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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와 여자의 출입구를 달리 만든 화장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출입구를 달리 만든 화장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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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원시는 세계문화유물 화성 행궁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로 진행한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과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부터 수원천을 복개하는 등 자랑할 게 많습니다."

염태영 수원시장 말입니다. 여기서 꽂힌 게 아름다운 화장실이었습니다. 유명 관광지 화장실은 예쁘게 가꿨다고 자랑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용해보면 모습만 그럴 듯하지 내용은 엉망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 중 아직까지 인상에 강하게 남는 화장실은 전북 순창 강천사와 전남 순천 선암사입니다.

순창 강천사 화장실은 볼일이 급한 관광객을 위해 '다음 화장실 OOm'라는 화장실 이정표를 설치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천 선암사 화장실은 아시다시피 한국식 화장실의 멋이 깃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난 3~4일, 1박 2일 일정의 수원시 팸투어에 참가했습니다. 투어는 수원 화성 행궁 걷기와 활쏘기 체험, 해넘이와 야경 구경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났습니다. 염 시장은 노을 투어부터 합류하여 야경투어와 저녁식사까지 함께했습니다.

아름다운 화장실은 삶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지난 여름에 찾았던 강천사의 화장실 안내 이정표입니다. 이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여름에 찾았던 강천사의 화장실 안내 이정표입니다. 이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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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등 수원 관광 등에 대해 설명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입니다.
 화성 등 수원 관광 등에 대해 설명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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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의 시작은 수원"이라며 '원조론'을 내세웠습니다. 혹시나 싶어 "화장실에 삶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남자들 모습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넌지시 떠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꼼꼼하게 살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수원시가 자랑하는 공중 화장실은 달맞이 화장실, 다슬기 화장실, 반딧불이 화장실, 항아리 화장실, 반달 화장실, 바람개비 화장실, 솔숲 화장실, 화성행궁 화장실, 쌈지 화장실 등 많습니다. 이들 화장실이 과연 자랑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러 '화성행궁 화장실'을 직접 살폈습니다.

외관은 밝은 색깔을 칠해 상쾌함을 주었고 세련되었습니다. 출입문은 남녀가 입장하는 장소를 서로 달리했습니다. 화장실을 드나들며 마주치는 남자와 여자 간의 껄끄러움을 피한 듯했습니다. 일단, 첫인상은 꽤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남자 화장실 문을 열자 소변을 보는 남성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ㄱ'자로 꺾어 안으로 쏙 들어가 볼일을 보는 구조였습니다. 또 변기 사이사이에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정도면 좋은 화장실이라고 자랑할 만했습니다.

이용객 입장에서 변기 앉힌 발상의 전환 화장실

 'ㄱ'자 모양으로 꺾여 밖에서 오줌누는 남자 뒷모습을 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일단 합격점 화장실이었습니다.
 'ㄱ'자 모양으로 꺾여 밖에서 오줌누는 남자 뒷모습을 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일단 합격점 화장실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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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화장실이 들어 온 입구를 바라보며 앉는 구조인데 행궁 화장실은 반대로 창문을 보며 볼 일을 보는 구조였습니다. 감탄했습니다.
 대개 화장실이 들어 온 입구를 바라보며 앉는 구조인데 행궁 화장실은 반대로 창문을 보며 볼 일을 보는 구조였습니다. 감탄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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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을 보는 화장실은 공간이 넓었습니다. 보통 화장실 칸을 늘리기 위해 옴싹달싹 못할 정도로 좁은 데 반해 이곳은 아주 넓었습니다. 아니, 넓다 못해 여유롭고 쾌적하기까지 했습니다. 바지춤을 내리고 앉아 힘을 쓰는데 눈에 들어온 게 통유리 창밖의 대나무였습니다.

대나무 뒤에는 벽이 있어 내부가 들여다 보이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자연을 즐기며 배설의 기쁨을 마음껏 즐기라는 배려가 묻어났습니다. 고질적인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쾌변을 즐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감탄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면 출입문 쪽으로 변기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을 보며 앉는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반대로 창을 보며 앉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행궁 화장실에서 쾌변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이용객 입장에서 변기를 앉힌 발상의 전환이 뚜렷한 화장실이었습니다. 철학적 사고에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여자용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 내부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여자들 모습이 얼핏 보였습니다. 이런 모습이 안 보이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설계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하튼 '행궁 화장실'은 100점 만점에 90점이었습니다.

 여자 화장실 입구입니다. 이쪽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문이 2개 있어 한쪽에선 내부가 보이더군요. 그 사진은 일부러 찍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여자 화장실 입구입니다. 이쪽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문이 2개 있어 한쪽에선 내부가 보이더군요. 그 사진은 일부러 찍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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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수원 화성#화장실#염태영 시장#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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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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