도 편하고 정갈하고 맛도 좋았다. 우린 그릇마다 깨끗이 비우고 밥상을 물렸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동네 한바퀴를 둘러보려고 집을 나섰다. 바닷가로 가는사이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혼자라면 감히 엄두도 못낼 상황이었다. 시골동네라 그런지 초저녁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어쩌다 개 짓는 소리가 동네를 시끄러울 뿐. 개 짓는 소리보다 우리의 수다소리가 더 컸다. 밤바다를 보고 친구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행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따라오며 수다를 떨떤 친구들의 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들리지 않았다.이상해서 뒤를 돌아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친구들이 보이질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을 알 수있었다.

앞에 가던 우리 일행은 왔던 길을 도로 갔다. 얼마쯤 갔을까? 웅성웅성 여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었다. 그들도 한참을 가도 앞에 가던 우리들이 보이질 않아 조심스럽게 되돌아 오는 중이라고 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잠깐 헤어졌던 일행을 만나니 반가웠다. 우린 다시 여유로움을 되찾았다. 그제야 농담도 나왔다.

"야 이조용한 동네가 발칵 뒤집힐뻔 했다. '서울에서 온 아무개를 찾습니다'라고 방송할 뻔 했잖아. 수다를 떨어도 앞에 가는 사람을 잘 따라오면서 해야지"라며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럼 쟤는(집주인)다시 한 번 더 유명해지는 거지 뭐"하며 한바탕 웃었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도 시간은 밤 10시도 안 됐다.

자유여행을 온 우리들은 다음 날 어디로 여행을 갈 지 의논을 하고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제사를 지냈다면서 제사음식을 가지고 왔다.

 이웃 집에서 제사를 지냈다면서 가지고 온 제주도 제사음식,커다란 절편이 아주 인상적이다
ⓒ 정현순

"어머 제사 지냈다고 음식을 다 가지고 오네. 인심 참 좋다."

여기저기에서 한마디씩 다 한다. 나도 그런 인심은 TV에서나 봤지 실제로는 처음본다. 정겨움이 넘치는 그곳에 친구가 자리를 잘 잡은 듯하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심심할 새가 없다고 자랑이 늘어지기도 했다.

친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주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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